
[스포츠W 임재훈 기자] 멀쩡하던 팀을 일주일 만에 만신창이로 만든 흥국생명 구단이 결국 잘못을 인정하고 백기를 흔들었다.
흥국생명 구단은 10일 경기운영에 구단이 개입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한편, 지난 6일 신임 감독으로 발표했던 김기중 감독의 부임을 없던 일로 만들었다.
지난 2일 흥국생명 임형준 구단주가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 하지 않는다며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을 동반 경질한 이후 8일 만이다.
처음 권 전 감독과 김 전 단장의 동시 경질이 발표됐을 때 많은 배구 팬들이 충격을 받았지만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바라본 이번 사태는 구단 수뇌부와 김 전 단장이 권 전 감독을 물러나게 만들기 위해 만든 합작품일 것이라는 강한 의심을 갖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동반 경질 사태로 권순찬 전 감독은 실업자가 됐지만 김여일 전 단장은 구단의 보직에서 물러났을 뿐 모기업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신분으로, 구단 수뇌부가 상황과 필요에 따라 불러들이면 언제든 복귀할 수 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 구단은 감독과 단장을 경질한 이후 신임 감독 선임 때까지 이영수 수석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내세워 경기를 치러갈 계산이었지만 이 대행은 5일 GS칼텍스전 한 경기만 팀을 지휘한 뒤 스스로 물러났다.
구단은 이미 이 시점에 김기중 신임 감독을 낙점했고, 김 감독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날 GS칼텍스전을 전후해 흥국생명 신용준 신임 단장은 기자들과 만나 권 전 감독과 김 전 단장의 동시 경질 과정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구단의 경기운영 개입이 없었다는 취지로 발언한 내용에 대해 김연경이 직접적으로 반박하면서 일이 커졌다는 것.
신 단장은 이날 경기 전 "선수 기용에 대해 이야기한 게 아니라 선수단 운용에 (감독과 단장의) 갈등이 있던 건 사실"이라며 "로테이션 문제에 의견이 안 맞았던 것 같다. 팬들이 원하는 건 전위에 김연경과 옐레나가 같이 있는 게 아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의견 대립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연경은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신 단장의 주장대로) 경질했다면 더 납득이 안 된다"며 "(저와 옐레나를 전위에 두는) 포지션으로도 4패밖에 하지 않았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회사(구단)에서 어떻게 얘기하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그런 식이라면 모든 감독이 경질될 수 있을 것"이라고 구단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연경은 또 선수 기용 문제와 관련해서도 "얘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경기를 (구단 측이) 원하는 대로 했다가 몇 번 진 경우가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연경의 폭로로 구단의 경기운영 개입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흥국생명 구단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고, 구단은 서둘러 이튿날인 6일 김기중 신임 감독 선임을 발표했지만 김 감독은 결국 한 경기도 지휘하지 못한채 나흘 만에 감독직을 고사했다.
김 감독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구단으로부터 경기운영에 대한 전권을 위임 받았다고 전했는데 이같은 이야기가 선수들에게 믿음을 얻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흥국생명 구단은 10일 권 전 감독 체제 하에서 부당한 경기운영 개입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하면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팬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구단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이같은 제스처에 대한 해석은 여러가지로 가능하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은 권순찬 전 감독의 복귀 추진이다. 실제로 팬들 사이에서는 구단의 이번 발표에 대해 권 전 감독의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결자해지'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충분히 떠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다.
팀을 정상화하기 위한 흥국생명 구단의 다음 조치는 어떤 것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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