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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사진: 쇼박스) |
[SWTV 스포츠W 임재훈 기자] 역사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조선 6대 왕인 단종 이홍위는 세종대왕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세손이었다가, 재위 2년 만에 세상을 떠난 문종의 세자였다가, 12세에 왕위에 올랐으나, 즉위와 함께 궁중 암투에 내던져지며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1457년 강원도 영월 청령포에 유배되어 17세에 생을 마감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시대 비운의 왕 단종과 그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단종 이홍위(박지훈 분)가 청령포로 유배를 떠나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단종과 함께 살았던 광천골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를 중심으로 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팩션 영화다.
박지훈은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인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지금까지 그저 나약했던 어린 임금으로만 알려져 왔던 단종 이홍위를 이전에 상상하기 어려웠던 캐릭터의 인물로 되살려 냈다.
박지훈은 최근 영화의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 참석, "첫 영화를 개봉하게 돼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선배님, 훌륭하신 감독님과 소중한 추억을 만든 것 같다. 정말 예쁜 추억이자 예쁜 작품이 하나 생겼구나 싶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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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훈(사진: 쇼박스) |
조선시대 비운의 임금으로,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단종의 역사를 다룬 작품에서 핵심 인물인 단종 역을 맡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결정한 계기에 대해 박지훈은 "작품 들어가기 전에 마음이 되게 무거웠다. 저는 제 연기에 대한 의심이 많은 사람이어서, 스크린에 제 얼굴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박지훈은 "그 부담감 속에서 기억나는 건, 장항준 감독님을 네 번째로 만났을 때 “지훈아, 단종은 너여야만 해”라고 말씀해주신 것"이라며 "그 말을 듣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정말 영화를 한 편 본 것처럼, ‘어쩌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감독님을 믿고 도전해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고, 결국 그 부담감을 이겨내고 하겠다고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극중 유배를 떠나 '산송장' 같은 단종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박지훈은 두 자릿수에 이르는 감량을 감행했고, 이는 영화 촬영에 들어가던 당시부터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박지훈은 "감독님께 하겠다고 말씀드린 뒤 첫 번째 목표는 체중 감량이었다. 대본은 그 다음 문제였다."며 "피폐한 정도가 아니라 ‘피골이 상접했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다. 그냥 '말랐다'가 아니라, '얘 너무 안 됐다. 입술도 버석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 보인다' 이런 모습"이라고 감량을 통해 만들어내려 했던 이미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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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사진: 쇼박스) |
이어 그는 "그래서 정말 사과 한 쪽만 먹으면서 버틴 것 같다. 촬영하면서도 물 같은 것도 최대한 안 먹었다. 목소리에도 버석함이 있었으면 해서 그렇게 두 달 반 조금 넘게 해서 15kg를 감량했다."고 감량 과정을 전했다.
장항준 감독은 영화에서 단종을 유배지에서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 어리고 나약한 인간의 캐릭터에 머물게 하지 않고 절망적인 상황에 꺾이지 않고 스스로 성장하며 자아를 찾는 입체적이고 풍성한 캐릭터로 그려냈다.
극 초기 유배를 떠나는 과정에서 한명회(유지태 분)에 잔뜩 주눅이 들어있던 단종 이홍위는 유배지에서 변화를 겪으며 군왕의 눈빛과 풍모를 되찾아가는 변화와 성장을 겪고, 어느 순간 한명회를 향해 포효하듯 자신의 감정을 강하게 표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지훈은 "대본을 보면서 '나약하지만은 않은 단종을 그리고 싶어 하셨구나'를 많이 느꼈다. 단종이 너무 비굴하지 않게, 너무 비극적으로만 끝나지 않게 새 페이지를 쓰고 싶어 하신 의도가 보였고, 그게 놀라웠다."며 "마을 사람들을 만나며 친분을 쌓는 과정에서 '그래, 이 사람은 왕이었지'라는 감각이 살아나고, ‘범의 눈이 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 결코 나약하기만 했던 어린 왕은 아니었다는… 그런 의도가 대본 안에 강하게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역사적으로 정통성을 충분히 가진 왕이었으니, 만약 역사가 달라졌다면 비운의 왕이 아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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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사진: 쇼박스) |
영화 속에서 단종의 변화를 단적으로 느낀 장면이 있는 지 묻는 질문에 박지훈은 "도포를 걸치고 갓을 쓰고 제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번개가 치는 장면이 기억난다. 그 시점부터 홍위가 변화하는 시기라고 느꼈고, '범의 눈이 되었다'는 대사도 나온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나약하기만 한 홍위가 아니라 '뭔가 달라졌다, 힘이 생겼다’는 포인트를 계속 신경 쓰며 연기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엄흥도 역의 배우 유해진 배우과 호흡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박지훈은 "제가 선배님의 연기를 평가할 수는 없다. 매 순간 놀랐다. 선배님이 주시는 에너지가 너무 놀라웠고, '그 에너지를 잘 받아서 잘 드려야겠다' 그런 생각뿐이었다. 선배님이 '연기는 기브 앤 테이크'라고 해주셨는데, 그걸 지키려고 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에너지가 터지는 순간들이 잘 찍혀 나오지 않았나...다행이면서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영화의 내용적으로, 그리고 연기 측면에서 박지훈과 유해진의 감정이 최고조에 달해야 했던 단종의 최후를 묘사하는 장면을 촬영할 당시에 대해 박지훈은 "찍으면서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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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사진: 쇼박스) |
이어 그는 "현장이 엄청 고요했다. 중요한 씬인 걸 아니까 스태프, 감독님까지 전체가 고요했다. 실제로도 밤이었고...그날 (유해진) 선배님이 저를 안 보시더라"며 "저는 바로 알았다. '나를 보면 감정이 깨지시겠구나' 그래서 최대한 멀리서 인사드리고 씬을 기다렸는데, 문이 열리고 선배님이 들어오시는 순간 리허설인데도 너무 울었다."고 술회했다.
박지훈은 많은 눈물을 흘렸던 순간 느꼈던 감정에 대해 "정말 오랜만에 보는 아빠의 모습 같았달까...그렁그렁한 눈… 제가 느껴본 최고의 순간이었던 것 같다. '다시 이런 호흡을 할 수 있을까' 싶은 북받침도 있었다. 제 얼굴을 찍어야 하는데 눈물을 너무 흘려서… 가슴이 아플 정도로 울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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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사진: 쇼박스) |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면 (단종 이홍위에게 엄흥도는) 결국 아버지 같은 존재였지 않았을까 싶다. 엄흥도는 홍위를 아들처럼 봤을 것 같고...저는 아버지처럼 바라봤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속 단종과 엄흥도의 관계와 호흡을 지켜보며 품었던 '저들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봤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여렴풋하지만 분명하게 들리는 대답이 됐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4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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