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통지 후 ‘시력 미달’ 불합격…코레일, 시각장애인 채용 차별 피소

사회/생활 / 유호경 기자 / 2026-10-29 18:22:11

[SWTV 유호경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장애인 제한경쟁 채용 전형에서 시각장애인 지원자에게 최종합격을 통지한 뒤 철도안전법상 시력 기준 미달을 이유로 합격을 취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각장애 판정을 받은 구직자는 구조적으로 통과가 불가능한 신체검사 기준을 장애인 전형에 일률적으로 적용해 지원 기회만 열어두고 문턱은 차단한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와 소송대리인단은 29일 서울북부지방법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20대 시각장애인 A씨가 코레일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 29일 열린 ‘시각장애인 채용차별 공익소송 제기 기자회견’ 현장. [사진=희망을만드는법]

 

이날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오월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측은 해고 무효 확인과 함께 근로자 지위 확인, 7월분부터 복직 시까지의 임금 지급, 위자료 1000만원 지급을 청구했다.

 

A씨는 올해 상반기 코레일 장애인 제한경쟁 채용 사무영업 직렬에 응시해 서류·필기·면접과 철도적성검사를 모두 통과해 지난 5월8일 최종합격 통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치러진 ‘신호기 등 취급업무’ 신체검사에서 시력 기준에 미달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검사를 맡은 의사는 판정서 비고란에 ‘시력·행정 업무에 한해 합격 처리’라는 소견을 남겼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코레일은 지난 6월12일 3차례에 걸쳐 전화로 A씨에게 최종 불합격을 알렸고, 서면 통지는 하지 않았다. 

 

A씨는 다른 부서 배치나 신호기 업무 미지정을 요청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코레일에 따르면, 같은 전형 최종합격자 61명 가운데 신체검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은 A씨 뿐이었다.

코레일이 적용한 철도안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지 않은 나안시력은 양 쪽 눈 모두 0.5를 넘어야 한다. 다만, 좋은 눈이 0.7 이상이고 나쁜 눈이 0.3 이상이면 예외를 인정한다. 이 기준에 못 미치면 안경이나 렌즈로 교정한 시력이 양 쪽 눈 모두 0.8을 넘거나, 좋은 눈이 1.0 이상이고 나쁜 눈이 0.5 이상이어야 한다.

반면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상 시력 저하에 따른 시각장애 기준은 교정시력으로 나쁜 눈이 0.02 이하이거나 좋은 눈이 0.2 이하인 경우다. 따라서 시력 저하로 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은 코레일의 신체검사 기준을 사실상 통과할 수 없다.
 

소송대리인단의 조혜인 변호사는 “사무영업 직렬은 경영·행정과 고객 안내가 주 업무이고 신호기 취급은 예외적 업무에 불과하다”며 “시각장애인이 통과할 수 없는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배치 조정을 거부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직접·간접차별이고 서면 통지 없는 전화 통보는 부당해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직무에 맞는 신체 평가와 배치 조정을 거부한 것은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이고, 채용 전 장애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의학적 검사를 금지한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어긋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사무영업 직렬 역시 관제, 신호기 취급, 화차 연결 등 철도 안전과 직결된 현장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법령상 신체검사 기준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신입사원의 현장 근무 원칙상 특정 지원자에게만 행정 업무를 전제로 배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합격 취소 역시 채용 공고에 명시된 절차에 따른 ‘채용 불합격’으로 해고가 아니라고 맞섰다.

 

쟁점은 코레일이 업무 조정이나 배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신호기 취급에 필요한 신체 기준을 사무영업 직렬 전체의 필수 채용 요건으로 적용한 것이 정당하느냐다. 


A씨는 기자회견에서 “직원 수가 3만명에 달하는 코레일에 시각장애인이 일할 자리 하나 없다는 이유로 저의 최종합격은 이름 모를 직원의 전화 한 통에 물거품이 됐다”며 “이번 소송이 다시는 공기업 채용 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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