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의 집념 끝에 피어난 뮤지컬 ‘몽유도원’…K-미학으로 세계 시장 정조준

영화/뮤지컬/연극 / 임가을 기자 / 2026-01-09 11:02:36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돌아온 에이콤이 무려 24년 만에 ‘몽유도원’을 무대 위로 올린다.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화성 소재의 화성예술의전당 동탄아트홀에서 뮤지컬 ‘몽유도원’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윤홍선 프로듀서, 윤호진 연출, 안재승 작가, 양재선 작사, 오상준 작·편곡, 김문정 음악감독, 탁영환 수묵영상디자이너, 이진희 의상디자이너를 비롯해 민우혁, 김주택, 하윤주, 유리아, 이충주, 김성식, 정은혜가 참석했다. 

 

▲ (왼쪽부터) 이진희, 탁영환, 김문정, 양재선, 오상준, 안재승, 윤호진, 윤홍선, 민우혁, 김주택, 하윤주, 유리아, 이충주, 김성식, 정은혜 [사진=에이콤]

 

‘몽유도원’은 도미와 아랑의 아름다운 사랑과 왕 여경의 헛된 욕망을 통해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인생의 의미를 그리는 뮤지컬 작품이다. 故 최인호 작가의 소설 ‘몽유도원도’를 원작으로 삼국사기 속 ‘도미전’ 설화에 기반했다.

이번 작품은 ‘명성황후’, ‘영웅’을 선보인 제작사 에이콤의 신작으로 공개 시점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프리 프로덕션을 2년 6개월간 진행하고, 약 40차례의 대본 수정을 거칠 만큼 공을 들인 작품은 무대에 오르기까지 한 발자국만을 앞두고 있다.

윤 연출은 “1995년에 ‘명성황후’를 만든 후 바로 ‘몽유도원’을 준비해 2002년 예술의전당에서 초연을 올렸으나 아쉬움이 남았다”며, “최인호 작가가 살아계실 때 공연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못 지켰다”고 작품을 만들어나간 과정을 전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글로벌을 겨냥한 프로젝트로,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지방 공연을 거쳐 뉴욕 링컨센터 데이비드 코크 극장까지 뻗어나갈 예정이다.

 

윤 프로듀서는 “한국적인 서사와 미학으로 세계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만든 작품이다.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고, 민우혁도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이번 작품은 한국 배우로서 사명감을 갖고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독보적인 작품이라 생각해서 그 어느 때보다 고민하면서 임했다”는 각오를 전했다.
 

▲ 사진=에이콤

 

개발 단계서부터 세계화를 염두에 둔 대형 창작 뮤지컬인 만큼 서사를 구축하는 부분에서도 ‘보편화’라는 과제에 집중했다.

안 작가는 “세계화를 지향하는 작품이라 플롯이나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면 받아들이는 관객들이 재미있게 볼 수 없는 요소가 많아질 것 같았다”면서, “처음에 구조를 짜는 데 있어서 가장 참고 했던 건 디즈니 뮤지컬이다. 디즈니 뮤지컬에서 보여지는 보편적인 캐릭터 구조를 많이 차용해서 구성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에이콤이 선보인 대작 ‘명성황후’와 ‘영웅’은 모두 한국 고유의 색깔이 강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몽유도원’ 역시 우리나라의 감성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전작보다 한국적인 색을 더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윤 연출은 “갈 수록 우리의 것이 어떤 것인가를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명성황후’가 뉴욕에 진출했을 때 겉으로 보기에는 동양적인데 음악은 서양적인 것이 아닌가하는 지적도 많이 나와서, 두 번째로 뉴욕에 갔을 때는 수태굿과 태권도로 비롯된 춤을 집어넣었지만 결국은 부분적인 것이었다”며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의 아름다움을 어떤 형태로 보여줘야 하는가에 고민을 많이했고, 그 결과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윤 프로듀서는 “서구 오케스트라의 구조 위에 정가, 구음과 같은 국악적 색채를 과감하게 시도해 동서양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사운드를 만들었고, 수묵화의 번짐과 여백을 살린 영상 애니메이션을 무대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꿈과 현실을 오가는 이야기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이 모든 요소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닌, 감정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작품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 사진=에이콤

한국의 미를 담기 위해 주로 뮤지컬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던 창작진도 한데 모여 힘을 보탰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구르미 그린 달빛’, ‘연인’, 영화 ‘안시성’ 등 웰메이드 사극의 의상을 담당한 안 디자이너는 이번 ‘몽유도원’에서 고대 한국의 절제된 아름다움과 동양적 미학을 담아낸다.

그는 “‘안시성’ 때 사료를 찾다가 ‘고구려의 연인들은 날다람쥐처럼 산을 뛰어다녔다’는 인상적인 문장을 발견했다. 삼국 시대는 굉장히 기백이 넘치는 시대였고, 그 원초성과 역동성을 이 작품에서 살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여경과 아랑의 혼례 장면이 여경의 욕망이 가장 크게 발현되는 장면인데, 백제 무령왕릉 금제 관에 장식되어 있던 불꽃 같은 문양의 ‘인동당초문’을 사용해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몽유도원’에서 수묵 애니메이션으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동양화를 구현한 탁 디자이너는 미디어아트와 TV 광고에서 주로 활약했으며, 이번 작품을 통해 뮤지컬에 처음 참여하게 되었다.

그는 이번 작품의 시각적 관전 포인트로 나루터를 꼽으며 “나루터에서 세 명의 캐릭터가 따로 등장하는 게 아니라 이어졌다가 헤어지고, 또다시 만나는 플랫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나루터가 등장할 때마다 의미를 넣어 변화를 줬는데 관객분들도 차이점과 매력을 느껴보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명성황후’의 건반 연주자로 뮤지컬 분야에 입문한 김 음악감독은 ‘명성황후’, ‘영웅’, ‘서편제’ 등의 음악감독을 맡아오며 한국적인 뮤지컬 작품에 많이 참여해왔다. 그는 뮤지컬 위 한국적인 색채를 더하는 작업에 대해 “이제는 동서양의 악기와 문화를 구분 지어 다름을 얘기한다기보다는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에 관점을 맞출 때”라며, “합쳐졌을 때 어떤 신선함과 새로운 질감을 느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 전했다.

 

▲ 사진=에이콤

 

그러면서 김 음악감독은 “이제는 한국적인 게 호소력이 있고, 문화적 경쟁력을 가진 시대에서 ‘몽유도원’의 음악은 용기를 내 국악을 정면으로 내세워 우리의 것을 세계화할 수 있는 작업이었고, 국악인들과 뮤지컬 배우들, 오페라 배우들과 함께 우리의 것을 많이 버무려서 다방면으로 경쟁력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여 말했다.

출연진 중 하윤주와 정은혜는 국악에 뿌리를 둔 예술인으로, 대중들에게 정가와 판소리의 매력을 전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몽유도원’에서 우리 전통의 소리를 펼칠 예정이다.

하윤주는 “처음 제안받았을 때 작품의 서사에 정가가 지닌 무겁고 아정한 소리의 색을 잘 뽑아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정가는 차분하고 희노애락을 드러내지 않는 음악이라 다양한 감정을 제 노래로 표현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제가 한때 꿈이 뮤지컬 배우여서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더라”라며 뮤지컬에 데뷔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은 노래를 잘하기 위해 집중했다면, 뮤지컬은 어떠한 서사 안에서 흘러가는 노래가 좀 더 돋보여야 한다고 다른 분들이 알려주셨다. 이 부분에 집중해서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고, 정가의 아름다운 소리를 여러분께 들려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준비 과정을 전했다.

창극 배우로 오래 활약해온 정윤혜는 “창극부터 연극, 뮤지컬까지 모든 극은 결국 함께하는 창작진과 교감하고, 관객에게 감동을 줘야 하는 일”이라면서, “장르를 불문하고 지금 함께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가 행복하고, 그 중의 제가 K-소리꾼으로서 뮤지컬 관객분들에게 한국적 소리의 매력을 더 느끼게 할 수 있는지 많이 고민하면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에이콤

 

반대로 뮤지컬에서 주로 활약해온 배우들은 한국적인 작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신선함을 얻기도 했다.

이번 ‘몽유도원’으로 사극에 처음 도전하는 이충주는 “인물들이 가진 깊은 감정선이 관객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게 보일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이 인물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그러한 상태에서의 연기가 이 큰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게 하려 고민 중이다. 연습실에서 치열하게 땀을 흘리며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식 역시 “한국적인 작품을 하는 게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고 기분이 좋다”면서, “작품을 연습하면서 무릎이 많이 아프다. 항상 무릎을 꿇고 있다”고 말해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그러면서 그는 “연출님이 항상 과장되게 감정을 더 쓰라고 말씀하시는데, 절박하게 연기하라는 말씀이신 것 같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마음가짐을 지니고 감정적인 연기를 많이 시도해보고 있다. 제 감정을 아끼지 않고 내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뮤지컬부터 국악, 오페라까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출연진을 포용하는 ‘몽유도원’의 음악은 여러 장르가 스며들어있으며, 동양 특유의 시적인 가사가 돋보인다. 이날 ‘몽유도원’의 넘버를 직접 가창한 배우 유리아는 “음악이 너무 잘 나왔다”며, “다양하면서 기발하고,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운 음악들이 정말 많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그는 “완성도가 높은 음악이라 리딩 첫날부터 따로 작품 해석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미 음악에서 캐릭터가 다 설명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더 기댈 곳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음악이 너무 완벽하게 나와 있고, 모든 장면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 그 안에서 배우가 연기를 잘 해내지 못하면 음악과 글만 남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관객분들에게 연기적인 부분을 보여드려야겠다는 행복한 부담감이 오랜만에 드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진=에이콤

아랑을 가운데 둔 두 남자, 여경과 도미의 사랑을 주제로 한 만큼 이번 작품의 서사에서 가장 대두되는 요소는 인물들의 감정이다.

양 작사는 “이번 작품이 감정의 기복도 크고 결이 독특해서 힘들었다. 세 인물이 꿈에도 나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으며, “오 작곡 역시 “이 작품은 사랑이 빚어낸 광기의 서사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마주하는 감정의 소용돌이와 광기의 에너지를 음악으로 최대한 끌어올려 인간의 감정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뜨거운 순간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꿈속에서 본 여인 아랑에게 한눈에 반해 욕망에 휩싸이는 ‘여경’ 역을 맡은 민우혁은 “제가 평화주의자이고 배려하는 사랑을 많이 해왔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이기적인 사랑을 표현해야해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소리의 질감이나 호흡에 대해 연출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좀 더 마초적인 면이 드러나는 감정들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가장 많이 강조했다”고 전했다.

같은 역의 김주택은 “화를 잘 안 내는 성격인데 끝으로 갈수록 감정이 격해지는 장면이 자주 나와서 평생에 낼 수 있는 악을 다 지르고 있는 것 같다”며, “성악 전공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면서 뮤지컬에 데뷔하고 발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여경의 넘버 4곡이 다 성격이 다른데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이번에는 제가 성악가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뿌리를 뽑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몽유도원’은 오는 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의 개막을 앞두고 있다. 윤 프로듀서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뮤지컬이 있지만, 대형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회사는 거의 없다. 저희는 그 명맥을 이어나가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면서, “외국에서 수많은 뮤지컬이 들어오더라도 결국 정서적인 공감을 줄 수 있는 공연은 우리의 소재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몽유도원’은 오는 1월27일~2월2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며 이후 4월부터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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