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10년도 기대”…10돌 맞은 ‘팬레터’ 원년·뉴캐스트 시너지로 화려한 귀환

영화/뮤지컬/연극 / 임가을 기자 / 2025-12-12 16:57:00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10주년을 맞는 한국 창작 뮤지컬 ‘팬레터’가 역사를 함께해 온 출연진과 신선한 변화를 몰고 온 뉴캐스트와 무대에 오른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의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뮤지컬 ‘팬레터’ 10주년 기념공연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김태형 연출, 박현숙 작곡, 신선호 안무를 비롯해 ‘해진’ 역의 에녹, 김종구, 김경수, 이규형, ‘세훈’ 역의 문성일, 김리현, 원태민, ‘히카루’ 역의 소정화, 김히어라, 강혜인, 김이후 등이 참석했다.  

 

▲ 사진=라이브


‘팬레터’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김유정과 이상 등 당대 문인들의 모임 ‘구인회’의 일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창작된 팩션 뮤지컬이다. 2016년 초연된 작품은 2017년, 2019년, 2021년 공연을 거쳐 올해로 다섯 번째 시즌을 개막한다.

김 연출은 “10년간 다섯 차례 공연할 때마다 개선하면서 더 좋은 공연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면서, “이제 10년 됐으니 한 번쯤 뒤돌아보고, 이 공연이 앞으로도 10년 더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쯤 되면 같이 했던 배우들이 다른 역할을 맡을 수도 있고, 원숙한 연기를 펼칠 수도 있는 걸 기대하고 있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박 작곡은 “초연 때 출산하느라 조리원에서 곡을 썼었는데 지금은 아들이 10살이고, ‘팬레터’도 10주년이다. 그때 못했던 만큼 이번 시즌 때 더 많이 연습실에 나와서 작업에 참여했던 것 같다”는 소회를 말했다. 

 

신 안무가는 “10주년을 맞이하면서 제가 했던 작업을 되돌아봤고, 작품의 본질로 돌아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상견례 때 배우분들에게 정해진 안무의 틀과 정서, 움직임의 방향성은 지키고 그 안에서 서로의 임무를 찾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2016년부터 10년이라는 시간을 ‘팬레터’와 함께한 출연진도 감회는 남다르다. 초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빠짐없이 참여해온 이규형은 “어릴 때 ‘렌트’의 10주년 기념 영상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저희가 만든 작품으로 10주년이라는 자리에 선다는 게 스스로 대견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쌓이면서 배우들의 고민이 다양해지고, 깊어진 것 같다. 연기에는 답이 없기에 배우 개개인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인물에 대한 다양성이 넓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이번 시즌에서 기대할 만한 지점을 짚어 보였다.
 

▲ 사진=SWTV 스포츠W

 

문성일은 “지금까지 함께했던 배우들과는 오랫동안 쌓아왔던 앨범의 페이지를 다시 한번 열어보는 느낌이었고, 새로 합류하신 배우분들은 새로운 페이지를 함께 해 주셨다. 존중과 배려가 있었던 연습실이었던 것 같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새로 합류한 배우분들이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것과 다른 새로운 자극을 주셔서 연습실에서 이번 시즌에 나는 어떤 식으로 무대에 설 수 있을지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시즌은 이전에 ‘팬레터’에 출연한 적 없는 뉴 캐스트가 대거 포함되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올해 새로 작품에 참여한 김리현은 “작품에 참여하기 전 인천에서 공연된 ‘팬레터’를 직접 관람했는데 그때 작품을 보면서 확실히 오래 사랑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느꼈다”면서, “음악과 무대, 조명, 안무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1930년대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초연부터 작품에 참여한 소정화는 “그전부터 같이 해오던 사람들도 한 살 먹으면 또 달라져서 오더라. 여기에 처음 참여하게 된 배우들로 인해 새로운 관계가 생겨서 색채를 조합하는 것처럼 재미있는 공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기념비적인 시즌을 맞이한 만큼 무대도 한층 스케일을 키웠다. 10년 전 300석 규모의 중극장에서 시작한 작품은 올해 1천석 규모의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이에 2019년 시즌부터 참여한 김경수는 “극장의 크기만 커졌을 뿐 여전히 아름답고 재미있는 작품”이라며, “10주년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처음 출연했을 때의 마음을 유지해서 공연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1년 시즌에 이어 다시 한번 참여하게 된 강혜인은 “너무 사랑하는 작품으로 큰 극장 와서 공연하는 게 감회가 남다르고 영광이다. 저 자신이 자랑스럽고 자존감이 올라간다”며 웃어 보였고, “4년 만에 하다보니 기억이 잘 안 났었는데 처음 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치열하게 준비했다”고 자신했다.

 

▲ 사진=라이브

 

작품은 천재 소설가 김해진과 그를 동경하는 작가 지망생 정세훈, 그리고 김해진의 뮤즈이자 비밀에 싸인 작가 히카루의 이야기를 통해 문인들의 예술혼과 사랑을 그린다. 문학이라는 주제 만큼이나 섬세한 감정선을 자랑하는 작품에 에녹은 ‘느림의 미학’을 극의 매력으로 손꼽았다.

“대본을 보고 정말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이렇게 진득하고 느리게 하나하나 밟아서 표현하는 작품이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현대인들은 숏폼처럼 금방금방 지나가는 감정, 자극적인 소재를 많이 접하는데, ‘팬레터’는 기본적인 소재가 편지이고 사랑이다. 그 안에 설렘부터 질투, 집착, 무너짐과 같은 다양한 감정들이 2시간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다.”

또 원태민은 “저희 작품에는 정말 예쁜 말들이 많다. 가슴을 울리는 말이 많다는 포인트에 집중해서 봐주셨으면 좋겠다”라면서, “작품을 처음 받았을 때 창작진, 배우 분들이 함께 만들어온 원고지에 예쁜 글을 받은 느낌이 들었고, 이번에 작업을 같이 하면서는 그동안 잘 써져 온 글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같이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등장인물 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 ‘히카루’는 작품의 키맨으로, 한 작품에서 여러 색채를 띠는 입체적인 면모를 선보일 수 있는 캐릭터로 손꼽힌다. 이에 김히어라 역시 “히카루를 하고 싶어하는 여배우들이 많을 것”이라며 캐릭터의 매력을 말했다.

“한 무대에서 여러 가지 캐릭터와 톤을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이 없는데 히카루는 세훈에 의해 만들어진 투명한 색의 인물에서 점점 주체성을 갖고 이뤄내고자 하는 욕망이 가득한 짙은 색으로 변화하게 된다. 각 히카루들이 어디서부터 욕망을 분출해낼 것인지 타이밍에 맞게 표현할 수 있어 도화지에 자신이 원하는 색깔을 마음대로 칠할 수 있는 캐릭터인 것 같다”

김이후는 “히카루는 세훈의 글에 대한 사랑과 욕망 그 자체가 실체화된 캐릭터라 다양한 해석과 표현이 가능한 것 같다”며 인물을 표현하고, “연습실에서 연습하고 무대에서 세트와 관객들을 만나니까 또 새롭게 느껴지는 게 매번 생겨나더라. 앞으로 남은 공연 회차를 더 소중히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캐릭터”라며 애정을 표했다.

 

▲ 사진=라이브

1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팬레터’는 세계로도 가지를 뻗치고 있다. 2018년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대만에 진출해 오리지널 한국 배우들의 초청 공연을 선보였고, 2022년부터는 매해 중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올리고 있다.

김 연출은 “중국은 저희와 비슷한 시기에 일제강점기를 맞았던 시절이 있어서 당시 상해의 문인들과 비슷한 이름과 중국 상황을 윤색해서 공연했다. 관객분들과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한국 공연과 전혀 다르지 않은 정서로 이 공연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시더라”라고 전했다.

특히 작품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며 조선 지식인이 당한 탄압을 다루고 있음에도 지난해 일본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 연출은 “일본에서 공연을 하겠다고 했을 때는 의외였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히면서도, “일제강점기 때 저항과 투쟁 정신을 갖고 조선어로 글을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전혀 고치지 않고 당시 일본과 조선의 관계가 어땠는지 창작진들과 배우들이 열심히 공부하면서 공연을 올렸다고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김종구는 “규형 배우와 일본에서 공연된 ‘팬레터’를 본 적이 있다. 그 때 공연을 하는 배우가 아닌 관객으로서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작품 자체가 주는 느낌과 힘이 엄청나더라. 언어가 달라도 작품만의 서정성과 독특한 색이 전달되는 걸 보고 이 작품이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박 작곡은 “작년에 일본에 가서 공연을 봤는데 일본 배우 분들이 모두 한국 이름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공연했고, 첫 공연 때 사죄하는 마음으로 공부하면서 준비했다고 말하시는 걸 보고 눈물을 많이 흘렸다. 이 작품을 쓰는 데 큰 보람이 있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팬레터’는 내년 2월2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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