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라 써놓고 원유는 ‘제로’…식약처, 국감 지적에 뒤늦게 “표시 개선 검토”

유통/푸드 / 유호경 기자 / 2026-10-14 16:11:06

[SWTV 유호경 기자] 최근 3년간 제품명에 ‘우유’나 ‘밀크’라는 명칭을 사용한 가공유 제품 가운데 상당수가 원유를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함량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의 미온적 제도 개선에 소비자의 알 권리가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품명에 ‘우유’나 ‘밀크’가 포함된 가공유 품목제조보고 176건 가운데 원유를 단 한 방울도 사용하지 않은 사례가 27건, 원유 함량이 50% 미만 제품이 96건(54.5%)에 달했다.

 

▲ 지난 13일 보건복지위 국정감사.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시스템 동영상 갈무리]

소 의원실이 제공한 식약처 답변자료에 따르면, 식품공전상 ‘우유’는 원유 100%인 제품이지만 ‘가공유’는 원유 또는 유가공품에 다른 식품이나 첨가물을 더한 제품이다. 식약처는 식품유형과 원재료명으로 사용 원료를 확인할 수 있고, 우유로 오인·혼동할 우려가 적으면 가공유에도 ‘우유’나 ‘밀크’라는 제품명을 허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용 원료를 알 수 있다고 실제 함량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재료의 함량 표시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재료명은 많이 사용한 순서대로 표시하지만 원유가 맨 앞에 있어도 제품의 절반 이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가령 원유 40%, 정제수 35%, 탈지분유 10%, 나머지 원료 15%인 제품을 가정하면 원유가 첫 번째지만 다른 원료의 합계는 60%다. 따라서 함량 수치가 없으면 정확한 원유 비율을 알기 어렵다.

식약처는 국감 전 소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자료에서 제품명과 원재료명으로 혼합 원료를 확인할 수 있고, 오인 우려가 있는 표시는 현행 부당광고 규정으로 관리할 수 있어 표시기준 개선 필요성이 낮다고 밝혔다. 

 

소비자 오인 가능성은 지난 2017년에도 지적됐지만, 최근 5년간 관련 의견수렴이나 내부검토 자료는 전무했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개선을 검토하겠다”라며 태도를 바꿨다. 소 의원이 제품 전면의 원유 함량 표시를 요구하자 오유경 식약처장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원유 함량 표시 개선 필요성을 적극 검토하고 논의하겠다”라고 답했다.

식약처가 국감 현장에서 적극 검토를 약속한 만큼 실제 원유 비율을 소비자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표시 개선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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