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휴민트’ 조인성 “영화하는 이유는 장르 도전…사랑보다 사람 그리고 싶어”

인터뷰 / 임가을 기자 / 2026-02-20 06:30:49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조인성이 ‘휴민트’의 세계를 이끄는 안내자로 분해 활약한다.


영화 ‘휴민트’에서 ‘조 과장’ 역으로 분한 조인성은 최근 서울 삼청동 소재의 한 카페에서 국내 언론들과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 사진=NEW


‘휴민트’는 비밀과 진실 모두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지난 2021년 영화 ‘모가디슈’를 시작으로 ‘밀수’, ‘휴민트’까지 류 감독과 연이어 세 작품을 함께한 조인성은 그 이유에 대해 “사는 동네가 가까워서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자주 보고, 스킨십도 많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그는 “제가 감독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저를 끊임없이 지켜봐 주셔서다. 배우가 나이를 먹으면서 오는 변화가 있는데, 그 변해가는 과정을 담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며, “감독님과 작업하는 방식이 재미있다. 시나리오에서 벗어난 작업에 대한 열망이 있고, 건방진 말일 수 있지만, 작품이 나오면 같이 만들어갔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 조인성은 국정원 블랙요원 ‘조 과장’ 역을 맡아 국제 범죄의 정황을 추적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로 파견돼 현지에서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과 접선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조 과장이라는 캐릭터를 ‘안내자’라고 소개한 그는 ‘휴민트’에서 인물을 구축한 과정을 설명했다.

“영화는 조 과장의 눈으로 사건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좀 더 힘을 빼고 안내자 역할에 충실해지려 했다. 캐릭터 적인 면에서는 액션을 통해 조 과장의 섬뜩하고 무서운 에너지들이 보이는 반면, 관계 설정에 있어서는 수린과 선화에게 다정하게 다가가고, 단지 정보만 빼내려고 하는 게 아닌 감정을 공유하는 국정원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래야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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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과장의 ‘힘을 뺀 연기’는 조인성이 선보이는 연기의 방향성이기도 했다. 그는 “한 장면에서 제가 생각하는 장면을 명확히 짚어주기보다는 관객들이 제 얼굴을 통해 각자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게 해야겠다 싶었다”면서, “시나리오가 있기 때문에 그 인물의 감정을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담겨질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제가 연기를 더 많이 해버리게 되면 관객들에게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방해 요소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치관은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로 협업한 노희경 작가의 영향이 미친 결과이기도 하다. 조인성은 노 작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배웠다”면서 둘 사이의 에피소드를 풀어놓기도 했다.

“원래 있는 그대로 다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은 처음부터 힘을 줘서 연기를 하면 특정 대사에 방점을 찍을 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다 버리듯이 대사를 하고, 감정을 주지 말라고 말씀을 해 주셨다. 그런 것들이 쌓여서 영향을 받게 되었고, 같은 방향성을 갖고 연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품의 안내자 역할을 하는 만큼 조 과장은 똑같은 장면으로 영화의 시작과 끝을 그린다. 이에 관해 조인성은 “결국 조 과장도 직장인이지 않나.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줬던 것 같다”면서, “첫 장면으로 하루를 열었고, 마지막 장면은 그 많은 사건을 닫는 느낌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장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뻑뻑하고 피곤함에 찌들어 있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휴민트’는 류승완 감독 표 액션과 멜로 장르의 결합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박건(박정민)과 채선화(신세경)가 보여주는 애절한 사랑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조인성은 오히려 “저는 멜로가 없는 게 좋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는 멜로를 많이 했고 사랑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저처럼 많이 한 배우는 자기복제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만약 제가 멜로를 한다고 했다면 드라마에서 했을거다. 드라마에서 멜로는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니까. 제가 영화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장르적으로 도전해보기 쉽기 때문이다. 사랑도 중요한 인간 사회의 문제이지만, 사랑을 포함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 그래서 조 과장이라는 캐릭터에 마음이 동했다.”

 

▲ 사진=NEW

그러는 한편 조 과장과 채선화는 유대감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미묘한 분위기를 풍겨 삼각관계의 전조를 보여주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했다. 두 인물의 감정에 관해 묻는 질문에 조인성은 “딱 정해서 얘기하는 건 좀 재미없지 않나.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다”고 답했다.

“‘시카리오’ 같은 작품을 보면 베니시오 델 토로와 에밀리 블런트 사이에 무언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그분들은 어떤 감정으로 찍었는지 알 수가 없고, 영화에서도 정답을 얘기해 주지 않는다. 그러면 감정이 있는 것처럼 느끼는 건 내 마음인거다. 조 과장도 선화에 대한 마음이 대승적인 마음으로부터 출발했지만, 그 속마음은 저도 잘 모른다. 보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서 의미를 부여하는 재미가 있게끔 연기를 하고 싶었다.”

‘휴민트’에서 조 과장은 주로 액션 씬에서 활약했다. 류승완 감독의 속도감 있는 액션을 소화하는 데 있어 “다 어렵다”고 말한 그는 “‘모가디슈’때도 카 체이싱하는데 어렵고 힘들었고, ‘밀수’ 때는 액션 합이 어려웠다. 저한테 어려움은 다 똑같다”고 말했다.

또 ‘액션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 “제가 액션을 잘하는지 정말 잘 모르겠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특별히 다른 기술이 있거나 남들이 모르고 있는 저만의 스킬이 없다. 액션은 저만 하는 게 아니고 다 한다. 류승완 감독님의 마법이 있지 않나. 류승완 감독님의 액션은 워낙 뛰어나지만, 조인성이 하는 액션이 특별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조 과장과 마찬가지로 난도 높은 액션 씬을 선보인 파트너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다. 극 중 ‘임 대리’ 역을 맡은 정유진은 조 과장과 콤비로 활약하며 의심과 신뢰 사이의 선을 타는 관계를 연기한 바 있다. 이에 관해 조인성은 “유진이도 어려운 캐릭터였을 거다. 씬은 많지 않았지만 조 과장과의 관계를 보여줬어야 했고, 아주 훌륭한 액션 씬이 나왔는데 준비 과정부터 쉽지 않았을 거다”라고 격려했다.

이어 그는 “가끔 유진이가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혼란스러워했을 때도 있었던 것 같다. 그건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에서부터 출발하는 건데, 지금 네가 해석하는 게 맞고 충분하다고 얘기해 준 적이 있다. 근데 유진이가 워낙 총명해서 캐릭터를 잘 만들어내더라. 훌륭하게 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사진=NEW

이번 ‘휴민트’에서 동고동락한 동료들은 실질적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온 조인성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인성은 “저는 저를 잘 모르겠지만, 경험은 무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해외 로케이션 촬영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호프’도 그렇고 외유내강 작품도 두 번 참여하면서 해외 촬영 경험이 많아졌고, 애환과 애로사항을 잘 안다. 그래서 이쯤이면 이런 마음이 들 거고, 이게 필요할 거라는 걸 나에 빗대어서 보게 되니까 그들로서는 헤아려준다고 본 것 같다. 또 주연 배우가 프로덕션과 배우들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각각 배우의 상태와 프로덕션을 알아야 화가 안 나는데, 모르면 화가 난다. 그런 부분들을 얘기해주면 결국에는 웃으면서 끝날 수 있다.”

이처럼 조인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작품을 할 때마다 미담이 따라오는 것에 대해 그는 “어머니가 보시면 ‘웃기고 있다’고 하실 거다”라고 말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촬영 현장에서의 솔선수범하는 태도를 지키는 것에 대한 이유로는 어렸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말했다.

“많이 외로웠었다. 제 스스로 외로웠어서 누군가를 더 지켜봐 주는 것 같다. 누구도 소외당하면서 이 현장에 있게 해주고 싶지 않은 마음, 우리 모두 사실 너를 신경 쓰고 있다는 관심을 주고 싶다. 일하는 공간이 더 따뜻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실 작품의 결과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과정이 행복해지면 그때 그 사람과 한 번 더 만나고 싶다. 이게 어른의 모습인 것 같고, 저도 좋은 어른이 되려 노력하고 있다.”

프로아구단 한화 이글스의 열혈 팬으로도 알려진 조인성은 한화 우승과 ‘휴민트’ 천만 관객 중 무엇이 더 간절하냐는 질문에 ‘휴민트’ 천만 관객을 선택했다. 그 이유로 “제가 여유가 있어야 누군가를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면서, “제가 하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고, 계속 한화 응원할 거다. 한화 팬들이 야구 없을 때 ‘휴민트’ 보러오셨으면 좋겠다”고 센스 있는 답변을 남겼다.

한편 최근 100만 관객을 돌파한 ‘휴민트’는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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