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유호경 기자] 12조원 규모의 대학 적립금을 사용 시점에 맞춰 운용할 수 있도록 투자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자금에도 일률적 투자한도를 적용하는 대신 대학이 운용방식을 선택하고 성과와 위험관리에 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자유기업원은 고광용 정책실장과 왕호준 연구원이 집필한 ‘대학 적립금 운용규제의 문제와 자율적 기금운용체계 구축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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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와자유 제31호. [사진=자유기업원] |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5회계연도 전국 사립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교비회계 누적 적립금은 12조2358억원으로, 학교법인회계까지 포함하면 약 12조8600억원에 달한다. 적립금 운용계획서상 기말 추정잔액 11조3694억원 가운데 46.1%인 5조2409억원은 사용 예정 시점이 10년 이상인 장기자금으로 분류됐다.
대학 적립금은 시설 신축·개보수, 장학금, 연구지원, 퇴직비용처럼 향후 지출에 대비해 마련한 자금이다. 자유기업원은 적립금 규모뿐 아니라 사용 시점, 운용방식, 교육·연구에 환류한 실적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5년 기준 대학 적립금 가운데 은행에 예치한 금액은 5조8187억원으로, 유가증권 운용액 1조7856억원보다 많았다. 보고서는 장기자금까지 단기자금과 같은 방식으로 운용하면 물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하락과 기회비용이 누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투자한도와 심의 절차도 개선 과제로 꼽았다. 현행 증권취득 한도가 원칙적으로 전체 적립금의 50%로 제한돼 2년 뒤 사용할 장학금과 15년 뒤 사용할 시설투자 자금이 같은 한도 안에서 관리되고, 기금운용심의회와 예산·회계 절차가 중첩돼 사용 시점과 위험특성보다 비율과 절차 중심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자유기업원은 10년 이상 장기적립금의 증권투자 한도를 우선 완화하고, 적립금을 단기·중기·장기로 나눠 사용 시점에 맞는 자산배분을 허용할 것을 제안했다. 장학·연구·건축처럼 목적별 회계는 유지하되 실제 투자자산은 통합 포트폴리오로 운용하고, 운용수익을 교육·연구·장학에 배분하는 대학별 지출정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운용방식은 대학의 자산 규모와 전문인력 확보 수준에 따라 선택하도록 했다. 내부 역량을 갖춘 대학은 직접 운용하고, 전문인력이 부족한 대학은 외부 전문기관에 맡기는 방식이다. 중소·지방대학에는 여러 대학이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공동투자풀을, 공공형 운용을 원하는 대학에는 별도의 법적 근거를 갖춘 공공 전문수탁을 선택지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정부 감독은 사전 투자통제에서 공시와 위험관리, 운용기관의 책임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자금의 사용 예정 시점과 자산배분, 장기 수익률, 외부위탁비용, 이해충돌 관계, 교육·연구 환류 규모를 공개하고 합리적 투자절차와 장기 성과를 중심으로 책임을 평가하자는 취지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대학 적립금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대학이 자금을 과도하게 쌓아두고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대학에 적립금 운용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대신 그 결과에 명확한 책임을 지우는 ‘규제 완화·선택권 확대·책임 강화’가 적립금 제도 개혁의 핵심 방향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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