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레슬링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큰 별이셨던 장창선 선배님께서 오랜 투병 끝에 영면(永眠)하셨다는 비보를 접했다.
한국 레슬링 후배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애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장창선 선배님은 1964년 도쿄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플라이급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는 대한민국 레슬링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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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일 별세한 '레슬링 영웅' 고 장창선 선생(오른쪽에서 두 번째)[사진: 대한체육회] |
이어 1966년 미국 톨레도에서 열린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한민국 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金字塔)을 세웠다.
당시 선배님의 세계 제패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들었던 우리 국민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안겨 준 역사적인 쾌거였다.
인천에서 태어난 장창선 선배님은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콩나물을 팔아 생계를 이어 가던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혹독한 훈련과 끊임없는 자기 극복을 통해 세계 정상에 오른 선배님의 삶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인간승리였다.
선배님은 선수로서만 위대했던 것이 아니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와 체육행정가로 활동하며 한국 레슬링 발전의 산파역(産婆役)을 담당했다.
특히 1980년대 대한레슬링협회 행정을 이끌며 이건희 삼성 회장을 협회장으로 모시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삼성의 이건희회장님의 적극적인 지원과 체계적인 선수 육성이 더해지면서 대한민국 레슬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세계적인 강국으로 도약했다.
이건희 회장님이 대한레슬링협회장을 맡았던 1982년부터 1997년까지 대한민국 레슬링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에서 수많은 금메달을 획득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 눈부신 성취의 중심에는 장창선 선배님을 비롯한 선배 레슬링인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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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선 선배님은 최근 10여 년 동안 병상에서 힘겨운 투병 생활을 이어 오셨다. 인간이라면 누구도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이치를 피할 수 없지만,
한 시대를 이끌었던 영웅이 오랜 세월 병마와 싸우다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고인의 영전에 서면 오늘날 대한민국 레슬링의 현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선배님들이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한국 레슬링의 위대한 전통과 세계적인 위상을 우리 후배들이 제대로 계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과거 대한민국 레슬링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수많은 메달을 획득하며 대표적인 효자종목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선수층 감소와 유소년 기반 약화, 지도자와 실업팀 부족 등으로 과거의 영광을 이어 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 우리 후배들이 장창선 선배님의 뜻을 되새기며 다시 일어서야 한다.
고인의 업적을 추모하는 가장 뜻깊은 방법은 단순히 지난날의 영광을 회상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선배님이 평생을 바쳐 일군 대한민국 레슬링을 다시 세계 정상에 올려놓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소년 선수의 조기 발굴과 육성, 학교와 실업팀의 기반 확충, 지도자 처우 개선과 전문성 강화가 시급하다. 또한 원로와 지도자, 선수, 행정가를 비롯한 모든 레슬링인이 개인과 조직의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전국의 레슬링 후배들은 이제 권토중래(捲土重來)의 각오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선배님들이 물려주신 투혼과 개척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레슬링의 새로운 중흥(中興)을 이룩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장창선 선배님께서는 비록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선배님께서 남기신 불굴의 투혼과 애국정신,
그리고 한국 레슬링을 향한 뜨거운 사랑은 우리 체육인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우리 후배들은 선배님께서 남기신 위대한 업적과 숭고한 뜻을 받들어 대한민국 레슬링의 옛 영광을 반드시 되찾겠다는 다짐을 고인의 영전에 바친다.
장창선 선배님, 그동안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으시고 편안히 영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冥福)을 빕니다.
2026년 7월 20일
1988년 서울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한국체육인회 사무총장
한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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