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오한길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4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재선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투표 결과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집중투표제’를 악용해 최씨일가가 표 배분 및 몰아주기를 통해 이사 지위를 연명했다는 새로운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것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총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점은 최윤범 이사와 황덕남 이사의 득표 차다. 5명의 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은 1560만8378표를, 최씨 측 추천인인 황 이사는 1560만8288표를 얻었다. 총 9299만 표가 행사된 거대 상장사 투표에서 이들 두 사람의 표 차이는 단 90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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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현장. [사진=연합뉴스] |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이 수치를 ‘통계적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최윤범 이사에 대해 ‘반대’를, 황덕남 이사에 대해서는 ‘찬성’을 권고했다. 따라서 해외의 상당수 기관투자자들이 ISS의 권고를 따랐다면 두 사람의 득표 차는 훨씬 벌어졌어야 한다.
하지만 이같은 ‘초박빙’의 결과는 최씨 일가와 회사 측이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을 미리 파악하고, 상대적으로 표가 모자랄 수 있는 최윤범 이사에게 가문의 의결권을 몰아주는 일명 ‘표 쪼개기’를 감행했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소수 주주의 이사회 진입을 위해 도입된 집중투표제가 오히려 지분율에서 열세인 경영권 행사 주체(2대 주주 측)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 1주당 선임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주주는 이 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주거나 여러 명에게 분산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예탁결제원으로부터 넘어온 기관투자자들의 사전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최윤범 이사의 당선권 확보를 위해 기술적 산술 계산을 마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은 집중투표제가 아니었으면 재선임되지 못했을 것이다”며 “이번 주총을 통해 그가 모든 주주의 지지를 받는 리더가 아니라, 2대 주주의 대리인임이 더욱 분명해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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