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유호경 기자]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소속 외국인 이주노동자 200여명이 새 임금체계에 불만을 품고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집단 가입했다. 인력난 해소를 위해 조선업계에 대거 유입된 외국인 인력이 사측에 대한 불만으로 ‘집단 세력화’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관련 업계의 노사관계에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노동계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와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등은 지난 14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직접고용 이주노동자 200여명이 금속노조 현중지부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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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가 HD현대중공업 E-7-3 이주노동자들에게 받은 ‘확인서’. [사진=금속노조] |
이들의 집단 행동은 지난 6월부터 적용한 ‘새 근로계약서’가 발단이다. 노조 측은 새 계약서에 기본급을 기존보다 17만~20만원가량 삭감하고, 인사평가 결과에 따라 기본급과 월 상여금을 차등 인상하며, 저성과자는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는 독소 조항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비자 연장과 본국 귀환 등을 우려한 이주노동자들이 사측의 압박 속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서명했다”며 “현재 직접고용 이주노동자 1600여명 가운데 320여명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확인서에 서명했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 노조 가입에 동참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HD현대중공업은 한 발 물러나 지난 3일 새 계약 서명 여부와 관계없이 식비 공제를 중단하고 2023년 1월 이후 공제액을 소급 반환한다고 밝혔다. 또 인사평가와 무관한 성과금 제도를 신설하겠다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와 이주노동자 측은 “기본급 삭감과 성과차등임금제 자체를 원천 철회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이주노동자들이 사내하청지회를 선택한 배경으로 고용허가제와 E-7-3 비자에 따른 사업장 이동 제한을 꼽았다. 정부는 이주노동자 도입 당시 무분별한 이탈로 인한 농어촌 및 제조업 현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사업주 동의 없는 이직을 제한하는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사업주 동의 없이는 이직이 쉽지 않은 만큼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노조를 통한 집단 대응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자 발급의 전제 조건이었던 제도적 의무는 피한 채 노동조합이라는 단체교섭권을 활용해 강제로 사측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사측은 현재 이주노동자들의 노조 가입 자체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사내하청지회의 교섭 요구에 대해서는 요청을 받아 공고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는 교섭 요구 이후 본교섭이 미뤄지고 있다며 조속한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조선업계가 구인난 해결을 위해 공들여온 외국인력 운용 방식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공정 안정화를 이유로 직접고용은 줄이고 협력사를 통한 간접고용으로 외국인력 채용 구조를 전환하는 시점이다”며 “이번 집단 가입 사례가 다른 조선소나 협력업체 이주노동자들에게 도미노 효과를 불러올 경우 향후 임금 협상이나 노사 갈등 양상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전개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외국인력 유입은 국내 인력 고갈 속에서 제조 원가와 생산 효율성을 맞추기 위해 도입됐다. 외국인 근로자의 정당한 권익은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지만 내국인 수준 이상의 임금 보전과 권리만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기업들은 굳이 비싼 비용을 치르며 외국인력을 유지할 이유가 없게 된다.
이는 결국 생산 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 제도 초기부터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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