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 팠더니 찾아온 엄청난 기회”…아이비, ‘시카고’로 美 브로드웨이 무대 입성

영화/뮤지컬/연극 / 임가을 기자 / 2026-06-23 14:15:39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한국에서 ‘록시 하트’로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른 배우 아이비가 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한다.

 

▲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한국에서 ‘록시 하트’로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른 배우 아이비가 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한다. (사진=연합뉴스)


아이비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시카고’ 브로드웨이 공연 진출 소감을 전했다.

아이비는 “한 우물을 오랜 시간 팠더니 엄청난 기회가 찾아와줬다. 많은 분의 도움으로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공연할 기회를 얻게 되어 너무나 큰 영광이다”라며, “대한민국 뮤지컬배우를 대표해서 가는 것이니 책임감과 함께 부담도 느껴지고 설레기도 한다.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은 어떻게 일을 할지 호기심도 많아진다. 가서 경험하고 와 보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또 자리에 동반한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아이비 배우가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한국 뮤지컬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지지 않았나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라며, “신시컴퍼니에서는 다리를 놔주고 서포트를 해준 역할밖에 없다. 본인의 결심과 노력으로 일이 성사되지 않았나 싶다. 아이비 배우의 열정과 엄청난 모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라고 말했다.

‘시카고’는 1975년 안무가 밥 포시와 작곡가 존 칸더, 작사가 프레드 롭에 의해 탄생한 뮤지컬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오래 공연되고 있는 미국 뮤지컬에 이름을 올리며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 라이선스 버전으로 처음 소개되었으며, 2007년부터 레플리카 프로덕션으로 이어져 24년간 흥행을 이어왔다.

 

 

▲ 2012년 '시카고' 공연 당시 아이비 [사진=신시컴퍼니]

 

아이비는 2012년 공연된 ‘시카고’ 한국 프로덕션에 ‘록시 하트’ 역으로 처음 무대에 오른 이후 2024년까지 6시즌에 걸쳐 600회 가까운 공연을 소화해 왔다. 특히 2024년, 2015년, 2016년 공연의 경우 한 시즌을 단일 캐스트로 소화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록시 하트’ 역을 맡은 배우로 이름을 올린 아이비는 “제 배우 인생 자체가 록시 하트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지금까지 뮤지컬 무대에 서 온 여정의 대부분을 이 배역이 갖고 있다는 것도 특별하게 다가오는데, 말 그대로 끝판왕 자리까지 간 거다. 다른 언어로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적 같은 일이고, 이런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으로부터 온 러브콜의 시작은 4년 전이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시카고’가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소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기에 바로 거절하였으나, 재작년 박 대표가 뉴욕에 방문했을 당시 다시 한번 같은 제안을 받게 되었다.

박 대표는 “2007년부터 현지 연출, 안무, 음악 감독들이 와서 배우들과 작업을 계속 해왔기 때문에 뉴욕 쪽에서도 아이비 배우를 잘 알고 있었다. 미국 교포 사회에서도 유명한 가수 출신이기도 하니 저희하고 생각이 맞아떨어졌다”라면서,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아이비 배우를 불러서 일생일대의 기회 같은데 한번 도전해 보자고 했다”라고 전했다.

아이비는 “4~5년 전에 브로드웨이 공연을 제안받기는 했었지만, 영어를 자기소개 말고는 거의 못 하는 수준이어서 아예 도전할 용기도 없었고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재작년에 다시 한번 제안받아서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 2024년 '시카고' 공연 사진 [사진=신시컴퍼니]


브로드웨이 공연 오디션은 무려 1년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3~4개월마다 오디션을 봐야 했던 아이비는 록시를 대표하는 넘버 ‘록시(Roxie)’와 ‘퍼니 허니(Funny Honey)’, 그리고 작품 특유의 긴 독백을 영어 대사로 소화해 영상을 찍어 보냈다.

3차에 걸친 오디션을 보고 있으면서도 아이비는 본인이 합격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제가 영어를 배운 지 1년 반 정도밖에 안 됐다”라면서, “‘시카고’라는 작품 자체가 굉장히 미국적인 작품인데, 한국 악센트를 가진 제가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말이 안 되는 일이라는 스스로 결론을 내렸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브로드웨이로부터 가장 많이 지적받은 부분도 발음과 악센트였다. 아이비는 “처음 1차 오디션을 봤을 때는 발음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았다. 한국 사람들과 미국 사람들의 그 모음을 발음하는 방식이 다르더라.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해서 2차 오디션을 봤고, 그다음에는 악센트에 관한 피드백을 받아서 수정해 3차까지 오디션을 진행했었다”라고 과정을 설명했다.

공연을 약 두 달가량 앞둔 지금도 아이비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부분은 발음과 악센트이다. 그는 “저를 가르쳐 주시는 원어민 선생님이 총 9분이시다. 비즈니스 영어도 공부하고 있고, 연기를 전공하신 보이스 액터나 실제로 무대에 서시는 분들이 봐주시고 있다. 이렇다 보니 주중에는 웬만한 학생들보다도 훨씬 더 바쁘게 지내고 있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 2024년 '시카고' 공연 사진 [사진=신시컴퍼니]


합격 소식이 전해진 후에는 동료들로부터 축하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아이비는 “조언보다는 축하를 많이 해주셨다. 이게 무슨 일이냐, 그게 말이 되냐, 너무 자랑스럽다며 주변에서 연락을 많이 주셨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양준모, 마이클 리, 김수하 등 외국 공연 경험이 있는 배우들도 아이비에게 격려를 전했다. 아이비는 “김수하 배우와는 ‘렌트’와 ‘아이다’를 같이 했는데, 제가 먼저 외국 진출 선배님으로서 한 수 가르쳐달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랬더니 ‘언니, 저는 송스루라서 대사가 없었다. 언니가 더 대단하다’라고 이야기를 해주더라. 외국 진출 선배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너무 감사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이비는 이번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크게 바라는 바는 없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저는 100% 토종 한국인이고 미국은 여행으로밖에 안 가봐서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다”라며, “그저 관객분들이 제가 하는 대사나 노래를 잘 알아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전달만 잘되면 성공이라는 목표를 세웠다”라고 전했다.

이어 아이비는 “물론 열심히는 하고 있지만,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고 해도 발음적인 면에서는 완벽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저 정도면 낫 배드(Not bad)’라는 평가를 들으면 참 좋겠다. 발음보다는 ‘시카고’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국 대표 뮤지컬배우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기에 포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아이비는 “생각만 해도 어깨가 무겁고 떨린다. 밤에 자기 전에 그 무대를 상상해 보면 갑자기 숨이 확 막힐 때도 있고 많이 두렵기도 하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아이비는 “그래도 보여드리고 싶다. 제가 뮤지컬 데뷔한 지 1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영어를 못하고 나이가 많아도, 스타가 아니어도 이런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이 많은 분들께 힘과 꿈과 용기를 드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미국에 있는 한인 분들이 많이 보러 와 주시면 더 힘이 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한편 아이비가 출연하는 ‘시카고’ 브로드웨이 공연은 오는 8월17일부터 뉴욕 앰버서더 극장에서 열리며, 13번째 열리는 국내 프로덕션은 오는 12월5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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