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의 편지’ 김용환 감독, K-감성과 서정성으로 완성한 5년 반의 여정

인터뷰 / 임가을 기자 / 2025-10-02 13:24:33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자극적인 콘텐츠로 가득한 극장가에 푸른 빛의 서정성으로 무장한 ‘연의 편지’가 도전장을 던진다.


애니메이션 영화 ‘연의 편지’의 연출을 맡은 김용환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의 카페에서 국내 언론들과 라운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 김용환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연의 편지’는 책상 서랍에서 우연히 의문의 편지를 발견하게 된 전학생 ‘소리’가 편지 속 힌트로 이어지는 다음 편지들을 찾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영화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감독은 “이 작품에는 선한 행동에서 오는 울림이 있었고, 편지의 진정성에서 오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이러한 ‘연의 편지’만의 감성과 애니메이션적인 재미와 감동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원작 웹툰 ‘연의 편지’는 2018년 연재 당시 9.98의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단행본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한 인기작이다. 이처럼 탄탄한 팬덤을 형성한 작품이었기에 애니메이션 영화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연재처인 네이버웹툰의 자회사 스튜디오 리코 소속으로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품을 제작하고 연출해 온 감독은 “웹툰을 처음 봤을 때 아름다운 여운이 오래 남았다”고 원작의 첫 인상을 말했다.

이어 감독은 “원작의 감성을 애니메이션으로 온전히 잘 옮겨내야 한다는 부분에서 감독으로서 책임감, 부담감이 컸던 것은 사실이나, 저희 제작진들이 이러한 감성을 애니메이션적으로 잘 옮겨내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하고 노력해서 완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기승전결, 완결성이 분명히 있는 작품으로 판단해 시리즈가 아닌 극장판으로 완성된 이번 영화의 제작 기간은 무려 5년 반으로, 완성도를 더 끌어올리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지와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한 예기치 못한 사태로 기간이 더욱 오래 걸리게 되었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특히 공을 들인 부분을 묻자 감독은 “청량한 여름날의 정서를 바탕으로 편지가 숨겨져 있는 장소들이 각각 특색 있고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가장 많이 신경 썼다”고 밝혔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 고유의 IP를 애니메이션화한 만큼, ‘연의 편지’ 속에서는 우리 주변의 익숙한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서울의 동호대교부터 하동의 시골 마을, 원주의 기차 건널목과 경북 지역의 철교처럼 다양한 스팟들이 애니메이션 세계에서 구현된다.

감독은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최대한 한국적인 정서가 가득 담긴 풍경들을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담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원작이 10화의 짧은 이야기인지 보니까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애니메이션에서 새롭게 만들어야 하기도 했다. 그러한 부분들은 실제 있는 공간을 찾기도 하고, 새로 만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마법 같은 일들을 그린 ‘연의 편지’는 현실과 판타지 경계를 오가며 색다른 감상을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에 감독은 “제작진들끼리 잡은 콘셉트는 ‘‘연의 편지’’는 마법이었을까, 아니었을까’같은 여운을 남기는 판타지적인 톤”이라며 애니메이션 연출에 있어서 초점을 맞춘 지점을 말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 일반적인 학교에는 없을 만한 다양한 공간이 나온다. 그러한 공간들이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저는 판타지적으로 느껴졌다. 이러한 판타지적인 부분을 애니메이션만의 재미를 주기 위해 감추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편지가 주는 진정성이나 메시지는 사실적이어야 했다. 그 중간 점을 잡는 부분이 어려웠던 건 사실이다. 두 요소의 균형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같은 이유로 가장 아끼는 장면은 주인공 ‘소리’가 눈을 감고 아지트 버스를 향해 걸어가는 시퀀스를 말하며 원작자인 조현아 작가 역시 같은 장면을 꼽았다고 전했다. 감독은 “원작 작품의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고, 웹툰으로는 함축적으로 표현이 됐는데 애니메이션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연출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최근 웹소설이 웹툰으로, 웹툰이 실사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는 미디어믹스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는 작품을 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고 원작 팬을 동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각색의 과정에서 원작의 의미와 매력이 퇴색되는 경우도 빈번해 비판이 따르기도 한다.

이번 ‘연의 편지’ 애니메이션도 미디어믹스의 일종으로 감독은 “‘연의 편지’만이 갖고 있는 이야기와 감성을 온전히 애니메이션에 옮기자는 것에 집중했다”며, “오랜 기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세심하게 준비했다”고 각색의 방향성을 말했다.

“원작을 유지하거나 각색하는 지점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작품은 원작만이 갖고 있는 이야기와 감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그러한 부분들을 잘 지켜내자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또 원작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는다는 건 팬들도 궁금했던 부분을 긁어주는 것이라 그런 부분에도 집중했고, 원작 팬이 아닌 분들을 위해 애니메이션적인 재미와 감동을 녹이는 것도 놓지 않았다.”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의 포인트는 “원작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찾는 것”이었다고 말한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반복해서 강조한 ‘편지’가 열쇠가 되었다고 말했다.

감독은 “편지를 찾는 과정 중 편지와 편지 사이의 장소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순서나 장소에 대한 각색이 있었다”면서, “동순의 과거 이야기에서 문제의 발단이 됐던 화재 사건 이후의 이야기가 원작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것 같아 관련 이야기가 추가되었고, 승규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조금 더 풀어냈다. 또 양궁부 설정이 들어가면서 양궁 대회가 등장하게 된다. 이외에도 여러 확장된 이야기를 추가해서 구성했다”고 디테일을 밝히기도 했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특히 감독은 “제가 자부하는 건 저희 제작진이 디테일의 끝판왕이라는 것”이라고 말해 세세한 설정을 많이 챙겼다는 데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중에서도 호연의 편지와 관련해 “호연이가 어떤 마음으로 이 편지를 썼을 지, 그리고 원작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편지의 이야기에 대해 생각했다”면서, “각본가님과 편지의 이야기를 더 만들어가서 캐릭터를 해석해 보려고도 하고, 그래픽을 총괄하시는 디자이너님이 직접 편지를 손으로 써보기도 했다”며 노력을 전했다.


이와 같은 노력은 원작자의 감격으로 이어졌다. 시나리오부터 캐릭터 디자인 단계까지 직접 참여한 조현아 작가는 영화제와 언론 배급 시사 때도 객석을 지키며 박수를 보냈다.

감독은 “‘연의 편지’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조현아 작가님이 무한한 신뢰를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영화를 보고 대기실에 오셔서 대화를 나눴는데 그때도 서로 감격해서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원작 순이 기사님의 모델이 되는 작가님의 할머님과 함께 영화제에 오셔서 관람하셨다. 만화로 볼 때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보니까 할머님이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재밌는 부분이 전달되어서 너무 좋았다고 하셨을 때 뿌듯하고 행복했다.”

지난해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먼저 공개된 ‘연의 편지’는 글로벌 관객들에게도 호평받았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북미 관객분들은 어떻게 보실까 궁금했는데, 끝난 후에 기립 박수가 이어지기도 했고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을 옆에서 봤다. 그걸 보면서 이러한 한국적인 이야기가 다 전달이 된다는 걸 피부로 느꼈기 때문에 글로벌에서도 많은 관심을 두고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쁜 마음을 전했다.

어째서 ‘연의 편지’가 모두에게 통할 수 있는 이야기로 작용할 수 있는지는 ‘보편적 정서’를 꼽았다. 감독은 “상황은 다를지 몰라도 각자가 한 번쯤 고민해 봤을 지점들이 떠올릴 수 있어서 많은 분이 공감해 주실 거로 생각하고, 해외 분들도 그런 지점에서 공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영화·시리즈·애니메이션을 막론하고 ‘도파민’이 솟구치는 폭력·선정적인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는 시장에서 ‘연의 편지’는 서정적인 매력으로 무장해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감독은 “저희 작품이 서정적이고 힐링 되다 보니까 도파민이 없을 것 같다고 얘기하시는 분도 있지만, ‘연의 편지’만의 감성에서 터져 나오는 새로운 도파민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재미있게 읽었던 댓글 중 하나가 ‘눈물 테러’라는 표현이었다. 이게 ‘연의 편지’만이 갖고 있는 새로운 도파민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어느새 가랑비에 서서히 스며드는 듯한 진한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비교한다기보다는 작품만의 매력과 감성에 집중해서 봐주시면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으실 거다.”

한편 ‘연의 편지’는 극장에서 절찬 상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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