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1990년대 말 대한민국을 온통 얼어붙게 만들었던 IMF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강태풍’이라는 이름석자는 굳세고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기개가 느껴진다. 하지만 강태풍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에겐 지켜야할 가족과 회사가 있었고, 동료가 있었다.
가수 겸 배우 이준호가 ‘태풍상사’의 강태풍으로서 힘들었지만 낭만이 있던 시대를 시청자들에 선보였다. ‘태풍상사’는 현실이 각박하고 힘들수록 현실에 매이지 않고, 오히려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살아가는 태도인 ‘낭만’을 담아내며 지금과도 너무 닮은 시대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 위로와 응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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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 강태풍 역 이준호 [사진=O3
Collective(오쓰리콜렉티브)] |
이준호가 출연한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연출 이나정·김동휘, 극본 장현,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이매지너스·스튜디오 PIC·트리스튜디오)는 1997년 IMF. 직원도, 돈도, 팔 것도 없는 무역회사의 사장이 되어버린 초보 상사맨 ‘강태풍’의 고군분투 성장기를 그렸다. 최종회가 10.3%의 시청률을 기록, 자체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준호는 ‘태풍상사’에 앞서 17년간 함께한 JYP엔터테인먼트와 아름다운 이별 후 1인 소속사 O3 Collective(오쓰리콜렉티브)를 설립하고 독립했다. ‘태풍상사’의 강태풍은 하루아침에 부친을 잃고, 무역회사의 사장이 되어버렸다. 온갖 시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며 ‘진짜 사장’으로 성장한 강태풍과 독립해 새롭게 시작하는 이준호는 어쩐지 닮아있었다. 이준호는 “2025년을 태풍이로 지내면서 저와 닮은 지점을 많이 찾으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그 덕에 몰입하기 좋았던 것 같다. 새롭게 출발했던 일 뿐만 아니라, 가족과 부모님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시기였다. 혼자 강태풍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이렇게 일찍 살았으면 어땠을까’ 되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쉽게 캐릭터를 놓기도 좀 어렵고 아쉬운 지점도 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팬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 ‘킹더랜드’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이준호가 선택한 ‘태풍상사’. 코로나 사태 이후 전 세계는 팬데믹 현상으로 불황을 겪고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97년 대한민국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 IMF 사태는 지금과도 닮아있다. 이준호는 공감했고, 태풍이를 닮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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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 강태풍 역 이준호 [사진=tvN] |
“전 세계가 불황이고 언제나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유난히 요즘 그런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고 모두가 자각해가는 시기다. ‘욜로했다 골로간다’는 말도 있었다. 이 드라마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지금 분들이 공감할 것 같아서 선택했다. 그때는 너무 힘든 삶이었지만, 모른 채 묵묵히 버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태풍이처럼 곁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버텨내 셨다. 태풍이의 순수하고 솔직한 모습을 닮고 싶었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슬프면 슬프고, 즐거우면 누구보다 크게 웃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러면서도 선을 지키는 멋진 캐릭터였다. 솔직해서 믿을 수 있는 캐릭터다. 나의 상사고, 형이었으면 했다. 남녀노소에게 사랑받을 캐릭터였다. 태풍이로서 동기화가 되는게 어렵기도 했지만 편했다. 연기도 뭔가 계획하거나 하지 않았고, 이런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는게 좋았다. 서로 주고 받는 호흡과 텐션이 즐거웠다.”
이준호는 강태풍을 연기한 것을 두고 ‘살아왔다’고 표현했다. 드라마 세트장과 소품만으로도 타임슬립 마치 한 듯 1990년대의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겼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강태풍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온실에서 장미를 개발하며 홀로 자신의 꿈을 키워온 인물. 이준호는 탈색, 염색 헤어스타일에 품이 큰 상의를 입고, 힙합에 빠져 바지로 바닥을 쓸고, 압구정을 거닐던 일명 ‘오렌지 족’의 모습을 구현해냈다. 또한 90년대 특유의 서울 사투리도 구사했다.
“IMF 시대적 배경이 겪은 분들은 향수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겐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다. 흔한 말로 연결고리가 되는 이야기였다. 레트로함을 구현하는게 재밌었다. 그 시절 방송이나 사진, 그런 것들을 보면서 캐릭터를 완성해 나갈 때 즐거웠다. 헤어 스타일은 쿨의 이재훈 선배님, 드라마 ‘미스터Q’의 김민종 선배님 스타일을 참고했다. 개성이 강한 시대인만큼, 고증은 다 다른 것 같아서 100% 구현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해냈다고 자부한다. 옷은 그 시절에 가수들 옷을 참고하고, 없던 옷들은 직적 만들면서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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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강태풍은 시대적으로, 상황적으로 여러 번 고비를 맞는다. 그럼에도 초보 사장 강태풍은 포기 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 과정에서 태풍은 태풍상사 직원들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았지만 서로를 붙들어 일으킨 순간 속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의미가 현실로 피어났다. 처음으로 태풍이 붙든 태풍상사 직원 오미선(김민하)을 시작으로, 잘 알지도 못한 슈박 사장 박윤철(진선규)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정차란(김혜은)과 함께 도왔고, 야반도주한 친구 윤성에게는 모든 것을 털어 쥐어줬다. 또 미선이 오갈 곳 없는 정미, 태풍 모자를 식구로 맞으며 염분이(김영옥), 오미호(권한솔), 막내 범이까지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태풍상사를 떠났던 직원 구명관(김송일), 고마진(이창훈), 차선택(김재화), 배송중(이상진)도 다시 돌아와, 힘들 때 모두 함께였다. 이들의 다양하고 단단한 연대는 ‘낭만’을 담아냈다.
“저는 IMF 시대하면 금모으기 운동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저희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셔서 엄청 바쁘셨다. 저는 그 시대만의 낭만이 존재했다고 생각한다. 꿈과 희망이 아무런 조건 없이 펼쳐지는 시기였다. 저희 부모님도 저를 앞집 아주머니께 맡기셨고, 놀이터 가면 친구들과 편하게 놀고 소독차 따라다녔다. 내가 기억하는 IMF는 너무 힘든 시기였으나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 시기를 이겨내려고 하는 부모님을 보고 자랐다. 극 중 범이랑 정미 엄마도 전혀 모르는 남남인데 새로운 가족이 된다. 범이가 그린 가족 그림을 보는데 찡하더라. 그게 우리 드라마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마지막회에 태풍이 정미 엄마를 위해서 집을 보러 간다. 근데 정미 엄마가 더 큰 집으로 같이 가자고 한다. 태풍이도 좋아하지 않나. 회사를 살리고 일으키는 것도 중요했지만,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가 중요했다.”
일명 ‘사장고백 씬’으로 일컬어지는 미선과의 3회 엔딩은 어쩌면 연대의 시작점이다. 미선은 태풍이 처음 선택한 회사 동료였고, 파트너였다. 태풍과 미선이 사랑에 빠지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돈도 없고, 팔 물건도 없는데요, 그래도 태풍상사의 상사맨이 되어주시겠습니까?’ 그 씬은 가장 좋아하는 씬 중에 하나다. 대본에 ‘진심을 담아서 애달프게’라고 쓰여 있었다. 태풍이 장미 꽃을 개량해서 개발에 성공했지만 모든 것을 놓은 상황이었다. 그 순간은 서로의 꿈을 이뤄주는 운명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둘의 로맨스는 그것부터가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리허설 할 때는 눈물나는 씬도 아니었는데,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정말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미선의 눈물을 보고 자연스럽게 울게 됐다. 감정을 숨김 없이 표현하는 태풍의 모습이 잘 표현된 것 같았다. 김민하 배우는 굉장히 솔직하고 숨김 없고 연기도 잘한다. 모든 것을 잘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대화는 많이 없는데, 연기할 때만큼은 어색함 없이 흘러가더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색함은 없었다. 촬영 중 생기는 마까지도 연기의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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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 강태풍 역 이준호 [사진=O3
Collective(오쓰리콜렉티브)] |
모친 정미를 연기한 김지영과의 호흡으로 대본과 달라진 장면도 있다. “4회 엔딩에서 정미와 집을 나오고 회사로 오게 된다. 정미 엄마와 눈물 훔치는 소파씬이 있다. 원래 그런 씬이 아니었는데, 정미 엄마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걸 닦아주는데 저도 모르게 울컥하고 나왔다. 연기하는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하다고 느낀 씬이다. 준만큼 돌려받은 느낌이었다.”
13회 역시 대본과 달라진 씬이 있다. ‘태풍상사’ 13회는 물류창고 방화 사건을 시작으로, 차선택의 배신을 눈치채는 등 감정이 휘몰아친 회차다. 그 중 현준에게 장갑을 양도해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태풍이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등장한다. 해당 가게 자리는 태풍의 부친이 종종 홀로 술잔을 기울였던 곳이기도 하다. 태풍은 그런 부친의 모습을 보고 지나쳤던 바. 이준호는 “처음으로 태풍이가 미소를 짓지 않은 한회다”고 기억했다.
“너무 처절하다고 생각했고, 처음으로 태풍이가 미소를 짓지 않은 한 회다. 끝까지 힘들어도 미소를 잃지 않는 햇살 남주였는데, 그 위기에서는 웃음지 지어지지 않았다. 소주 마시는 씬도 슬픈 씬이 아니었다. 현준에게 장갑을 못 받고 와서 아버지를 떠올리니 너무 슬프더라. 카메라 감독님이 바스트로 흘러나오는 감정을 담아주셨다. ‘같이 한잔 마셔 줄걸, 한잔 따라라도 줘볼걸, 이 쉬운걸 한번도 못 했어. 기다려줄줄 알고’라는 대사가 있다. ‘이 쉬운걸 한번도 못했어’ 대사가 트리거가 돼서 슬퍼졌다.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아픔이지만 내가 가족과 ‘이것 하나 못했을까’ 하는 생각에 슬픈 감정이 크게 와닿았다. 올해는 부모님의 건강도 생각하게 된 해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쏟아진 감정을 잘 담아주셨다. 선택과 싸우고 홀로 사무실을 치우는 씬도 원래는 긴 대사가 있었다. 근데 감독님과 촬영하면서 ‘대사 하지 않고 느끼는 감정만으로도 표현하고 싶다’고 제안해 수용해주셨다. 자연스러운 감정이 담긴 회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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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 강태풍 역 이준호 [사진=O3
Collective(오쓰리콜렉티브)] |
반면, 태풍과 태풍상사를 끊임없이 위기로 몰아넣는 빌런도 존재했다. 부친의 친구인 표박호(김상호)와 그의 아들 표현준(무진성)은 위기에서 벗어나 숨통이 트일만하면 태풍과 태풍상사의 숨통을 조여왔다. 희망을 전하는 전개 속 표부자의 끊임없는 등장은 결국 일부 시청자들을 지치게 만들기도 했다. 이준호는 웃으면서 “촬영하면서 이정도면 현준이와 거의 로맨스 씬이 아니냐고 했었다”고 전했다.
“16부작의 긴 호흡이 현실적으로 답답할 수 있겠지만, 사실 드라마 배경상 흐른 기간은 반년에서 1년 정도밖에 안된다. 표부자가 계속해서 가로 막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촬영하면서 현준이와 씬이 나올 때는 우리끼리 우스개 소리로 ‘이 정도면 거의 로맨스 씬이 아니냐’고 했었다. 두 사람이 만나기만 하면 한 프레임에 얼굴을 가까이 붙이고 으르렁 거린다. 스킨십만 없을 뿐이다(웃음). 그게 너무 즐거웠다. 버티는게 중요한 포인트 였기에 계속해서 시련이 등장한 것 같다. 압구정에서 철없이 놀던 아이가 나의 꿈보다, 모두의 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장이 됐다. 그로 인해 성장했다. 되게 현실적인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엔딩이 해피엔딩인 것이 판타지다. 누군가에는 없을 수도 있는 결말이다. 시대가 빌런이겠지만, 그게 아니라 현준이처럼 열등감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가로막는 존재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존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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