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지노' 이동휘 "최민식, 마에스트로 그 자체"

인터뷰 / 노이슬 / 2023-04-10 00:08:59

[스포츠W 노이슬 기자]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 저도 정팔이 죽었으면 했다. 정말 연기하기 어려웠던 게 저는 실제 그런 사람이 있으면 바로 손절이다."


'카지노' 시즌2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동휘는 가장 먼저 시청자들에 대공개 사과(?)를 했다.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왕'으로 군림하던 차무식(최민식)의 허무한 결말에 많은 시청자들이 분노했기 때문이다. 이동휘 역시 시청자들의 결말에 대한 반응에 공감했기에 그 반응을 더욱 이해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최종회가 공개된 '카지노' 시즌2는 카지노의 전설이었던 차무식이 위기를 맞이한 후, 코리안데스크 오승훈(손석구)의 집요한 추적에 맞서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시작하는 이야기로, 마지막 화가 공개되며 디즈니+에서 전 시즌 정주행이 가능해졌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양정팔  役 이동휘/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카지노' 시즌 2는 '민회장(김홍파)' 살인사건을 공모한 이들과 소정(손은서)과 필립(이해우)의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된 정팔(이동휘)과 상구(홍기준) 그리고 차무식을 향한 수사를 멈추지 은 오 경감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에 마지막회에는 권력의 맛에 잠식된 인물들의 충격적인 결말이 이어져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그중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양정팔이었다. 

 

종영 후 스포츠W와 만난 이동휘는 '카지노'의 반전 결말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응에 공감했다. 그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차무식이라는 캐릭터가 계속 우여곡절 끝에 살기를 바랐다. 차무식에만 이입하면 응원을 하게 된다. 끝까지 해내서 대미를 장식하고 다음 시즌의 여지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에 대한 공감을 한다"며 대국민 사과 아닌 사과를 했다.

 

이동휘는 '카지노' 시리즈는 처음부터 이 작품의 결말은 이런 인물에 불나방 같이 돈 때문에 모여서 허무하게 활활 타오른 남자의 모습을 그리자는 게 의도였다고 말했다. 강윤성 감독은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그런 결말을 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차무식은 기세로 밀어오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고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게 오히려 더 현실적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그런 선택이 잔상을 많이 남길 것 같아서 이런 선택을 하게 됐다. 정팔이가 나타나게 된 이유는 브릿지다. 제가 상상하기엔 정팔이가 확장시켜서 끌어나가기보다 얼마나 더 처참하게 결말을 맞이할까 생각했었다. 정팔이가 죽을 것처럼 10년간 시리즈가 진행됐다고 한다면, 나중에는 응원을 받지 않을까. 정말 장례식에 찾아가고 싶을 정도로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얄미운 역할이 처참하게 결말을 맺는 것도 이전 연대기에서 이어오는 유산처럼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양정팔  役 이동휘/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카지노' 시즌2 최종회에서는 양정팔이 6개월 뒤 등장한다. 드라마에 그려진 서사는 아니지만 이동휘는 혼자 상상해봤다. "정팔이가 그 6개월 동안 뭘 했을까. 하얀색 정장 입고 나타나서 얄밉게 끝을 맺는 결과를 보면서 정팔이가 차무식의 죽음으로 인해 굉장히 피폐하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부탁 드렸다. 차무식의 죽음 이후로 모든 돈을 들고, 중국이나 다니엘 둘중에 하나를 찾아가서 또 거짓말을 할 것 같다. 거짓말을 해서 연명하는 설정이라 생각했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의 왕은 아니다. 그냥 살려둔 정도다.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연명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그리고는 다시 거듭 사과의 말을 전했다.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 저도 정팔이 죽었으면 했다. 정말 연기하기 어려웠던 게 저는 실제 그런 사람이 있으면 바로 손절이다."

 

이동휘가 생각한 정팔은 자기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인물이다. "정팔이는 자기가 빚을 못 갚고 있으면서도 무책임하다. 저도 애정을 못 갖는데 남들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다. 비참한 결말을 맞이해야 권선징악을 해소하는 느낌이었다. 근데 그런 게 없었다. 정말 나쁜 사람인데 계속 잘사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적으로 어떤 사람을 봤을 때 우는데 눈물이 안 난다. 진심이 없는 사람. 제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우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정확하게 어떤 것을 표현할 수 있느냐를 봤을 때 진정성이 없는 사람이었다."

 

극 중 정팔이가 차무식으로 인해 딱 한번 눈물을 보인다. 이동휘는 정팔이의 눈물의 의미도 이해했다. "차무식에 따귀를 맞았을 때, '너 주위에 아무도 없어 인생 그렇게 살면 안돼'라고 할 때 50%, 나머지 50%는 화가 나더라. 정팔이는 웃고 떠들고 비위 맞춰주고 그런 인물이다. 자기주도적인 일을 하고 싶은데 매일 쳇바퀴 도는 것럼 처한다. 가수들도 레이블을 차린다. 정팔이도 내가 얼마나 이렇게 더 살 수 있을까 불확실한 미래와 지겨움에 대한 응어리가 쌓여 있다고 생각했다. 골프장에서 처참하게 무시를 당한다. 무능력함의 인물임을 자각시키는 차무식의 모습에 실망을 하고 삐딱선을 타고 결국엔 돈을 쫓는 인물로 그려졌다. 이 인물이 이해가 잘 안되서 사실은 절망적이었다. 저도 시청자 분들과 똑같은 마음이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양정팔  役 이동휘/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그러면서 이동휘는 "무조건 살아야한다는 생각만으로 원초적인 본능에 가까운 선택인 것이다.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인 것이다. 일단 나는 살고싶다는 생각으로 이유를 만들었다. 판단할 수 있던 시간도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정팔이 차무식에 분노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의 창고에서 소정(손은서 분), 필립(이해우 분)의 여권을 발견, 차무식의 극악무도함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정팔에게 소정은 어떤 의미였을까. 이동휘는 정팔이 소정의 집 창문으로 실루엣을 보며 전화하던 장면은 사실 마음이 끝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소정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 순간 연기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처음에는 실루엣을 보고 전화를 일부러 안 받는 것을 안다. 그 삶속에 찌들어 있는 정팔이는 소정도 서로가 비슷하게 산다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기대도 안 하게 되는 것이다. 나중에 묘지를 찾아간 것은 약간의 양심의 가책이다. 내가 소개 시켜 주지 않았으면 어딘가에 살아는 있었을텐데, 제가 차무식을 소개해준 후 벌어진 일이다. 그에 대한 일말에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이다. 이 꽃다운 나이에 나로 인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다. 부모님 돌아가신 것도 모르고 세상을 떠났다. 거기서 두 가지 감정이었다. 나도 이런식으로 필리핀 공동묘지에 있게 될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감상이었다. 빚을 갚아준 상황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이동휘는 차무식의 든든한 오른팔로 '카지노' 시리즈 촬영 내내 필리핀에서 최민식과 호흡했다. "많은 후배들에 존재만을도 귀감이 되는 배우다. 1시간씩 일찍 오셔서 모든 스태프들을 기다리게 하는 일이 없다. 그래서 저도 1시간 일찍 오게 됐다. 본인이 너무 스태프들에 대한 배려가 엄청난 것을 보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됐다. 그 누구도 먼저 조언을 구하지 않으면 먼저 말씀하지 않으신다. 계속 기다려주시고, 굉장히 주눅들지 않게 끔 부드럽게 포용을 해주신다. 늘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오게 만드는 존재였다."

 

촬영 당시는 코로나19 상황이 악화가 됐던 때다. 숙소에서 지내며 그 어떤 작품보다 대본을 많이 봐 집중도는 최고조였다. 최민식과는 정말 가족만큼이나 가깝게 지냈다."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촬영 끝나고 올때 까지도 같이 있었다. 선배님 방에 갔더니 포스트잇에 '동휘 방 번호'라고 적힌 것을 보고 생소하더라. 진짜 가족이 된 것 같았다. 방으로 전화를 주시더라. 식사부터 생활까지 거의 같이 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양정팔  役 이동휘/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강윤성 감독의 현장은 한 마디로 열려있었다.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나갔고, 손석구는 대사를 추가해 만들어낸 부분도 있다. 이동휘는 비속어 부분은 자신이 추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이 소정의 집앞에서 실루엣을 보며 전화한 후 꽃다발을 던지는 씬이다. "사실 꽃다발 던지는 씬은 급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5분 정도밖에 없었다. 대본상에서는 전화를 안 받네 그 정도였다. 그게 감독님과 회의 끝에 이 정도의 브릿지가 있어야 정팔이의 얼굴에서 기대감이 없어지는 개연성이 있을 것 같았다. 그 찰나의 순간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계속 빌다시피 해서 다른 것 찍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바로 자켓만 입고 바로 찍었던 장면이다. 옷은 제가 필리핀에서 산 제 옷이다." 

 

손석구가 분한 오승훈과 정팔은 사실상 대척점을 이뤘다. 덕분에 마주치면 신경전을 펼치는 모습이 많았다. '카지노' 촬영 당시 손석구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방영 중이었다. '나의 해방일지'가 넷플릭스에서도 서비스되며 필리핀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아지며, 손석구의 유명세를 실감케 했다. "많은 사람들의 개연성 문제와 인물 간의 입체적인 고민을 많이 해주셨다. 저도 생각하지 못한 자극이 됐다. 정말 많이 배웠다. 굉장히 훌륭한 배우의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맡은 바 역할을 완벽하게 오로지 연기만 생각하고 해준다. 제 역할만 보고 걱정할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걱정도 할 때가 있다. 그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게 끔 저도 연구했다."

 

이동휘는 "처음 촬영 초반에는 다들 석구 형을 몰랐다. 근데 '나의 해방일지'가 방영되고 나서는 호텔 로비에서 현지 팬들이 '석구 히얼?'이라고 물을 정도로 팬들이 알아보고 인기가 장난 아니었다"도 덧붙였다. 

 

꿈에 그리던 대선배 최민식과 호흡하고, 자신의 첫 글로벌 OTT 작품이 된 '카지노'는 이동휘에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선배님의 모든 씬이 눈에 선하다. 연기하다가 모니터를 빠져나와서 봤을 때 저게 정말 배우의 눈이구나. 저 눈의 힘으로 16부작을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진짜 마에스트로 그 자체다. 능수능란하게 지휘를 하신다. 상대에 따라 설정과 분위기를 채워나가는 것을 보면서 정말 많이 느꼈다. 모든 씬이 선배님이 없었으면 '카지노'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해서 너무 대단한 것 같다."


영광스러운 작품이지만 다른 의미로는 숙제가 됐다. "개인적으로 선배님과 연기를 하게 된 영광, 또 다른 장르로 개척한 지점도 분명히 있다. 제 캐릭터가 작품을 위해서 윤활유 같은 장면도 존재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다른 숙제가 됐다. 다음 작품을 선택하게 될 때에는 물론 작품이 원하는 바가 있겠지만, 앞으로 더 신중해지고 대중들이 원하는 기대하는 부분에 부응하고 만족 시킬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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