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세계적인 안무가 알렉산더 에크만이 거대한 ‘해머’로 딱딱하게 굳은 현대인의 자아를 내려친다.
12일 오전 알렉산더 에크만의 ‘해머’,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내한 공연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알렉산더 에크만 안무가와 카트린 할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예술감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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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알렉산더 에크만, 카트린 할 [사진=LG아트센터] |
알렉산더 에크만은 스웨덴 출신의 안무가로, 16살부터 로열 스웨덴 발레단에서 무용수 커리어를 시작해 21세라는 어린 나이에 안무가로 전향했다. 무용수로서 최고의 기량을 뽐낼 나이에 안무가로 전향한 것에 대해 그는 “의도적으로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시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에서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안무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만든 작품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경험을 처음 하고난 후 제가 가진 어떠한 아이디어를 구현해서 관객과의 대화를 촉발한다는 지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제부터 무용수가 아닌 안무가가 되겠다고 결정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안무의 세계에 빠져들며 새로운 시도로 넘어가게 됐다.”
올리비에 상에 노미네이트 된 2010년 안무한 ‘선인장(Cacti)’을 시작으로 ‘백조의 호수’, ‘한여름 밤의 꿈’, ‘PLAY’ 등 유럽의 유수 무용-발레단과 함꼐 50여 편이 넘는 레퍼토리를 창작한 에크만은 무대 위에 수만 개의 녹색 공을 쏟아내고 5천 리터의 물로 호수를 구현하는 등 파격적인 비주얼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에크만은 스스로를 ‘쇼맨십이 있는 안무가’라고 말했다. 그는 “늘 제가 직접 무대에서 보고 싶은 것을 구현하는 걸 목표로 삼는다”며, “그중 논란이 될 법하거나 감명을 주는 요소, 그리고 몰입시키는 요소를 무대에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과감한 장면들을 구현하고 있고, 동시에 에서 활용한 수만 개의 초록색 공처럼 같이 무용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오브제를 사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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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LG아트센터 |
“저는 무대가 갖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좋아한다. 엔터테인먼트라는 단어의 의미만 살펴보면 ‘시선을 사로잡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현재 무분별한 핸드폰 사용으로 인해 사람들의 집중력이 매우 저하된 상황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2시간동안 사로잡는 것은 굉장히 녹록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제 관심을 사로잡고 있고,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는 공연을 올리는 사람들에 대해 많은 존중을 갖고 있다.”
관객의 반응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기대치를 내려놓고 있다고 말한 예크만은 이번 내한 역시 한국 문화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관찰하고자 한다며 겸손한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안무가인 만큼, 관객들의 기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그는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이 점점 어렵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라면서, “큰 작품을 많이 만들어왔고, 소위 말하는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활동을 이어나가면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대치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때로는 무명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그 때는 많은 사람들이 제 작품을 흥미롭고 새롭게 느꼈는데, 현재는 신작을 만들면 ‘얼마나 좋은지 보자’라는 시선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아티스트로서 제가 할 일은 그럴 수록 더 내면으로 돌아가서 마음으로 비롯된 것에 집중하고, 기대치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통해 시대를 비추는 거울과 같은 작품을 만드는게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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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LG아트센터 |
이번에 올려지는 ‘해머’는 2022년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초연된 에크만의 최신작이다. 그리스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마주친 10대 청소년들이 대화를 나누다 핸드폰으로 촬영하기 시작하자 모두가 일상처럼 행동하지만, 점점 카메라를 의식하는 걸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에크만은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 중독에 시달리고, 저 스스로도 계속 핸드폰을 내려놓지 못하면서 내가 왜 계속 핸드폰을 들고 있는지 자문하기도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이 저 스스로에게도 큰 의미를 주는 것 같다”며 작품에 담긴 의미를 전했다.
작품에 입혀진 ‘망치’라는 제목은 극도의 개인주의의 원천인 딱딱한 자아(ego)를 깨부숴 보겠다는 에크만의 의지가 담겼다. 그는 “제가 생각하고 있는 우리의 자아(ego)에 대한 이론을 담고 있다”며 ‘해머’를 소개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타심, 이기심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자기중심적, 이기적이라고 하는 건 굳어진 자아를 뜻하는데 나이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30살 때부터 우리의 자아가 굳어지면서 독선적인 모습을 한 사람들이 보이게 된다. 이처럼 굳어진 자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의견을 교환하거나 소통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목인 ‘해머’가 그 자아를 부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균형 잡힌 자아를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그리고 있다.”
에크만의 ‘해머’를 구현하는 무용단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는 유럽 최고의 현대 무용단 중 하나로, 2023년에는 다미안 잘레 안무의 ‘카이츠(Kites)’와 샤론 에발 안무의 ‘사바(SAABA)’로 처음 한국을 찾아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바 있다. 댄스컴퍼니에 소속된 한국 출신 무용수 김다영과 정지완도 이번 ‘해머’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할 예술 감독은 “우리 컴퍼니의 정체성은 ‘다양성’과 ‘무용수의 역량’로 축약할 수 있다. 무용수들은 각각의 개성과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다양한 안무가들이 필요로 하는 요소를 작품에 자연스럽고 세밀하게 녹여내면서 하나의 집합적인 에너지를 무대에 올릴 수 있다”고 단체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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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LG아트센터 |
이에 에크만은 “할 예술감독의 지휘 하에 굉장히 훌륭한 창작 문화를 갖고 있는 컴퍼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곳의 무용수들은 겸허하면서 호기심이 많고, 훌륭한 연맹을 갖고 있는데 이러한 조합이 좋은 창작 문화 환경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유수의 댄스 컴퍼니와 활동하면서 각각의 컴퍼니가 실제로 어떤 상태에 있는지 진단할 수 있는데, 이 컴퍼니는 독특하고 특별한 문화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할 예술 감독은 에크만에 대해 “2시간 내내 관객들의 시선과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훌륭한 안무가”고 말하며 호평했다. 특히 그는 단체의 방향성과 공명하는 에크만의 작품 세계를 짚어내기도 했다.
“우리는 컨템퍼러리 무용을 추구하는 컴퍼니로서 동시대적이면서 시의성 있고, 사회와 말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주제와 목소리를 다루는 안무가들과 함께 작업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무용수들 뿐만이 아니라 보는 관객들로부터 영감을 불러일으키고자 하고, 사회의 성찰을 촉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해머’가 이런 지점과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사회를 반영하는 오늘의 목소리를 담고자 한다.”
흔히 말하는 ‘도파민’에 절여져 숏폼이 난무하는 시대, 집중력이 저하된 현대인들을 극장에 앉혀 2시간을 온전히 끌고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현시대로 공연에 위기가 찾아왔는지에 묻는 질문에 에크만은 희망을 답했다.
에크만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를 겪고 있고, 예술의 형태도 불가피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집중력이 점점 저하되는 가운데서도 실제로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오고, 그 동안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고 있다는 점이 아직도 큰 희망을 준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공연 중간에 관객들이 촬영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궁금한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해머’는 오는 14~16일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 후 21~22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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