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명성황후’로 백 번 무대 오른 신영숙 “마지막 시즌, 온몸 불사르겠다”

인터뷰 / 임가을 기자 / 2025-03-06 09:16:20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명성황후’ 역으로 100번 무대에 오른 신영숙이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이며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을 알렸다.


‘명성황후’는 조선 왕조 26대 고종의 왕비이자 격동의 조선을 마주했던 명성황후의 삶을 다룬 창작 뮤지컬로, 1995년 명성황후 시해 100주년을 맞이해 초연되었고 올해는 30주년 기념 공연의 막을 열었다.

 

 

▲ 사진=에이콤 


극 중 ‘명성황후’ 역을 맡은 신영숙은 최근 서울 종로구 소재의 인사라운지에서 SWTV를 비롯한 국내 언론들과 라운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신영숙은 ‘레베카’, ‘웃는 남자’, ‘맘마미아’, ‘디어 에반 핸슨’ 등 여러 굵직한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약해 온 뮤지컬 배우로, 1999년 데뷔 이래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명성황후’는 신영숙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1999년 작품의 앙상블, 손탁 역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그는 이후 2015년 20주년 기념 공연에서 타이틀롤을 꿰찼다. 또 6일 기준 명성황후 역 개인 통산 100회 공연을 달성해 기념비적인 순간을 맞기도 했다.

2021년 25주년, 2025년 30주년 공연까지 ‘명성황후’와 함께한 신영숙은 30년이나 사랑받아 온 이 작품에 대해 “30년이나 창작극이 이어질 수 있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라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기적은 ‘명성황후’가 그대로 멈춰있지 않고 어떻게든 다시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 덕분에 일어날 수 있는 것 같다. 이번 시즌은 전 시즌에서 활용했던 LED를 빼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살렸는데 그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한 번 더 반했다. 이런 것처럼 ‘명성황후’는 시대에 따라 변하면서도 작품이 계속 지켜나가야 할 품격을 고민하면서 연구해 나가는 것 같다.”

 

▲ 사진=에이콤


2021년 이후 5년 만에 ‘명성황후’ 무대에 오르고 있는 신영숙은 “‘명성황후‘ 한 작품만 소화하고 있는데도 굉장히 힘들고, 모든 걸 다 쏟아붓고 탈진해서 집에 가는 것 같다”면서 그 어느 배역보다 에너지 소모가 큰 작품에 임하고 있는 근황을 전했다.

“5년 전에 할 때보다 이번 시즌에 4배 이상 감정이 들어가는 것 같다. 리허설이나 연습할 때는 마지막 씬을 못할 정도로 죽고 나서 계속 오열이 나더라. 이번 시즌에 감정이 최고조에 달한 느낌이 들고 ‘너 5년 전에 연기 어떻게 한 거니?’라고 스스로 질문할 만큼 저한테는 훨씬 깊이감이 느껴진다. 원래 공연을 끝내고 나오면 팬들한테 포옹을 잘 해주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제가 안겨서 위로를 받는다.”

이번 30주년 기념 공연에 특히나 깊이감이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5년간 신영숙으로 살아온 시간이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야가 넓어지고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깊어지면서 명성황후라는 인물을 연기하는데 훨씬 몰입감이 든다”고 밝힌 그는 다양한 평가가 오가는 역사적 인물 명성황후를 작품 속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하고 있는지 설명하기도 했다.

“명성황후에 대한 평가는 너무 다양하지만, 그 시대에 살면서 남의 시선에 부응해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자기 주관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굉장한 용기와 담대함이 있었던 여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황후를 표현하기보다는 힘과 담대함을 가진 강인한 여걸로 표현하려고 했다.”

시간이 배우 신영숙에게 깊이감을 더해준 만큼, 작품도 발전을 거듭하게 했다. 노래로만 이야기를 진행하는 ‘성스루(sung-through)’ 방식을 차용했던 작품은 차차 대사를 추가하며 드라마적 요소를 강화했고, 이는 무대에서 직접 배역을 소화하는 배우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1막 장면 하나하나가 원대하다 보니까 장면 사이사이에 조금 끊기는 느낌이 있어서 5년 전에는 감정을 이어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대사를 약간 추가하면서 감정적으로 아주 매끄럽게 연결이 되게끔 해주셔서 제가 이 작품에 훨씬 몰입할 수 있게 만든 것 같다.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의 삶이 더 세심하게 이해가 간다. 다 실존 인물이니까 너무 안 됐다는 안쓰러운 생각이 들고,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시대 상황과 맞물려서 애국심도 발동해 감정이 더 진하게 나오는 것 같다.”

 

▲ 사진=에이콤

뮤지컬에서 드라마와 쌍벽을 이루는 음악적인 요소 역시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해 왔다. 오페라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선율은 ‘명성황후’의 클래식한 매력을 살리는 주 요인이기도 하다.

“요구하는 음역이 너무 넓고 오페라틱해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까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럼에도 현 시대의 뮤지컬과는 다른 클래식한 음악이 <명성황후>가 가진 매력인 것 같다. 너무 오래되지 않았나, 생각할 수 있지만 고전적인 색깔을 유지하면서 편곡은 신선하게 하려고 투자를 많이 한다. 모든 디테일이 쌓여서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섬세하게 신경을 쓰는 것 같고, 그런 부분들이 이 작품을 30년까지 끌고 올 수 있는 힘이 된 것 같다.”

이렇듯 신영숙은 데뷔 때부터 함께해 온 ‘명성황후’라는 작품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지만, “10년 동안 최선을 다했고, 30주년 공연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낼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명성황후는 30주년 ‘명성황후’일 것 같다는 생각에 공연을 시작할 때부터 결심했다. ‘명성황후’가 30년을 해 오는 기적 같은 일에 감사하게도 저를 한 번 더 불러주셨으니 마지막으로 온몸을 불사르고 장렬하게 마무리하겠다는 마음이다.”


‘명성황후’의 앙상블로 뮤지컬 여정을 시작한 신영숙은 어느덧 데뷔 27년 차, 대한민국의 대표 뮤지컬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그는 이제 단순한 개인이 아닌, 한국 뮤지컬계라는 큰 세계에 관심을 기울일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는 어떤 배역을 하고 싶다는 개인의 욕심보다는 배우 신영숙이 어떤 식으로 뮤지컬계에 작은 부분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작은 힘이라도 보탬이 되었을 때 기쁨이 굉장히 크게 왔다. 제 영향력이 생겼다는 걸 느끼니까 더 넓은 시야를 갖고 활동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신영숙이 설정한 새로운 이정표는 ‘세상 공부’다. 스스로를 뮤지컬 바보라고 칭한 그는 더 넓은 시야와 깊이를 위해 무대 이외의 땅도 많이 밟아볼 것을 예고했다.

“지금 생각으로는 1년에 많아야 세 작품 정도로 줄이고, 다른 시간에는 사람 신영숙으로서 세상 공부를 더 하려고 한다. 제가 너무 무대에서만 살다 보니까 뮤지컬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뮤지컬 이외의 것에 시선을 돌렸을 때 모르는 게 너무 많고, 그래서 여러 가지 공부를 더 한다면 제 배우로서의 삶이 훨씬 풍족해질 것 같다. 지금 계획은 한국의 100대 명산을 올라볼까 생각하고 있다.”

한편 ‘명성황후’는 김소현, 신영숙, 차지연, 양준모, 박민성, 백형훈, 강필석, 손준호, 김주택 등이 출연하며 오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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