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뇽 무대 오른 이혜영 낭독극, 韓 관객 만난다…서울국제공연예술제 10월 개막

문화예술일반 / 임가을 기자 / 2026-09-15 17:50:53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세계에서 주목받는 공연예술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오는 10월 막을 연다.

 

▲  (왼쪽부터) 김재훈 연출, 구자혜 연출, 배우 이혜영, 소프라노 임선혜, 윤상은 안무가, 최석규 예술감독 [사진=서울국제공연예술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제2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이하 SPAF)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예술경영지원센터 김장호 대표, SPAF 최석규 예술감독을 비롯해 구자혜 연출, 김재훈 연출, 윤상은 안무가, 배우 이혜영, 소프라노 임선혜 등이 참석했다.

올해 SPAF는 ‘예술의 다중우주’를 주제로 해외 초청작 7편, SPAF 협력예술가 작품 5편, 팸스×스파프 초이스 5편 등 17편의 공연과 창작랩 3편까지 총 20편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창작 과정과 공연예술의 주요 담론을 나누는 워크숍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최석규 예술감독은 “‘예술의 다중우주’는 속도와 효율이 중심이 된 AI·디지털 시대에서 예술의 역할은 개인의 스크린에 고립돼 속도를 쫓아가는 사람들을 극장이라는 공공의 공간에 모아 예술가들이 창작해 내는 다중의 우주를 함께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라면서, “예술이 어느 하나의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다른 시선과 감각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주제를 선정했다”라고 밝혔다.

주요 기획 방향으로는 ▲지역성과 초지역성 ▲아비뇽 페스티벌@SPAF 2026 ▲창작 미학의 경계 실험 ▲동시대 무용 언어의 확장 ▲차세대 예술가를 지원하는 ‘살롱 넥스트(Salon NEXT)’가 제시되었다.

 

▲ 사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지역성과 초지역성’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남미의 작품을 통해 각 지역에 축적된 기억이 서로 다른 역사와 경험을 만나 새로운 서사로 확장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세 번째 전쟁’은 독일어권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SPAF 협력예술가 박본의 오페라극으로, 가상의 세 국가의 전쟁을 통해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불안과 진실의 경계를 질문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과 SPAF의 첫 공동제작으로, 3년간의 리서치와 2025년 SPAF 시범 공연을 거쳐 올해 5월 ACC에서 초연을 올렸다.

작품에 참여한 소프라노 임선혜는 “제 역할은 ‘예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원래는 ‘인터넷’이라고 하려고 했다가 좀 더 넓은 범위로 이야기하기 위해 바꿨다. 온갖 검색어들이 난무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적대심을 키워왔고, 나도 모르게 혐오라는 정서를 만들게 됐는지 자신을 돌아보는 극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작품이 지닌 메시지를 언급했다.

서울아트마켓과 SPAF가 국내외 유통을 위해 공동 선정한 국내 우수 작품, 팸스×스파프 초이스에 속한 ‘뺨을 맞지 않고 사는 게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더라’는 혐오와 배제, 낙인의 삶을 살아온 1세대 트랜스젠더 여성 색자를 통해 한국 현대사와 퀴어 공동체의 역사를 기록한다.

구자혜 연출은 “2021년에 처음 만난 색자님은 주입식 교육처럼 제가 얼마나 소중하며 고귀한 존재인지 계속해서 말씀해 주셨고, 덕분에 제 삶이 많이 변했다. 이런 감각을 저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들에게도 같이 나눠주고 싶어서 공연을 만들게 됐다”라며, “색자님은 자신의 삶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소위 말하는 ‘음지’에 존재하는 시니어 트랜스젠더들의 삶을 반드시 알리기를 원하셨다. 다음 세대 퀴어들과의 연대를 위해 이 공연 무대에 꼭 서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라고 이야기했다.

 

 

▲ 사진=서울국제공연예술제

 

‘아비뇽 페스티벌@SPAF 2026’에서는 올해 한국어를 공식 초청 언어로 선정한 세계 최대 공연예술 축제 아비뇽 페스티벌과의 협력이 이어진다. SPAF는 낭독극과 연극, 무용, 포럼 등을 통해 두 축제의 예술적 교류를 다층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7월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세계 초연된 뒤 SPAF를 통해 국내 초연되는 ‘새’는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속 제1장 ‘새’를 각색한 낭독극이다. 프랑스 연출가 줄리 델리케가 무대화한 작품은 이자벨 위페르와 이혜영이 각각의 언어로 이야기를 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헤영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의 비극을 마주하는 작품이다. 저희는 그 책 중 제1부 ‘새’만 발췌해서 선보인다. 연출가가 그 부분을 원하셨고, 무대에서 낭독하기 위해 한강 작가님이 약간 손을 보셨다”라며, “1부에는 역사적인 장면이 있지는 않다. 두 친구의 우정과 연약한 인간들의 모습, 그리고 연약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인간이 힘든 여정을 떠나는 과정이 담겨있는데 저는 그저 아름답게 느껴졌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세계 초연 당시 한국 배우 최초로 교황청 무대에 올랐던 그는 “외국 사람들이 볼 때는 한국어가 낯설고, 이방인을 대하는 마음도 있었을 거다. 그분들이 어떤 기분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관객들 앞에서의 공연은 분명 다를 거다. 어떻게 보실지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창작 미학의 경계 실험’에서는 물질과 테크놀로지, 설치미술, 음악과 사운드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결합하며 공연예술 형식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SPAF 협력예술가 김재훈(EMT)의 ‘화성학 실습’은 ‘화성학’을 주제로 서양 음악이 한반도의 근현대사를 추적한다. 네 명의 퍼포머는 직접 제작된 신악기를 연주하며 화음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3인조 록밴드와 피아노 5중주가 더해져 무대를 채운다. 

 

▲ 사진=서울국제공연예술제


김재훈 연출은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은 건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연결되는 방법에 관한 질문이다. 저희 작품의 영문명인 ‘조화의 연습(Practice of Harmony)’이 작품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잘 표현해 주는 것 같다. 조화는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을 없애는 게 아니라, 함께 존재하면서 어떻게 다시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거다. ‘화성학 실습’은 그 가능성을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실험해 보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네 번째 기획 방향인 ‘동시대 무용 언어의 확장’에서는 몸을 말과 소리, 이미지, 기술, 사회적 질문을 담아내는 매체로 바라본다.

떵샤의 모던댄스 ‘메타발레: 비(非)-코펠리아 선언’은 발레가 만들어온 신체 규범과 미적 기준을 무너뜨린다. ‘모든 몸을 위한 발레’라는 워크숍에서 출발한 작품은 발레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다.

윤상은 안무가는 “저는 이 작품을 ‘보기 위한 발레’가 아니라 ‘하기 위한 발레’라고 표현한다. 아름다운 대상으로 존재하는 발레를 수행자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저한테는 그들의 몸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이 발견됐던 것 같다”라면서, “2년 전 초연과 달리 이번에는 휠체어 이용자 퍼포머와도 함께한다. 이들의 발레는 어떨지 계속 탐구하고 있다. 공연을 보러 오신다면 익숙하게 알고 있던 발레의 이미지를 잠시 내려놓고, 각기 다른 몸이 만들어내는 발레를 통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봐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살롱 넥스트’를 통해서는 차세대 예술가의 새로운 시도와 성장을 지원하며, ‘아시아 극작가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 창작자 간 국제 협력을 이어간다.

신촌극장 전진모 연출의 큐레이터십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참여하며, 최현비·정찬동의 쇼케이스 ‘복제인간 시 & 천둥과 번개’를 선보인다. 또 축제비평 ‘공연예술 큐레이터십과 축제 드라마터그’를 통해 동시대 공연예술축제의 큐레이터십과 역할, 다음 세대 창작자·비평가·기획자의 연대와 미래를 논의한다.

한편, 제2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오는 10월 8~25일, 국립극장,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대학로극장 쿼드 등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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