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음향 ‘속닥속닥’의 힘 커”…부국제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

임가을 기자

coneylim64@gmail.com | 2026-11-03 06:30:37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을 장식한 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 극장가에 상륙한다.
 

▲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을 장식한 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 극장가에 상륙한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김종관 감독을 비롯해 김민하, 주종혁, 한선화, 장률, 심은경, 김동휘, 전소영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하나의 계절이 흐르는 동안 한 카페에서 머물다 간 낮과 밤의 대화를 담은 영화로,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 등을 선보인 김종관 감독의 신작이다. 개봉에 앞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전석 매진을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김 감독은 하나의 공간에서 하루 동안 네 가지 대화가 이어지는 형식을 시도했던 전작 ‘더 테이블’에 이어 한 카페에서 만난 여덟 남녀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그는 “‘더 테이블’은 7일 동안 찍었는데 촬영하러 가면 매번 바뀌는 배우들이 다채로운 연기를 하고, 저는 그걸 첫 관객이 돼서 보는 것 같아서 신났다. 그런 영화를 한 번 더 만들어보고 싶었다”라며, “나름 그 영화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이런 작업을 제 시그니처 프로젝트처럼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번 영화를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인생의 한순간들을 잘 들여다보고, 그것들을 보는 것만으로 어디서 흘러왔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생각하게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며, “작고 사소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장대한 스케일과 자극적인 소재 없이, 일상적인 공간 안에서 오가는 대화와 그 속에 깃든 미묘한 감정만으로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작품은 제작하는 것만으로도 도전 의식이 필요했다. 김 감독은 “이런 영화를 만드는 게 너무 힘들다. 투자를 받고 제작되는 게 쉽지 않은데, 그럴 때 제일 크게 힘이 되는 게 스태프들이랑 이 영화에 열정과 선의를 주는 배우들이다. 그래서 이 작업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인가가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 사진=케이무비엔터테인먼트

이번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여덟 배우는 둘씩 짝을 지어 ‘한여름 밤의 꿈’, ‘아직 나인 사람들’, ‘이.순.불’, ‘가을 이야기’ 에피소드에서 대화를 이어나간다.

먼저 김민하는 간밤에 묘한 꿈을 꾼 여자 ‘유진’ 역을 맡아 주종혁과 함께 ‘한여름 밤의 꿈’ 에피소드에서 호흡한다. 김 감독은 “김민하 배우는 ‘파친코’에서 연기적으로 반했고, 개인적으로도 뵌 적이 있어서 이 분의 자연스러움을 잘 이용하고 싶었다. 뮤직비디오 작업도 같이 했었는데, 이 영화의 결에 잘 맞는 것 같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김민하는 “처음 읽었을 때는 누군가의 일기장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컸다. 근데 그 일기장이 여러 겹으로,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듯했다. 한 공간에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구나 싶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이 되고 영상이 되는 게 너무나 매력적이었다”라고 시나리오를 처음 만났을 때의 감상을 밝혔다.

또 김 감독의 오랜 팬을 자처한 김민하는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따뜻한 현장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촬영하고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내향인들만이 내는 특유의 음향이 있다고 느꼈다. 그 확실하고 고집스러운 ‘속닥속닥’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크고 우렁찬 목소리만이 음향이 아니라는 걸 느껴서 이 영화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서로 내향인이라 약간의 거리를 두고 개인적인 공간도 줘서 더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촬영했다”라고 말했다.

 
▲ 사진=케이무비엔터테인먼트

김민하와 함께 호흡을 맞춘 주종혁은 시계 장인을 꿈꾸는 남자 ‘현오’ 역을 맡았다. 그는 카페에서 시계 조립에 열중하며 친구에게 간밤에 꾼 꿈과 우연히 목격한 여자에 대해 말하게 된다.

주종혁과 김민하는 다른 에피소드의 주연들과 달리 직접 대면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없다. 이렇듯 독특한 관계성을 소화한 것에 관해 그는 “유진과 현오는 한 프레임에 나오는 게 3초 정도 된다. 저는 그 순간 느꼈다. 환상의 호흡이구나. 들숨날숨의 박자가 완벽해서 그 공기가 2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주종혁은 “저희는 촬영 끝나고 처음 인사를 했다. 민하 씨가 촬영했고, 저는 그 영상을 보고 제 연기를 했다”라고 말했고, 이에 김민하는 “저희 커플의 묘미는 닿을락말락 한, 간질간질한 게 있다. 저희 에피소드를 다 보고 나서 되려 궁금증을 유발하는 게 매력이지 않나 싶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두 번째 에피소드 ‘아직 나인 사람들’에서는 한선화와 장률이 만났다. 먼저 한선화는 중학교 시절에 알고 지내던 친구 ‘영민’과 우연히 만나 세상의 비밀에 관해 들려주는 ‘상미’ 역을 맡아 개성 있는 매력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한다.

김 감독은 “한선화 배우의 역할은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역할이다. 그걸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이 대본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았다. 이 분의 파괴적인 연기력을 알고 있어서 시나리오를 줬다”라며, “리허설을 많이 했는데 배우가 가진 엄청난 에너지를 감탄하면서 봤다”라고 말해 캐스팅에 관한 만족을 드러냈다.

 
▲ 사진=케이무비엔터테인먼트

장률은 카페에서 일하다 갑작스럽게 ‘상미’와 재회하게 된 남자 ‘영민’ 역을 맡아 활약한다. 그는 “시나리오를 여행을 떠나는 길에 받아서 읽었는데, 극 중 영민과 상미의 에피소드가 일상 속 여행 같다고 생각했다. 상미가 영민에게 주는 에너지나 이야기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것 같아서 이 작품에 더 끌렸다”라고 말했다.

‘아직 나인 사람들’ 에피소드 대부분의 분량에서 한선화는 액션을, 장률은 리액션을 하며 전개가 흘러가게 된다. 이에 장률은 “저희 커플은 잘 맞는 것 같다. 말의 분량이 정확히 한쪽에 쏠려있다”라고, 한선화는 “장률 선배님이 보내주신 눈빛의 앙상블은 잊지 못할 정도다. 상미를 받아주는 훌륭한 상대 배역이지 않았나 싶다”라며 찰떡같았던 호흡을 자랑했다.

세 번째 에피소드 ‘이.순.불’에서는 심은경, 이희준이 주연으로 분했다. 이 중 심은경은 새침하고 꼿꼿한 태도의 인기 웹소설 작가 ‘혜진’으로 분해 소설의 드라마화를 위해 ‘혜진’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영화감독 ‘동남’과 함께 작품의 코미디를 책임진다.

심은경은 “김종관 감독님의 영화적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여백을 어떻게 연기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각 캐릭터의 자세한 히스토리가 장면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대사와 상상력으로 풀어내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연기에 녹여낼지 고민이 많았다. 감독님 덕분에 새로운 캐릭터와 연기적으로 큰 도전을 할 수 있게 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기존에 심은경이 맡아온 배역과는 또 다른 개성이 돋보이는 캐릭터로, 그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이러한 도전을 잘 수행해낼 수 있는 비결은 현장의 편안한 분위기에 있었다.

 
▲ 사진=케이무비엔터테인먼트

심은경은 “감독님 현장에는 신기한 기운이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묘한 힘이 있는데 감독님 현장만의 매력”이라며, “첫 컷을 찍을 때는 너무 긴장했지만, 그 이후에는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 흐름을 타고 한번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긴 것과 동시에 감독님도 한마디씩 응원해주시니 생각지도 못했던 애드리브를 하게 되고, 점점 아이디어가 솟아 나오더라”라고 이야기했다.

또 심은경은 ‘상미’와 ‘동남’ 커플만이 지닌 매력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안 맞는 것”이라는 유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제가 연기한 혜진은 동남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데, 그런 와중에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점 스며든다. 관계를 맺어가면서 서로 잘 맞지는 않아도 같이 맞춰나가려는 모습이 어설프면서도 사랑스럽게 보인다”라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가을 이야기’ 에피소드에서는 전소영, 김동휘가 클래식한 이별의 서사를 선보인다. 전소영은 아이돌 데뷔를 앞두고 오랜 연인 ‘종수’와의 이별을 선택하는 ‘나경’ 역을 맡아 첫 스크린 연기를 펼친다.

전소영은 “감독님께 시나리오를 받고 나경의 인생에서 큰 터닝포인트가 되는 순간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글이 너무 좋았고, 저희 이야기뿐만 아니라 선배님들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각자의 매력이 담겨 있어서 꼭 해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못했던 캐릭터라 도전한다는 느낌으로 감독님께 많이 의지하면서 작업했다”라고 이야기했다.
 
▲ 사진=케이무비엔터테인먼트

특히 그는 아직 개봉하지 않은 첫 영화 ‘흐린 창문 너머의 누군가’에 이어 두 번째 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까지 김 감독과 함께하며 인연을 공고히했다. 이에 전소영은 “스크린 안에서 배우로서 잘 몰랐던 것들이 많았는데, 시선 처리부터 말투까지 하나하나 섬세하게 알려주셨다. 배운 점이 정말 많은 현장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전소영과 호흡을 맞춘 김동휘는 오랜 연인과의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종수’ 역을 연기한다. 김 감독은 “김동휘 배우는 김민하 배우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내가 쓴 대사를 어떻게 저런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자기화할 수 있을까’ 하는 매력 때문에 캐스팅했다. 처음 리딩할 때가 잊히지 않는다. 이 배우에 대한 안도감이 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김동휘는 ‘낮과 밤은 서로에게’의 관전 포인트를 짚으며 곧 극장에서 만날 관객에게 인사를 전했다. 그는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고 다시 카페에 갔을 때 모르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에 시선이 한 번 더 갔으면 좋겠다. 카페에서 무심코 옆을 봤는데 사람들이 심각해져 있으면 무슨 얘기를 하는지 궁금하지 않나. 저희 영화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일상 속에서 영화를 한 번 더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오는 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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