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채민, ‘폭군의 셰프’로 두마리 토끼를 잡다

노이슬

hobbyen2014@gmail.com | 2025-10-11 07:00:37


[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배우 이채민은 ‘폭군의 셰프’ 촬영 20일도 채 남지 않았을 때 긴급 대체 투입됐다. ‘로코’를 자신의 최애 장르로 꼽고, 장태유 감독의 팬이었던 이채민에게는 도전이자, 다시 없을 기회였으나 녹록치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채민은 모든 우려를 딛고 ‘이헌 그 자체’, ‘사극이 퍼컬(퍼스널 컬러)’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성덕과 인기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채민은 대세 반열에 합류했다.

이채민은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연출 장태유, 극본 fGRD,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필름그리다, 정유니버스)에서 조선시대 폭군이자 미식가 이헌 역으로 열연했다. ‘폭군의 셰프’는 프렌치 셰프 연지영(임윤아)가 과거로 타임슬립해 최악의 폭군이자 절대 미각의 소유자인 왕 이헌을 만나며 벌어지는 서바이벌 판타지 로맨스 코미디다.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이헌 역 이채민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



 
올해 tvN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달성한 ‘폭군의 셰프’는 최종회가 수도권 17.4%, 최고 20%, 전국 17.1%, 최고 19.4%(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데 이어, tvN 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비영어) 부문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추석연휴 팝업 스토어를 오픈, 스페셜 방송과 연속몰아보기 등으로 종영의 여운이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또한 10월 첫 주 넷플릭스 비영어 부문 3위를 차지하며 여전히 사랑 받고 있다.

이채민은 당초 캐스팅됐던 배우 박성훈이 일련의 사건으로 부득이하게 하차한 후 이헌 역으로 긴급하게 대체 투입됐다. 촬영이 20일도 채 남지 않았을 때, ‘폭군의 셰프’라는 기회를 마주했다. “회사에 함께 리딩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고 하더라. 미팅 장에서 감독님을 만나서 리딩도 하고 얘기를 나누고 그렇게 미팅이 끝났다. 며칠 뒤에 함께 하자고 연락을 주셨다. 그때가 본격 촬영이 열흘에서 20일 남짓 남았던 것 같다. 제 스케줄 조정도 필요해서 첫 촬영을 시작한 후 며칠 뒤에 제 촬영도 시작됐다.”
 
앞서 이채민은 본 기자와 ‘일타 스캔들’ 인터뷰 당시 장태유 감독에 대한 팬심을 드러냈다. 과거 시청자와 감독이라는 관계에서, 함께 호흡하는 헙업 관계가 되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다. 이채민은 “첫 만난 장소에서 감독님께 평소 팬이었다고 말씀을 드렸다. 함께 하자고 해주셨을 때는 정말 꿈만 같았다”고 회상했다. 제가 중학교 때 감독님 작품을 봤는데, 10여년이 흐른 지금 감독님께 제안을 받았다. 그 자체가 인생에 있어서 몇 없는 성공한 덕후가 된 순간이다. 촬영하면서 더더욱 사랑하게 됐다. 정말 저한테 아낌없이 퍼주셨다. 많이 도와주시고 섬세하게 디테일도 잡아주셨다. 어느 순간부터 ‘너대로, 너를 믿고 연기해라’, ‘네가 이헌이다’라면서 마음대로 표현하라고 용기를 북돋아주셔서 자신감 있게 했다. 따뜻하고 아버지 같은 분인데,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다.”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 이헌 역 이채민 [사진=tvN]
 
부담감은 당연했고, 그럼에도 어렵게 찾아온 기회인 만큼 잘 해내고 싶었다. 이채민은 조선시대 왕 이헌 역할이기 때문에 사극 말투는 기본, 서예, 장도, 승마, 궁술 등 다채로운 액션을 모두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얻었다. 그는 촬영 시작 전까지 집에서 홀로 연습하면서 준비했다. “사극 말투는 연습이 많이 필요했다. 이준호 선배님의 ‘옷소매 붉은 끝동’ 같은 기존의 드라마 보면서 따라하면서 혼자 연습했다. 승마나 서예는 시간이 날 때마다 했고, 실전에서 많이 연습했다. 액션도 현장에서 많이 연습했다. 다행이 큰 부상은 없었다. 다만, 말을 잘 못 타서 말이 저를 무시했던 것 같다. 친해지지 못하다가 중간 쯤에는 달릴 정도로 적응했었다.”

반면, 이헌은 사화로 왕좌에 오르며 폭군이 됐지만, 조선시대로 타임슬립한 연지영(임윤아)과는 로맨스를 선보여야 했다. “이헌은 복합적이고 입체적이다. 폭군 같은 면모도, 로맨틱함도, 미식가의 측면도 있다. 그 모든 베이스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 솔직함이다. 폭군의 성향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드러난다. 지영과의 로맨스는 설레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소년미도 있고, 때론 성숙하게 로맨스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솔직한 감정에 집중했다.”
 
‘폭군의 셰프’는 시공간을 초월한 연지영과 이헌이 재회하며 해피엔딩을 맞지만, 첫 만남은 순탄치 않았다. 그의 첫 촬영은 연지영이 비빔밥을 만들어주는 씬이었다. 이채민에게는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됐다. “첫 촬영은 멘붕 상태로 촬영장에 갔다. 근데 이헌도 자신을 왕대접을 해주지 않는, 왕으로서 처음 느껴보는 상황이다. 막막함을 가지고 촬영장에 간 저에게는 그런 이헌의 당황스러운 감정이 도움이 됐다. 지영이 처음 요리를 해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첫 단추를 나름 좋은 씬으로 채운 것 같았다.”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이헌 역 이채민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



 
로맨스로 처음 만난 선배 임윤아는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하고 감사한 파트너였다. “처음부터 선배님께서 제가 편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노력해주셨다. 선배님 덕분에 빠르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호흡을 맞추는 것도 편했고, 아이디어가 있으면 서로 소통하면서 함께 만들어나갔다. 선배님은 캐릭터로만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시고, 아이디어도 많이 내시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심도 들었다. 윤아 선배님과는 어떤 역할이던지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씀드렸었다. 꼭 다시 만나고 싶다.”

임윤아와의 케미에 호평이 이어졌지만, 현대에서의 재회 엔딩은 일명 ‘회피엔딩’으로 불리며 호불호 반응이 갈렸다. 이채민 역시 이를 알고 있다며 “지영과의 로맨스를 너무 예쁘게 담아주셨다”며 만족해했다. 저는 3회에서 지영을 끌어당겨 ‘과인은 너로 정했다’ 할 때, 7회에서 ‘나의 반려가 되어다오’ 하는 고백 씬, 12회 현대 재회 씬이 아름답게 담긴 것 같아서 만족한다. 이헌이 현대로 오게 된 과정이 생략됐지만, 이헌으로서는 충분히 절절하게 이별했다. 현대에 와서 바로 만난 것이 아닌,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웃음). 약조를 지키면서 끝나는 엔딩이다. 그래서 백허그를 받아들이고 키스하는 재회 씬이 좋았고 만족한다. 이헌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한다.”
 

이채민에게는 ‘먹방’이라는 숙제가 주어지기도 했다. ‘폭군의 셰프’는 프렌치 셰프 연지영이 조선시대에 맞춰 선보인 퓨전 프렌치 요리 등을 먹고 반응하는 사람들의 병맛 CG가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헌은 고초장 비빔밥을 시작으로 슈니첼, 마카롱, 비프브루기뇽 등 등장하는 모든 음식을 먹은 유일한 캐릭터다.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이헌 역 이채민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tvN]




“저도 많이 고민했고, 그런 컷은 만화적인 요소가 가미 됐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고독한 미식가 ‘를 보면서 표정이나 몸짓, 맛 표현을 집에서 혼자 따라해 봤다. 항상 먹으면 저는 눈을 감았다. 이 음식의 특징과 킥을 생각하면서 특징들을 살릴 수 있을만한 반응들을 촬영 전에 찾아보려고 했었다. 이헌만의 표현들을 만들어 내려고 했다. 집에서 혼자 오래 씹는 껌이나 사탕을 먹으며서 최대한 절제하면서 연습했다. 입을 클로즈업 하는 것은 부담스럽더라. 가장 부끄럽기도 하면서 힘들었던 게 사슴고기를 먹고 갈대 밭에서 혼자 서서 만끽하는 씬이다. 실제 갈대밭 한가운데 혼자 서서 연기했어야 했다. 부끄러웠지만 가장 만족하고 제 스스로의 틀을 깬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본 먹방 CG는 마카롱 먹을 때다. 디스코 노래가 나올지 상상도 못했다. 단맛을 먹으면 순간 머리가 핑 돌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디스코가 나올지 몰랐다(웃음).”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은 슈니첼이다. “저도 먹는 것을 좋아한다. 저는 행복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촬영할 수 있어서. 많이 먹어야 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맛있는 것을 먹는 것에 위안을 뒀다. 음식도 저희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오래 찍다 보니 끊임없이 먹게 됐다. 슈니첼을 제일 많이 먹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찍자고 하셨다. 실제 돈가스를 좋아한다. 근데 감독님이 너무 맛있게 먹는다고 해주셔서 시간이 지나면서 튀김이 눅눅해졌지만 산딸기 잼과 타르타르 소스 조화가 좋았다. 비프브루기뇽(우대갈비) 마카롱도 맛있었다.”

하지만 이채민도 이해할 수 없던 먹방씬이 있다. 바로 생사를 오가는 동생 진명대군을 위해 연지영이 만든 음식을 탐하는 것이다. “아픈 동생을 줄 음식 앞에서 숟가락을 같이 든 모습은 지영을 위함이라고 이해했지만, 저는 딜레마였다. 침을 꿀꺽 삼켜야 하나까지 고민했다.”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이헌 역 이채민 [사진=tvN]



 
이채민은 ‘폭군의 셰프’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반응은 ‘이헌 그 자체’라는 말이다. ”’이헌 그 자체’라는 반응을 봤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배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뿌듯하고 성취감이 느껴졌다. 현장에서도 몇몇 분이 그런 말을 해주시면서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 넣어 주셨다. 엔딩에 대해서도 누군가가 ‘이채민이 개연성’이라고 할 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그런 말을 들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사실 이채민은 배우 추영우와 한예종 19학번 동기다. 올 상반기 추영우가 대세로 떠올랐고, 이채민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영우 형이 그렇게 됐을 때는 진짜 기뻤다. 우리 학번을 빛내준 인물이 되어 주어서, 그때는 너무 고마웠다. 영우 형이 ‘폭군의 셰프’ 재밌게 잘봤다고 연락이 와서 너무 고마웠다. 같은 동료고, 동기다. 좋은 시너지를 서로 주면서 일하지 않을까 싶다(미소).”

이채민은 ‘폭군의 셰프’로 연기 스펙트럼 또한 넓어졌다. 기존 학원물이 중심이 됐다면, 사극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가 ‘폭군의 셰프’ 끝난 후 제안 받은 작품이 벌써 30여개나 된다. ‘폭군의 셰프’는 이채민의 배우 인생의 전환점이자 대표작이 됐다. “저도 몰랐던 저의 모습을 보게 된 것 같다. 평소에 버럭 하거나 절절하게 우는 일이 실제로는 많이 없다. 이 드라마로 그런 감정을 표출해봤다. 저의 한계를 넓힐 수 있었던 작품인 것 같다. 무엇보다 순간 집중력을 키우는 훈련이 많이 된 것 같다. 월영루 씬과 진찬 씬에서는 저 혼자 흐름을 이끌어 가야했다. 더운 날씨에 힘들었지만 내가 잘해야 모두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순간 집중력을 엄청 발휘한 것 같다. 드라마가 예상치 못한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서 많은 기회가 주어진 만큼, 그런 기회를 만들어준 소중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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