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본 인터뷰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사랑을 말하고 있는 아리엘과는 달리 애나는 아리엘과의 감정 교류에 있어서는 줄곧 방어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에 대해 최연우는 극 중 애나가 자기 자신을 ‘나’가 아닌 ‘너’라고 지칭하는 독특한 화법과 연결 지으며 아리엘과의 관계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해석을 덧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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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글림아티스트, 글림컴퍼니 |
“애나가 스스로를 ‘너’라고 칭하면서 자기 자신을 타인화하는 건 본인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들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애나가 계속 혼자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본래 자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반대로 해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죠. 그래서 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브루넬’이 아닌 진짜 나를 건드는 아리엘을 계속 밀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하고 있어요. 이것처럼 애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 사랑, 걱정은 나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게 너무 자기만을 생각하는 태도라 오히려 보는 사람들한테 불쾌함을 줬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이기적이지만, 사회를 겪으면서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절 보호하기 위해 갖고 있는 이기심이 있는데, 그걸 극대화해서 풀어나가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애나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아리엘을 진심으로 사랑했을까? 이에 관해 묻는 말에는 “매번 다른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 이유는 각기 다른 아리엘을 연기하는 세 명의 상대 배우에게 있었다.
“아리엘마다 사랑을 주는 크기가 매우 다른데 사랑을 많이 주는 아리엘일수록 더 많이 감정을 보내게 되어서 더 내치려고 하고 원망하게 되죠. 또 각자 성향이 다르니까 화가 나고 속상한 부분들이 다른 것 같더라고요. 거기에 따라서 저도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이어 그는 현재 무대에서 합을 맞추고 있는 이상엽, 이현우, 원태민에게서 느껴지는 아리엘의 감정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태민이는 솔직한 감정으로 다가오니까 사랑을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 다이렉트로 오는 느낌이고, 반대로 현우는 이 감정을 말하면 애나가 도망가 버릴까 봐 꾹 참는 느낌이에요. 또 상엽 오빠는 애나의 화려한 모습을 가장 사랑한 아리엘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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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글림아티스트, 글림컴퍼니 |
2명이라는 적은 인원, 큰 세트 전환 없이 최소한의 소품만 사용한 현대적이고 깔끔한 무대는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와 감정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기를 직접 해내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을 수 있는 부분이다.
관객의 상상력에 크게 의존하는 작품의 특성에 대해 최연우는 “그런 점이 좋다”고 짚어 보이며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이건 그 어떤 텍스트보다 배우가 높은 상상력을 갖고 구현을 해내야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모든 창작자가 마찬가지지만 특히 배우는 상상력을 잃어버리는 순간 창작의 능력을 잃어간다고 생각해요. 무대 위에서 평면적이고 안정적이면 안 되고 끝없이 상상해서 내가 보는 걸 관객들이 볼 수 있게끔 해줘야 하죠. 근데 이 공연은 더군다나 실질적으로 눈앞에 존재하는 게 없으니까, 제가 더 많이 상상해야 관객들도 그것의 5~60퍼센트만큼은 눈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 속에 있는 수많은 독백과 방백을 소화할 때도 마찬가지로 저는 제가 말하는 걸 다 보고 있어요. 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제가 진짜로 보고 있어야 관객들이 조금이라도 제가 뭘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개막 전 패션계와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애나의 의상에도 많은 관심이 모였지만, 흰 티에 청바지, 회색 후드만을 착용한 단출한 착장으로 등장해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최연우는 “사실 이 정도도 미니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생각을 밝혔다.
“흰 티에 청바지도 너무 예쁘잖아요. 더 보잘것없어야 하지 않나 같은 생각이 있죠. 정말 애나 소로킨이 본래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여자처럼 추해 보여도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만약 ‘애나엑스’가 재연이 올라간다면 하나도 꾸미지 않고 더 후줄근한 의상을 입혀서 정말 보잘것없는 여자가 저 위까지 올라가는 걸 보여줘도 재밌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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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글림아티스트, 글림컴퍼니 |
또 그는 극 중 등장하는 멀티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데 옷을 하나 더 걸친다거나 가발을 쓰는 등의 상징적인 변화를 주는 보편적인 경우와 달리 아이템 하나 없이 모든 캐릭터를 표현해 내야 한다. 등퇴장 없이 오로지 무대 위에서만 해결해야 하는 난도 높은 연기는 최연우가 가장 임팩트 있게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장면과도 연결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연출님과 얘기를 나눠보지는 않았지만, 애나가 도움 하나 없이 혼자 아등바등하면서 악바리로 가는 걸 보여주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2막에 애나의 사기 행각을 아리엘한테 들키고 난 후 제가 마커스라는 멀티 캐릭터로 아리엘을 마주하는 장면이 있는데 따로 소품이 없으니까 이게 애나인지 마커스인지 헷갈리는 걸 원하셨던 것 같아요. 그때 객석에 불이 켜지거든요. 그 객석을 보면 모두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 같아서 애나로서 너무 억울하고, 이것만 막았으면 성공할 수 있었다는 이기심에 눈물이 나요. 이 장면부터 수상 소감처럼 보이는 변론 장면까지가 제가 작품에서 가장 임팩트 있게 소화해야 하는 부분 같아요.”
개성이 돋보이는 다양한 멀티 캐릭터들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굴러도 보고, 달려도 보면서 정말 많은 짓을 했다”고 말하며 웃어 보인 최연우는 처음에는 멀티 캐릭터가 하는 대사와 상황에 집중했지만, 계속 만들다 보니까 아리엘과 멀티 캐릭터의 상관관계를 구체화하게 되면서 지금의 모양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극으로 치닫게 만들어서 나오게 된 인물이에요. 제드는 아리엘한테 있어서 투자자가 대출 심사를 받으러 갔을 때 무섭고 감정 없게 느껴지는 은행원과 비슷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어서 거기서 영감을 받았고, 딱딱하면서 삭막한 돈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다 아예 더 가서 로봇처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리고 금수저인 마커스는 어떻게 하면 아리엘을 더 굴욕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다 나온 캐릭터죠.”
창작 작품에 버금갈 정도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들어간 ‘애나엑스’를 무대에 올려 선보이고 있는 최연우는 “새로운 걸 원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거랑 크게 다를 거라는 생각은 못 했는데 정말 크게 달랐다”면서, “같이 함께한 친구들이 너무 열심히 해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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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글림아티스트, 글림컴퍼니 |
“언제부턴가 계속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랑 일하다 보니까 서로 성향을 너무 잘 알고 있고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소통이 되던 것들이 있었어요. 근데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부터 하나하나 대화해가는 과정을 오랜만에 해봤죠. 우리가 어떤 작품을 만들어 가느냐에 대해서 모두가 공유하고 가고 가는 게 사실 정말 중요하거든요. 이렇게 한 메시지를 향해 소통하는 과정이 좋았던 것 같아요.”
앞서 올해는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던 최연우는 새로 시도해 보는 것으로 근 20년째 장롱면허 상태인 운전과 새로운 작품을 꼽았다.
그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공연들만 계획하고 있다고 귀띔하며 “그게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일지는 모르지만, 저한테 실망했다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게 해드릴 거라고 자신할 수 있다”고 말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요새 다양한 작품이 많이 있더라고요. 그중에도 일반적이지 않은 공연을 하고 싶어요. 이제 연차도 어느 정도 쌓였다 보니까 텍스트를 보면 제가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가 대충은 보이는데 그런 답이 나오지 않아서 많이 고민하고 공부를 해야 얻을 수 있는 결과물. 제 노력만큼 결과물이 나올 것 같은 그런 텍스트였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최연우는 ‘애나엑스’를 보러 올 관객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저희 공연은 실존 인물 애나가 가지고 있는 것 이외에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현상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이 공연을 통해 SNS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보시면서 나는 어느 입장에 있는지 생각해 보시는 것만으로도 이 공연을 보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애나엑스’는 최연우, 한지은, 김도연, 이상엽, 이현우, 원태민이 출연하며 오는 3월 16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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