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저튼 4’ 하예린, 충남 태안서 보낸 테이프 한 장으로 탄생한 ‘은빛 드레스의 여인’

OTT/유튜브 / 임가을 기자 / 2026-03-04 18:12:01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브리저튼’의 주인공으로 활약한 하예린이 전 세계인의 사랑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4일 오후 서울 명동 소재의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4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소피 백’ 역을 맡은 하예린이 참석했다.

 

 

▲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브리저튼’의 주인공으로 활약한 하예린이 전 세계인의 사랑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진=넷플릭스)

 

‘브리저튼’은 19세기 영국 상류사회 속 브리저튼 가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의 대표 IP로, 줄리아 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번 시즌4에서는 차남 ‘베네딕트’(루크 톰프슨)가 사생아 출신 하녀 ‘소피 백’(하예린)과 신분을 뛰어넘는 로맨스를 선보였다.

지난달 최종회를 공개한 작품은 280만 시청 수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시리즈 1위를 기록했고, 상대적으로 해외 시리즈가 인기를 얻지 못하는 국내에서도 ‘오늘의 톱10’ 2위에 오르는 등 흥행하고 있다.

이날 하예린은 “한국에서 2위까지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외국 작품이 그렇게 높이 올라가기 쉽지 않다고 많이 얘기를 해주셔서 놀랐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면서, “글로벌 1위는 실감이 안 났다. 제 손 밖에 있는 느낌이라 체감이 되지 않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먼저 캐스팅 비화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하예린은 “작년에 엄마와 함께 태안 롯데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었는데 에이전트가 '너 브리저튼 아냐'고 전화가 왔다. 당연히 안다고 하니까 24시간 안에 테이프를 찍어서 오디션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3편에 포함된 호수에서의 장면과 4편에 포함된 차를 따르는 장면 두 개를 하루 만에 찍어서 보냈다. 아무 생각 없이 보냈고, 당연히 답이 안 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다 며칠 후에 콜백이 왔다. 줌으로 미팅을 한다고 해서 감독님과 캐스팅 디렉터를 봤고, 며칠 뒤에 루크와 케미스트리 미팅을 했다. 시차 때문에 한국에서 밤 11시에 미팅에 들어갔는데 하루 종일 엄청 떨다가 두 장면을 했다. 며칠 뒤에 강남에서 엄마랑 브런치를 먹고 있는 도중에 여주인공이 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때 엄마랑 저랑 같이 눈물을 흘리고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의 '저 여자 괜찮은 건가'하는 표정을 봤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 사진=넷플릭스


시즌 3까지 많은 사랑을 받은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인 만큼, 역할에 캐스팅될 것이라고 예상은 못 했다고 한다. 하예린은 “케미스트리 리딩을 했을 때 연기가 잘 흐른다는 생각은 했다. 그래도 저보다 더 예쁜 배우가 있지는 않을까, 재능도, 실력도 더 좋은 배우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저는 다른 배우를 못 봤으니까 그저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루크 말로는 바로 눈에 들어왔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원작 소설 속 ‘소피 베켓’이었던 여주인공의 이름은 하예린의 캐스팅 이후 한국계 배우의 특성을 살린 성씨를 붙여 ‘소피 백’으로 재탄생했다.

이러한 성씨를 붙이게된 과정에 대해 하예린은 “합격 소식을 듣고 며칠 후에 줌 미팅을 했다. 인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비읍으로 시작하는 성씨가 뭐가 있냐'고 하더라. 원작 소설 여주인공의 성씨가 ‘베켓’이니 '비'(B)로 시작하는 성씨를 생각하다 '백'이라는 성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저는 한국 배우기도 하니까 제 정체성에 맞는 성으로 바꾸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고마웠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작품 속에서도 하예린이 한국계 배우였기에 나올 수 있는 친숙한 디테일이 눈에 띄기도 했다. 극 중 베네딕트의 오두막에서 드물게 휴식을 취하는 장면에서 등장한 ‘약수터 박수’에 대해 그는 “의도적으로 나온 건 아니다”라고 말하며, “소피가 휴식을 잘 즐기지 못하는 인물이라 어색함을 어떻게 표현할까 했는데 박수가 저절로 나왔다. 제가 그 박수를 보고 신기하다고 생각해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이번 ‘브리저튼’ 시즌4에서 하예린이 맡은 ‘소피 백’은 저택의 메이드로 전락한 펜우드 백작의 사생아이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위트있고 지적인 하녀이고, 겉모습은 강하지만 내면은 연약한 두 얼굴이 있다”고 소개한 그는 연기에 주안점을 둔 부분에 대해 “소피가 지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감정적인 부분에 신경썼고, 인물과의 공통점을 많이 찾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소피처럼 재치있고, 내면의 도덕적인 기준이 높다”면서, “부정적인 면으로는 자신감이 떨어진다. 오늘날의 사회 기준으로 내가 충분히 매력적인 존재인지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 누구나 자신이 어린 시절에 겪은 일, 트라우마에 의해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는데, 저 역시 개인적으로 겪었던 과거의 아픔이 있어서 저와 소피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사진=넷플릭스

 

이번 시즌4는 신분이 낮은 여주인공이 몰래 향한 무도회에서 신분이 높은 남자 주인공과 마주쳐 사랑에 빠진다는 점에서 우리가 흔히 아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연상케하지만, 하예린은 “1화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데렐라는 금지된 사랑인데도 왕자가 손을 내밀었을 때 주저 없이 그 손을 잡지만, 저희 이야기는 소피가 구원해 줄 수 있는 손이 내밀어졌음에도 바로 잡지 않는다”면서, “저희의 이야기는 상대방이 진실로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계층이나 외모를 떠나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이야기이며, 누군가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사회가 가로막더라도 그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싸울 수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라고 정의 내렸다.

‘브리저튼’ 시리즈가 다른 시대극 로맨스와 차별점을 둔 점은 관능적인 장면을 거침없이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작품의 높은 수위에 대해 “촬영하기 전 부담과 두려움이 있었다”고 밝힌 하예린은 “오늘날의 수많은 사람들이 화면에서 비춰지는 여성의 몸에 대해 얼마든지 비난하고 판단해도 되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어느 사회에서도 그렇지만 한국은 더 미의 기준이 더 엄격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 역시 한국에서 보냈던 시간 동안 제 자신과 제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특정한 방향으로 흘러가 있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작업하면서 노출 장면 코디네이터와 함께 일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배우들이 수위가 있는 장면을 찍을 때 반드시 있어야 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수위가 높은 장면들을 마치 하나의 안무인 것처럼 짜주셨고, 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까지 촬영 현장이 안전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셨다. 모든 사람이 이 곳이 안전한 공간이라고 생각함으로써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브리저튼’의 촬영 현장에서의 특별함을 전했다.

작품에서 하예린과 합을 맞춘 배우는 루크 톰프슨으로, 그는 브리저튼 가문의 차남 ‘베네딕트’를 연기해 시즌1부터 시리즈에 출연해 왔다.

루크 톰프슨과 호흡에 대해 하예린은 “다행히도 극 중 시간 순서와 비슷하게 찍었다. 소피와 베네딕트가 서로 알아가면서 사랑하는 이야기기도 하니까 루크와도 슬슬 알아가면서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호수 장면에서 날씨를 위해 3회를 일찍 찍었다. 그때 서로 많이 알아가게 됐다. 솔직한 시간이어서 제 속마음까지도 많이 알게 되지 않았나 싶다. 서로 더 친하게 알게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진=넷플릭스

 

하예린과 루크 톰프슨은 시즌을 통틀어 뛰어난 케미스트리로 전 세계적인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벤서방’이라고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가 이번 내한에 동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하예린은 “저도 같이 왔었으면 좋겠는데 '벤서방'은 뉴욕에서 다른 홍보를 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각자 따로 홍보할 시간도 주는데 저는 한국에서 홍보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시즌4는 최초의 동아시아계 인물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시즌으로 세계의 관심을 받았으나, 특정 지역 프로모션 과정에서 하예린의 얼굴에 워터마크를 띄우고 화보에서 홀로 동떨어진 위치에 배치하는 등 인종차별 논란에 휩쓸리기도 했다.

이에 하예린은 “흥미로운 지점은 제가 그 현장에 있을 때 전혀 차별을 느낀 적이 없다는 것”이라며, “다만 세부적인 디테일이 간과된 지점이 있다고는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그는 “결코 의도적이었거나 의식적으로 한 건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되돌아서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왜 그렇게 반응했는지는 이해가 된다. 이런 순간들은 관용을 보일 수 있는 기회이면서 다양한 매체들로부터 이런 디테일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걸 배울 수 있는 기회”라며, “지금까지 일을 해오면서 고민이 됐거나 겪어 냈어야 하는 지점이 있다. 우리 함께 배워나가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고, 지나친 비난과 혐오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별개로 최근 헐리우드 업계에서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흐름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일고 있다. 하예린은 “유색 인종 배우한테 어떤식으로 대하고 이야기하는지, 태도의 변화가 있다. 지금은 이전에 대비해서 훨씬 공평하고 평등함이 생겼다”면서, “오디션을 좀 더 많이 볼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을 알렸던 것 같다. 주연이 아니더라도 조연, 비중이 적은 역할이더라도 동양인한테 오디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자체에서 변화를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하예린은 해외에서 파라마운트+ 시리즈 [헤일로]의 주연으로 얼굴을 알렸지만, 국내에서는 연극계 대모 손숙의 손녀로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에 관한 할머니 손숙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조언은 안 하셨지만, 전편을 다 보셨다. 사진을 보내셨는데 후배들과 같이 보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할머니가 눈이 안 좋으셔서 TV 가까이서 작품을 보시고 '자랑스럽다 사랑해'라고 문자를 보내셨는데 마음이 따뜻하고 짠하기도 하더라”고 말한 한편, “할머니가 노출 장면도 보셨는데 조금 민망하다고 하시더라. 저는 넘겨서 보실 줄 알았는데 다 보셨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 손숙


손숙은 하예린의 연기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어렸을 때 한국에 1년에 한 번 정도 오려고 노력했는데, 할머니께서 항상 연극을 하셨다”면서, “‘나의 황홀한 실종기’에서 베개를 아기처럼 안고 우는 장면이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관객들도 함께 우는 걸 보면서 결국 우리 인간은 다 똑같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구나 싶었고, 연극을 통해 인간에게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는 직업이 멋있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손숙은 연극 ‘노인의 꿈’을 통해 무대에 서고 있다. 하예린은 “연극은 내일 볼 예정이다. 할머니가 꼭 보러오길 바라셨다”면서, “오늘 아침에도 다른 촬영장에서 할머니를 뵀다. 예전에는 손숙의 손녀 하예린이지만 하예린의 할머니 손숙으로 바뀌었다고 말씀을 하셔서 짠하기도 하고 뿌듯했다”고 에피소드를 풀어놓았다.

‘브리저튼’이라는 대작의 주인공으로 활약한 이후 선택하게 될 작품에 대한 부담감에 대한 질문에는 “부담감은 모든 작품을 선택할 때 있다”는 답변을 돌려주었다.

이어 하예린은 배역을 고를 때 “내가 호기심을 느끼는 인물인지, 나를 배우로서 성장시킬 수 있는 인물인지에 집중한다”면서, “누군가에게 추가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나 스스로에게 증명해야 된다는 데서 오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또 이후 한국에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한국말을 할 때 호주 발음이 있어서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기회가 있다면 하고 싶다”고 말하며, “특히 국제 영화제에 가는 한국 작품이면 더 관심이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브리저튼’ 시즌4는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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