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창작물을 감상하는 관객들은 주로 주인공에게 이입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종의 기원’은 완벽한 악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인 만큼 이러한 법칙을 그대로 따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한유진의 사라진 기억을 찾아가며 진행되는 작품인 만큼 관객을 한유진의 입장에 어느 정도 몰입을 시킬 필요는 있었기에 배우들은 그 중간 지점을 찾아 연기를 펼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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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뷰티풀웨이 |
(김이후) “관객이 주인공인 유진이한테 이입해서 그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 의문을 가져야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어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공감을 사야 하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해야 관객이 유진이라는 캐릭터가 싫으면서도 계속 궁금해하고, 이 흐름을 긴장감 있게 따라오실 수 있을지도 생각했어요. 유진이의 뒤틀린 의도가 아니라 추리를 해나가는 과정을 함께 가기 위해 호기심은 계속해서 가져갈 수 있는 정도를 생각했죠.”
(장보람) “저희가 만나서 대치할 때 ‘어떻게 될까?’하는 긴장감을 계속 만들어 내야 된다는 생각에 해진이의 입장에서 의심해야 하기도 했죠. 근데 어차피 관객들은 유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 다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해진이가 정말 아무것도 모를수록 더 긴장감이 생기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쪽으로 방향성을 잡았어요.”
한유진과 대치하는 입양된 언니 김해진 역을 맡은 장보람은 지극히 상식적이며 선량한 인물을 연기한다. “해진이는 도대체 어떤 아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길래 물에 뛰어드는 행동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진이를 품을 수 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한 장보람은 이번 작품에서 캐릭터를 구축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장보람) “원래 일상에 없을 것 같은 강력한 역할을 많이 맡아서 아예 저랑 다른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을 재미있어하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드물게 특별한 분석을 하기보다는 그저 마음으로 하려고 접근했던 것 같아요. 해진이가 제 성격이랑 닮은 점이 되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제가 동생이 있는데 해진이의 입장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떤 마음이 들지 저로서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마음을 썩혀가면서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위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죠.”
김해진은 한유진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는 유일한 인물이지만, 극이 어머니가 살해된 시점부터 진행되는 만큼 둘 사이의 관계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은 없다. 따라서 장보람은 이미 형성되어있는 김해진과 한유진의 관계성을 채워나가는 데 집중하기도 했다.
“해진이는 삶이 정말 기구한데도 엄청 속이 깊은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마냥 선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바보같이 무해하고 유진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준다기보다는 정말 가까운 사이인 유진이의 말을 해진이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봤죠. 근데 저희의 첫 만남부터 이들의 관계가 보이는 장면이 없다 보니까 해진과 유진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이 되었고, 무슨 일들이 있었을지 제 속에서 많이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극의 후반부 김해진이 엄마와 이모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을 때 긴 호흡으로 이어가는 연기는 그가 느끼는 큰 절망을 여실히 보여주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장보람은 이 장면에 등장하는 두 유진의 태도를 짚으며 “재미있는 지점”이라 말했다.
(장보람) “이전에는 언니들의 행동이 되게 다른데, 해진이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태도가 똑같아져요. 저는 비명을 지르면서 대사를 하는데 언니들은 똑같이 귀찮다는 듯이 귀를 막거든요. (웃음) 그게 어떻게 보면 해진이를 원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건데 더 이상 겉과 속이 다르게 연기를 할 필요가 없어져서 속마음이 드러나는 거라는 생각이 들죠.”
이와 동시에 해당 장면을 소화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장보람) “그 장면을 연기할 때는 기술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수행하기보다는 진짜 제 친동생이 그런 짓을 저질렀을 때 내가 어떨지 상상하면서 하고, 뒤에 올 상황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해진이에게 엄청난 사실이 닿게 되는 순간인데 그걸 미리 염두에 두면서 무언가를 계획하는 순간 다 거짓처럼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요. 그러다 보니까 마음이 너무 힘들죠. 특히 연습할 때 좀 힘들었어요. 하루에 한 번만 할 수 있는 연기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다시 돌아가서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연기해야 하니까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매일매일 그 순간을 새롭게 맞이할 거라는 걸 아니까 저 스스로에 대한 걱정도 많이 들었죠. 지금은 조금 나아졌는데 공연이 끝나도 진정이 안 돼서 끝나면 항상 언니가 먼저 ‘미안해’하고 안아줘요.”
‘종의 기원’ 이후에 다시 한번 한 무대에서 만난다면 서로 너무 사랑하는 아름다운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고 말한 세 배우는 끝으로 ‘종의 기원’으로 만나게 될 관객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김려원) “이 작품이 나쁘게 행동하라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보시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있는 그대로 느껴지는 찝찝함으로 새로운 자극을 받는 작품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에게 다양한 취향이 있지만 그게 나쁘거나 잘못된 일은 아니잖아요. 어쩌면 본인의 취향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좋은 시도를 했다고 봐주셔서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장보람) “많은 사람들이 수용할 만한 보편적인 작품을 만들려고 했다면 ‘종의 기원’의 특수한 분위기와 매력이 많이 줄어들었을 것 같아요. 범죄자가 잡히지 않고 끝나는 열린 결말 영화처럼 저희도 이런 부분을 장르로써 받아들여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일상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그리고 자기가 하지 말아야 할 거를 보고 상상함으로써 자기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일 것 같아요. 각자의 방법으로 잘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이후) “저도 일과를 마친 후에 집에 가서 넷플릭스로 영화, 드라마 보고 쉬는 걸 좋아하는데 공연장 찾아주시는 분들도 그 공연 보는 순간만큼은 약간 일상을 벗어나서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해방감을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렇게 극장을 찾아주시는 관객분들께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이 잘 짜이고 들어맞는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이런 공연이 궁금하신 분들이 있다면 한 번쯤 와서 맛보시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한편 ‘종의 기원’은 유승현, 기세중, 김이후, 백동현, 박규원, 김려원, 윤승우, 박상혁, 노희찬, 박선영, 장보람, 박상선, 장이주, 강하나, 류비가 출연하며 오는 3월 23일까지 동덕여자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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