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종의 기원’ 김이후 “원작 소설 읽고 너무 무서워서 못 하겠다고 했었죠”

인터뷰 / 임가을 기자 / 2025-02-20 17:18:25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종의 기원’은 한때 촉망받는 수영 선수였으나 복용하던 약을 끊고 대회에 참가한 날 벌어진 사고로 인해 평범한 학생으로 살아가던 ‘한유진’이 어느 날 집안에서 처참히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고 사건의 전말을 되짚어가며 자신 내면의 본능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이다.


SWTV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재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종의 기원’의 ‘한유진’ 역의 김려원, 김이후, 그리고 ‘김해진’ 역의 장보람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 (왼쪽부터) 김려원, 김이후, 장보람 [사진=글림아티스트]

지난 12월 ‘종의 기원’은 재연 소식을 전하며 함께 공개한 캐스팅부터 화제를 모았다. 김려원, 김이후, 장보람은 작품이 처음 선보이는 여성 페어로, 이러한 젠더프리 캐스팅은 초연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려원) “원래 너무 잘 맞고 늘 같이하고 싶은 후랑, 꼭 같이 해보고 싶었던 보람이랑 이렇게 셋이 같이하게 되는 게 되게 귀한 일인 것 같은데 하게 되어서 기대됐었고, 지금도 너무 좋아요.”

(김이후) “‘종의 기원’을 원작 소설로 처음 봤는데 소재가 굉장히 쉽지 않아서 많이 긴장했었어요. 해본 적 없는 캐릭터를 맡게 되어서 도전 의식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장보람) “언제 이렇게 셋이 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싶어서 너무 좋았어요. 이후 언니랑은 다른 작품에서 상대역으로 만나봤었는데 려원 언니랑은 작품에서는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어서 기대가 많이 됐죠.”

이들은 앞서 ‘해적’, ‘트레이스 유’,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등의 작품에서 최소 한 번 이상 젠더프리 캐스팅을 경험해 본 이른바 ‘젠더프리 경력직’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남자로 설정된 배역을 여성 배우가 연기하거나, 특정된 성별을 지우는 기존의 젠더프리와는 달리 극 중에서 ‘언니’, ‘딸’과 같이 호칭을 바꿔버리며 아예 성별을 전환해 버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김려원) “저희보다 엄마/이모 역을 맡은 배우분들이 더 힘들었을 거예요. 원래는 ‘아들’이었던 가사를 ‘딸’이나 ‘아이’로 바꾸는 것처럼 할 게 많았거든요. 저희는 연습하면서 ‘그 자식’ 같이 너무 여자들이 일반적으로 안 쓴다 싶은 사소한 단어를 많이 바꿨던 것 같아요. 연출님이 제안해 주시는 것도 있었지만 저희끼리 맞춰보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 중에 ‘좋은데?’ 싶은 것들로 정하게 된 게 더 많았죠.”

트리플, 쿼드 캐스팅이 보편화되며 여러 조합을 경험할 수 있는 타 공연과는 달리 오직 이 세 명의 배우로만 감상할 수 있는 고정 페어를 선보였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장보람은 “앞서 한 역할만 젠더프리가 된 작품은 해봤지만, 고정 페어로 젠더 프리를 경험하는 건 처음”이라면서 소감을 전했다.

(장보람) “한 캐릭터만 젠더프리가 됐을 때는 ‘원래 남자와 여자가 하던 것을 여자와 여자가 하게 됐을 때 작품의 의미가 변하는 게 있을까?’ 같은 고민을 많이 했다면, 이번에는 저희끼리만의 것들을 새롭게 만들거나 바꾼 게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초연에 했던 배우들, 이번 재연 시즌 남자 페어들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인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해 주셔서 좋았죠.”

반면 김려원과 김이후는 전작 ‘해적’에서 이미 고정 페어로 함께한 바 있다. 둘은 처음이 아닌 만큼 과거 작품을 함께했던 경험을 꺼내며 한층 더 끈끈해진 우정과 호흡을 과시했다.

(김려원) “후랑 ‘해적’을 처음 했을 때 고정 페어로 둘이서만 했어서 너무 좋았었어요. 서로에게만 맞추면 되니까 호흡을 맞추기도 좋았고, 대화하기도 편했죠. 그래서 이번에도 더 기대가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우리 호흡 잘 맞춰서 더 잘 해보자, 더 멋진 공연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김이후) “확실히 려원 언니랑 고정으로 길게 호흡을 맞췄던 경험이 있으니까 연습 때부터 수월했고, 공연하면서도 계속 서로를 봐주고 있는 게 느껴져서 딱딱 잘 맞을 때 쾌감이 있어요. ‘지금 이렇게 하면 같이 해 주겠지’ 싶을 때 정말 생각한 대로 해 주더라고요. 이렇게 잘 맞을 때 더 기분도 좋고, 언니랑 같이 공연할 때는 내가 이 공연에서 느껴지는 대로 마음껏 해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 신뢰가 더 쌓이는 것 같아요.”

이러한 둘의 호흡이 가장 실감 나는 부분에 관해 묻자 ‘동작적인 부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려원, 김이후가 연기하는 한유진은 극 중 2인 1역으로 표현되어 한 사람을 두 명이 연기하는데 이들과 합을 맞추는 장보람은 두 배우가 보여주는 동기화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풀어내기도 했다.

(김려원) “정면을 보고 있는데도 주변 시야가 서로에게 가 있어서 움직이려고 할 때 같이 움직여줘요. 그럴 때마다 관객분들도 ‘분명히 다른 데 보고 있었는데 어떻게 했지’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웃음) 내 걸 하더라도 서로 계속 살펴주고 배려하면서 맞추는 느낌이고 그래서 너무 재밌어요. 약속된 대로 하지 않아도 맞춰줄 때 ‘아, 역시’ 같은 생각이 들죠. 다행이면서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장보람) “이후 언니한테 꿀밤을 때렸는데 려원 언니가 같이 머리를 만진다거나, 이후 언니한테 소리를 질렀는데 려원 언니가 되게 먼 곳에서 귀를 막고 있는 걸 보면 저도 쾌감이 들어요. 공연하면서 정말 한 사람이 된 것처럼 할 때마다 ‘이렇게 한다고?’ 같은 생각이 들어서 너무 재밌죠.”

‘종의 기원’은 정유정 작가의 동명 스릴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사이코패스 한유진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발간 당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원작과의 첫 만남에 대해 김이후는 “처음에는 너무 무서워서 못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으며, 장보람은 “이틀에 걸쳐 밤을 새워서 읽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세 배우는 뮤지컬화 된 대본을 처음 읽었을 당시의 감상에 관해 이야기했다.

(김려원) “무서운 것보다는 어떠한 큰 잘못이 없는데 친족을 해하는 걸 보여드려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관객분들이 어느 정도까지 이걸 받아들여 주실 수 있을지, 그냥 예술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김이후) “한 인물을 두 배우가 연기함으로 나눠 놓은 게 원작과 제일 크게 다른 점이라 그 부분을 집중해서 보게 됐던 것 같아요. 두 인물의 차이점과 쪼개놓은 이유에 대해 생각했고, 제가 뱉어야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 보면서 남자 유진이의 이미지를 빼려고 노력했었죠. 그 과정에서 걸리는 말들이 나오면 체크하고 수정했던 것 같아요.”

(장보람) “유진이한테 이입하지 않게 경계하면서 봤던 것 같아요. 유진이의 진짜 성향을 해진이는 모르고, 관객들도 봤을 때 해진이의 마음으로 유진이를 보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사이코패스에 대한 정보도 제가 원래 알고 있는 것 외에는 더 알지 않으려고 했죠. 그러다 보니 멀리 떨어져 보게 되면서 작품이 이루어지는 형식에 대해 생각하면서 봤던 것 같아요.”

또 원작과 비슷하게도 현재와 과거를 자유롭게 오가는 타임라인을 지닌 뮤지컬에 대해 말하며 작품의 장점과 나름의 고충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장보람) “소설과 진행이 비슷해서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시점의 장면들을 보여줘요. 현재 시점의 사건이 쭉 진행되다가 갑자기 말 한마디에 과거를 보여주죠. 다양한 시점의 장면들을 보여줘서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제가 좀 힘들어요. (웃음)”

(김려원) “고등학교 때 해진이랑 엄마랑 있었던 이야기들이 좀 더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입양된 과정이나 엄마랑 둘이 친해진 계기를 좀 더 보여줬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그러면 또 너무 유진이가 이해되려나? (웃음) 일부러 안 보여주신 걸 수도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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