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예술의 고아한 미감과 시대정신 담다…마이아트옥션 60회 경매

미술/전시/출판 / 박종진 기자 / 2026-05-25 17:03:54
조선 전기 희소 작품 포함 후기까지 회화·서예·도자·공예 83점 출품
섬세한 채색의 신사임당 '초충도'…시서화 삼절 신잠 '묵죽도' 등 돋보여
한국 춘화 품위 보여주는 김홍도 '이부탐춘'…수려한 조형미의 고려청자

[SWTV 박종진 기자] 단순한 미술품 거래의 차원을 넘어, 한국 고미술의 정수와 시대정신을 집약적으로 조망하는 마이아트옥션의 제60회 메이저 경매가 내달 11일 열린다.

 

이번 경매의 가장 큰 특징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을 거치며 소실된 작품이 많아 오늘날까지 전하는 사례가 극히 드문 조선 전기 회화들이 대거 소개된다는 점이다. 또한 조선 후기 겸재와 단원·추사로 대변되는 당대 선비들의 예술세계, 고려청자의 절제된 조형미, 조선 공예의 세련된 생활미학까지 아우른다. 

 

▲신사임당 '초충도 8폭', 첩(8면) 종이에 채색, 각 29.7×21.5cm. 추정가 2억5000만~5억원

 

이번 경매에는 회화·서예·도자·공예 등 총 83점이 출품되며 시작가 총액만 약 45억원 규모에 이른다. 

 

특히 신사임당 작으로 전하는 ‘초충도 8폭’ 화첩은 뛰어난 관찰력과 섬세한 채색으로 일상의 자연속 생명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한국적 자연미와 서정성이 돋보인다. 검은 종이 위에 고운 채색을 입혀 몰골법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윤곽선을 최소화하고 생명체의 움직임과 질감을 자연스럽게 살려낸 화면이 조선 전기 회화 특유의 담백한 서정성과 사실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고미술 연구자이자 평론가인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초충도에 대해 “한국적 자연미와 여성적 섬세함이 가장 조화롭게 구현된 작품세계”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사임당 회화의 특징으로 “과장되지 않은 담백함 속에서 생명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관찰력”을 꼽으며, 이는 중국 궁정화풍과 구별되는 조선 회화의 독자적 미감이라고 설명한다.

 

 ▲신잠 ‘묵죽도 대련', 족자, 종이에 수묵, 각 138.4×65㎝. 추정가 1억5000만~2억5000만원

 

조선 전기 사대부 화가인 영천자 신잠의 ‘묵죽도 대련(墨竹圖 對聯)’ 역시 이번 경매의 핵심 출품작이다. 신숙주의 증손자인 신잠은 시·서·화 삼절로 불렸으나 현존 작품이 매우 드물다. 먹의 농담만으로 대나무의 기세와 절개를 표현한 이번 작품은 조선 초기 문인화의 정신세계를 잘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이 밖에 전 학포 양팽손의 ‘산수도’, 궤은 이기룡의 '연지누각도' 등 조선 전기 회화의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작품들이 함께 소개된다.

 

▲겸재 정선 ‘수치탁족', 액자, 종이에 수묵, 22×29㎝. 추정가 6000만~1억2000만원

 

 조선 후기 회화 역시 화려하다. 진경산수의 거장 겸재 정선의 ‘수치탁족(漱齒濯足)’은 자연 속에서 속세를 벗어난 선비의 이상향을 담아낸 작품이다. 절제된 필묵과 깊이 있는 공간감은 조선 산천을 실제 풍경으로 담아낸 진경산수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특히 윤희중의 적고각(積古閣) 컬렉션 인장이 남아 있어 수장사적 가치 또한 높게 평가된다. 

 

▲단원 김홍도 ‘이부탐춘', 액자, 종이에 수묵담채, 26.5×37.4㎝. 추정가 1억~2억원

 

단원 김홍도의 ‘이부탐춘(嫠婦耽春)’은 절제된 관능성과 해학성이 어우러진 한국 춘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노골적 표현보다 인간적 정서와 유머를 중시하는 조선 춘화 특유의 품격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국보로 지정된 혜원 신윤복의 '혜원풍속도첩'의 그림과 같은 주제를 지닌본 작품은 단원의 뛰어난 회화적 예술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복식, 일상 공간과 당시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반영하여 해학성과 풍속적 현실성을 보여준다. ‘백납도 8폭 병풍’ 역시 산수·인물·화조를 자유롭게 결합한 화면 구성을 통해 김홍도 특유의 생동감과 관찰력을 드러낸다.

 

▲이택균 ‘책가도', 액자, 종이에 수묵채색, 137×278㎝. 추정가 2억~5억원

 

이택균의 ‘책가도(冊架圖)’는 책과 문방구, 도자기, 골동품 등을 책장에 진열한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학문과 입신양명에 대한 염원, 문인의 이상적 삶을 상징하며 정조 시대 궁중과 사대부 사회에서 크게 유행했다. 서양의 원근법과 입체감 표현이 부분적으로 반영되어 장식성과 사실성이 돋보인다. 특히 복숭아 반쪽 형태의 필첨은 현전하는 책가도 작품 중에서도 이택균 시기에 그려진 작품에서만 확인되고 있다

 

       ▲추사 김정희 ‘행서대련 경학예림', 족자, 금분당지에 먹, 각 129×26.9㎝.

        추정가 1억5000만~3억원

 

서예 부문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행서대련 경학예림(行書對聯 經學藝林)’이 단연 중심에 선다. ‘경학을 정밀히 연구해 기이한 학설 즐기지 않고, 예림에서 두루 능하여 이에 근원을 만나네’ 라는 의미로, 학문을 대하는 추사의 인식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금분당지 위에 펼쳐진 강건한 필획과 유려한 구성은 추사체 특유의 긴장감과 정신성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정조·고종의 어필, 연암 박지원의 시고 등 조선 문인의 정신세계와 학예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도 함께 선보인다.

 

           ▲고려청자  ‘청자상감포도동자문표형주자’, 高 31.5 口徑 2.2 底徑 7.2. 2억5000만~5억원

 

도자 부문에서는 고려청자의 정수를 보여주는 ‘청자상감포도동자문표형주자’가 특히 주목된다. 길게 뻗은 주구와 포도넝쿨 형태의 손잡이, 그리고 화면 전체를 채운 동자문은 회화성과 조형미를 동시에 구현한다. 백상감과 철화를 함께 사용해 입체감을 강조한 표현도 뛰어나다. 은은한 비색의 청자 유약은 고려청자 특유의 고아한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청자철화역상감모란당초문합’, 高 18 口徑 23 底徑 16.2. 추정가 2억~4억원

 

또 다른 명품인 ‘청자철화역상감모란당초문합’은 역상감과 철화기법이 결합된 보기 드문 작품이다. 모란당초문이 화면 전체를 유기적으로 채우며 강한 리듬감을 형성하고, 흑상감과 밝은 바탕의 대비가 화려한 장식효과를 만들어낸다.

 

공예 부문 역시 수준 높은 작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왕실 사용품으로 추정되는 ‘삼층책장’은 내부에 묵죽도와 감지금니로 필사한 이황의 ‘성학십도’가 부착되어 있어 학문과 장식성이 결합된 희귀한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나전주칠투각포도문경상’, ‘여의두문경상’, ‘투각은입사장생문화로’ 등은 조선 공예 특유의 세련된 장식성과 실용미를 동시에 보여준다.

 

    ▲ '삼층책장' 高 172, 55.5×118㎝. 추정가 1억~2억원

 

고미술 시장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문화유산을 다음 세대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고미술의 역사성과 미학을 함께 조명하면서 한국 문화자산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온 마이아트옥션의 이번 제60회 메이저 경매는 조선 전기부터 후기까지 회화·서예·도자·공예를 아우르는 작품들이 유기적으로 구성되면서 한국 전통미술의 연속성과 미학적 변화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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