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머티리얼리스트’ 결혼이 선택이 된 시대, 우린 왜 여전히 버진로드를 걸을까

영화/뮤지컬/연극 / 임가을 기자 / 2025-07-30 16:16:08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뉴욕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루시’(다코타 존슨)는 길을 걷는 중 준수한 남자가 보이면 주저 없이 명함을 내민다. 그는 무려 9쌍의 커플을 결혼까지 골인하게 만든 유능한 커플매니저이지만, 정작 본인의 연애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루시는 수십억 달러를 들인 고객의 결혼식에서 소위 ‘유니콘’이라 불리는 싱글 ‘해리’(페드로 파스칼)에게 대시를 받게 되고,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던 전 남자친구 ‘존’(크리스 에반스)과 마주친다.

 

 

▲ 사진=소니 픽쳐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외모, 재력, 성격을 가진 해리와 아직 미련이 남아있을 정도로 열렬히 사랑했지만 경제적인 문제 탓에 헤어진 존 사이에서 갈등하는 루시는, 더 나아가 수많은 조건에 따라 사람을 짝지어주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머티리얼리스트’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셀린 송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신작이다. A24가 제작했고, 다코타 존슨, 페드로 파스칼, 크리스 에반스가 주연으로 분해 삼각 로맨스를 연기한다.

관객들은 자신의 직업을 장의사, 보험설계사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하는 주인공 루시를 통해 수많은 물질주의자들과 만나게 된다. 그의 고객들은 연봉, 나이, 외모 등 대놓고 말하긴 민망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조건들을 거리낌 없이 나열한다. 이들의 모습은 다소 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 지극히 현실적이기에 공감을 유도한다.

 

▲ 사진=소니 픽쳐스

 

루시 본인의 연애도 예외는 아니다. 회원들을 분석하듯 자신의 시장 가치도 이미 철저히 파악해둔 그는, 해리가 대시하자 ‘완벽한 조건을 갖춘 당신이 어리고 예쁘지도 않으면서 빚까지 있는 자신을 만나는 건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 거래’라는 지극히 논리적인 반론을 내놓는다. 이처럼 이어지는 루시와 해리의 대화는 실소를 유발함과 동시에 생각할 거리를 던지며 관객의 몰입을 이끈다.

반면 존은 후순위로 밀려난 결혼의 또 다른 핵심, 사랑을 말하는 인물이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확신을 주는 그는 우리가 찾고 있는 다른 형태의 유니콘일지도 모른다. 머리로 계산하는 대신 마음이 시키는 대로 ‘그냥’ 사랑해 버리는 그의 모습은 로맨스 영화의 낭만을 지키며, 결혼이라는 제도의 가장 원초적인 이유를 상기시킨다.

‘머티리얼리스트’는 그 어떤 사람보다 결혼 시장에 밀접해 있는 30대 여성 루시의 시선을 통해 단순히 사랑만으로는 성사되기 어려워진 현대 사회의 결혼을 바라본다.

 

▲ 사진=소니 픽쳐스

유쾌한 위트와 날카로운 질문이 오가는 수많은 대화를 통해, 영화는 결핍과 욕망, 자기 가치와 결혼의 상관관계를 탐구한다. 세 남녀의 아슬아슬한 감정 게임보다는 오늘날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이끌어내는 매개체에 가깝게 느껴진다.

감독의 메시지는 뼈와 꽃반지를 예물 삼아 결혼하는 선사시대 원시인 부부가 등장한 독특한 오프닝에서부터 뚜렷하게 드러난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이 당연해진 시대에 살고 있는 관객들이 이에 얼마나 감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진솔한 대사와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주는 건 분명하다.

한편 ‘머티리얼리스트’는 오는 8월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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