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언젠가부터 인기 있는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배우 임철수. K-콘텐츠를 사랑하는 시청자들이 임철수를 기억하게 된 작품은 ‘사랑의 불시착’, ‘미스터 션샤인’, ‘빈센조’일 것이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실종된 세리(손예진)를 열심히 찾아다닌 생명보험 담당 직원을 연기했고,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미국공사관에서 활동하는 의병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빈센조’에서는 마피아 조직 바벨그룹 빈센조(송중기)를 홀로 쫒다가 그의 팬클럽 회장이 되어버린 국정원 팀장 안기석으로 시청자들에 웃음을 선사했다.
화제의 인기 드라마 속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해온 그가 ‘미지의 서울’에서는 이충구를 연기하며 웃음기 지운 묵직한 모습을 선보였다. 임철수는 연극 활동부터 21년간 다져진 내공으로 첫 등장부터 캐릭터의 서사와 그의 가치관을 가늠하고 예측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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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 이충구 역 임철수 [사진=하이지음 스튜디오] |
임철수가 출연한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로맨틱 성장 드라마로, 지난달 29일 종영했다. 마지막회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8.4%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 종영 후에도 글로벌 OTT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임철수가 연기한 이충구는 업계 탑3 로펌인 ‘원근’에서도 특히 높은 승소율을 자랑하는 변호사다. 그는 한쪽 귀에 장애가 있는 후배 이호수(박진영)를 특히 아낀다. 감히 누가 함부로 올려다 볼 수 없는 직위에 있는 이충구. 구김 하나 없는 쓰리피스 정장을 완벽하게 갖춰입고, 이태리제 구두를 신었지만 그는 다리 장애로 휠체어를 탄다. 임철수는 이충구 캐릭터를 제안받고 ‘단단함’이라는 키워드로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이 작품을 읽었을 때 인물의 가치관과 메시지가 너무 중요했다. 나중에 대립할 것이라는 예상도 했다. 그 속에서 단단함이 느껴졌다. 오인하라는 연출가이자 작가인 선생님과 드라마 들어갈 때 준비를 같이 한다. 그럼에도 상대방과 호흡을 통해 그의 사고가 보여져야만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입힐 수 있을 것 같았다. 휠체어를 타게 된 계기를 두고 전사를 만들어봤다. 큰 라인은 주로 호수의 것에서 따왔다. 둘이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하는 구간이 빨라져서 빨리 친해져야 했다. 그래서 호수의 전사를 이식해서 딮하게 가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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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 이충구 역 임철수 [사진=하이지음 스튜디오] |
이충구는 평생을 휠체어에 앉아 세상을 올려다 보면서 살아왔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그의 권위를 느낄 수 있게 만든 점은 쓰리피스 등의 의상과 소품이었다. “휠체어 속도도 조절하고 그가 앉아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서 생각도 했다. 그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았을까 생각하다가 지팡이 의견을 냈다. 자칫하면 위를 쳐다보는 각도가 째려보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둘다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빈틈 없이 단추가 잠긴 셔츠와 베스트였다. “이미 알고 준비했던 부분임에도 의상과 헤어가 다 도와주는데 연기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한 편협한 시각을 스스로 알게 됐다. 넥타이 하나도 거듭 고민하고 매듭도 신경썼다. 셔츠 카라도 날카롭게 설정했다. 매일 출근할 때 빈틈없이 단추를 채우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 친구한테도 그 삶이 도전 이었을 것 같았다. 충구도 핸디캡을 이겨내고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연이어 승소하고 계속해서 성공했으니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이성적이고 결과주의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럼에도 어딘가는 비어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방어기제가 있지만 그걸 드러내지 않으려고 더 빈틈을 없애려는 느낌이었다.”
임철수의 첫 등장 씬은 그의 첫 촬영이었다. 박진영과도 처음 만났다. 특별히 깊은 대화를 나누기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캐릭터에 집중, 자연스럽게 호흡했다. “첫날인데 어려웠다. 상대방을 보면서 관찰하고 관심도를 활용하려고 했다. 결국엔 제 안이 아니라 상대방, 바깥에 연기의 답이 있었다. 진영이도 연기가 다분히 상대방에게 있더라. 저도 놀랐다. 사실 진영이 연기 선생님과도 제가 친하다. 그걸 배워와서 인지 그 원소가 있었고, 접근 방식이 비슷했다. 그래서 서로와 상황에 맡겨버린다는 느낌이었다. 마치 잼처럼 즉흥적으로 연기하는 느낌이었다. 서로 호흡하는데 어려운 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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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 이충구 역 임철수 [사진=하이지음 스튜디오] |
임철수는 첫 촬영 중에서도 호수 덕에 법무법인 ‘원근’이 위기를 모면하고, 그를 칭찬하고 헤어지는 씬을 가장 인상깊은 장면으로 꼽았다. “감독님이 법원 앞에서 차 타는 씬 촬영을 끝내고는 모니터를 보라고 하셨다. 살짝 웃은 게 괜찮은 것 같다고. 그래서 바로 데이터팀으로부터 영상을 받았다. 그걸 보면서 공부했다. 그게 이충구와 호수의 관계성 시작점이 됐다. 저도 사실 제가 웃은 줄 몰랐다. 근데 감독님이 힌트를 주신 것이다. 그냥 호수만 봤는데. 그때 감독님의 말이 너무 설렜다. 집에 가서 빨리 모니터하고 공부하고 싶어서 흥분했던 기억이 있다.”
임철수는 인터뷰 중 ‘미지의 서울’을 연출한 박신우 감독을 ‘천재’라고 거듭 표현했다. “저랑 호수랑 만나는 씬 중에는 3분짜리도 있다. 둘이서 특별한 동선 없이 앉아서 이야기하만 해야하는 씬이다. 그때 감독님께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코멘트를 주셨다. 그래서 그 코멘트 하나로 뒤가 다 바뀌었다. 저랑 진영 배우는 특별히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한 것이 없다. 3-4회 싸우는 장면도 그렇다. 완전히 생각지도 못한 허를 찌르는 코멘트를 주셨다. 항상 ‘컷!’ 하시면 진영이랑 둘이 ‘우리는 왜 저런 생각을 못했을까.’ ‘정말 감독님은 깊이 생각하시는구나.’ 감탄하면서 얘기했었다(웃음).”
임철수는 첫 호흡임에도 너무 잘 맞았던 후배 박진영에 대해서도 극찬했다. “진영 배우는 묵직함도 있고 진중하다. 그래서 더 멋있어 보이는 것 같다. 사적인 자리에서도 연기 얘기를 많이 하더라. ‘하이파이브’ 시사도 초대 받아서 갔었다. 너무 잘하더라. 서로 작품 이야기를 주고 나눈다. 호수와 충구 이야기는 감독님의 ‘슛’ 소리에 맡겼던 것 같다. 제가 지나가면서 맛있다고 했던 위스키를 기억했다가 태국 다녀오면서 사왔더라. 너무 완벽한 파트너였다(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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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 이충구 역 임철수 [사진=하이지음 스튜디오] |
사실 ‘미지의 서울’에는 전작 ‘정숙한 세일즈’에서 부부로 호흡한 김선영도 함께했지만, 두 사람이 직접적으로 호흡하지는 못했다. 김선영은 극 중 호수의 계모 분홍을 연기했다. “김선영 누나와 씬이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누나는 정말 멋진 누나다. 누나와 연기할 때도 저만 봐주셨었다. 모든 걸 상대방에게 맡기신다. 누나가 호수랑 오래 묵은 응어리를 푸는 씬은 정말 두 사람이 ‘연기를 잘한다’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 같았다.”
‘미지의 서울’은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 희망을 선사한다. 임철수는 배우가 아닌 한명의 시청자로서 드라마의 메시지에 깊이 공감했고, 위로 받았다. 특히 극 중 미지(박보영)이 그의 외할머니로부터, 세진(류경수)이 그의 조부로부터 다시 시작할 수 희망을 얻게 하는 모습에서는 오래전 세상을 떠난 자신의 조부를 떠올렸다.
“저는 21살 때 연극으로 데뷔했다. 그때 연극 ‘지하철 1호선’을 학교에서 준비했다. 공연이 4회였는데,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할아버지가 위독한 상황에서 저를 찾고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울진에 계셔서 너무 멀었다.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결국 분장도 지우지 못하고 서울에서 출발하는 와중에 돌아가셨다. 지금도 생생하다. 그 정적의 4시간이. 그때 장례식 내내 한번도 앉지도 않고 밥도 못 먹었다. 그리고 그게 연기를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라고 받아들였다. 그 다음부터는 ‘할아버지를 위해서 공연합니다’하고 기도 드리고 연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세진이가 혼자 술잔을 기울이면서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 미지와 할머니 장면은 못볼 정도로 몰입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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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 이충구 역 임철수 [사진=하이지음 스튜디오] |
매체 연기를 시작하고 변환점은 ‘빈센조’다. “엑스트라부터 시작해 조단역을 정말 많이 했다. 공연의 경우는 몇 개월간 동거동락하면서 작품을 올리면 그때 오는 감동이 있다. 조단역의 경우는 장면 장면 잠깐 나오니까 알만 하면 끝났다. 한번쯤 긴 호흡으로 작품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빈센조’였다. 잘해내고 싶은 부담감이 있었는데 김희원 감독님은 여지를 주지 않으셨다. 현장도 너무 행복했고, 너무 다시 만나고 싶은 현장과 감독님이다. 다 준비가 돼 있는데, 내가 더 잘하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때 고민하던 것들은 현장에 가면 해소가 됐다.
‘빈센조’가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은 작품이라면, ‘미지의 서울’은 또 다른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게 한 창이다. “저는 실제 좀 진중한 편인데 밝고 유쾌한 캐릭터를 계속하다보니 비슷한 캐릭터가 들어오는 것 같다. 제가 ‘환혼’, ‘경성크리처’처럼 진지한 역할은 많이 했지만, 이번에도는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 에너지를 분출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면, 이제는 절제하고 압력이 있게 해야하지 않나 생각했었다. 그런 와중에 ‘미지의 서울’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신 것이다. 그런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한번씩 꺼내보고 싶은 책처럼, 저한테는 소소한 보물로서 많이 꺼내볼 작품이 될 것 같다.”
연기 분량과 스펙트럼이 넓어질수록 ‘긴 호흡’에 대한 배우로서의 욕심도 뚜렷해진다. “저는 여러 인물을 살면서 공감하고 그 사람의 가치관을 알게 된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일생 생활의 임철수가 주변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또 한 인물의 일대기를 긴 호흡을 갖고 연기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연극도 있지만, 누구보다 내가 그 인물을 제일 잘 알 것 같은 한 사람의 삶을 표현하게 된다면 영광스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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