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관식이는 애순이 시선 닿는 곳마다 꽃을 심는 사랑 농사꾼."
우직하고 오직 애순이 하나밖에 모르는 남자 양관식. 평생 자신의 첫사랑 애순이와 딸 금명이, 두 여자만 사랑한 팔불출 무쇠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남자 양관식은 배우 박보검의 '선하고 반듯한 이미지'가 더해져 한층 더 우직해지고, 듬직해졌다. '폭싹 속았수다'의 양관식은 군복무를 마친 박보검의 '배우 제2막' 오프닝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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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양관식 役 박보검/넷플릭스 |
'노스텔지어'는 몰랐지만, 애순이밖에 모르는 사랑꾼 양관식은 전 세계 시청자들에 시나브로 각인됐다. 4막 공개를 앞두고 '폭싹 속았수다'에서 청년 양관식을 연기한 박보검은 스포츠W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 앞서 매 시간 참석한 기자들의 출석을 부른 박보검은 테블릿 PC를 앞에 두고 인터뷰에 임했다. "관식이라는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제 필모그라피에 추가할 수 있어서 너무 의미있는 작업이었다"고 소감을 밝히고는 자신이 직접 정리한 이야기와 생각을 취재진에 전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아이유/문소리)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박보검/박해준)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로, 지난 28일 마지막 계절인 4막 겨울 이야기까지 16회 전편이 모두 공개됐다. 공개 첫주에는 넷플릭스 비영어 작품 TV/시리즈 부문 4위를 차지, 2주차에는 2위, 3주차에 1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상 처음으로, 한 달간 매주 4회씩 공개, 4주간 공개됐다. 봄, 여름, 가을, 겨울까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생의 여정을 담아내며 매 회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청년 관식의 분량은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박보검이 홍보까지 자처하고 작품에 출연한 이유다. "대본을 받았을 때 제가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았던 사람인데 1960년대의 삶이 그려질 정도로 잘 구현해낸 작가님의 글이 너무 좋았다. 내가 살아보진 않았는데도 나의 윗 세대의 이야기를 잘 공감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 작품에나오는 모든 배역들을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관식이는 '변하지 않는 금'이라고 생각했다. 언제 또 이렇게 좋은 이야기, 좋은 감독님, 좋은 배우들과 작품을 남길 수 있겠나 생각해서 출연했다. 홍보도 제가 이 작품으로 팬분들, 시청자분들을 만나고 싶어서 기회를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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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양관식 役 박보검 스틸/넷플릭스 |
양관식은 현실에는 다시 없을 유니콘 같은 존재다. 어릴 때부터 오직 애순이밖에 모르고, 애순이에게만 조기를 주지 않자, 그의 큰 아버지에게 조기를 꼬박꼬박 챙겨주며 따졌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꿈은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애순이의 남편, '영부인'이었다. 애순이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됐을 때도 함께 울었고, 애순이 혼자 양배추 장사를 할 때도 관식이가 다 팔았다. 하지만 정작 애순이에게 만은 서툴고 애정 표현도 잘 할 줄 몰랐다. 오죽하면 애순이는 '소 죽은 귀신이 씌었나. 먼 놈의 게 지껄이지를 않네'라며 답답해했다. 박보검은 "누구보다 수동적이지만, 다 표현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관식이는 본인이 묵묵하게 챙겨주고 다 표현했다. 누군가는 수동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조기도, 꽃 방석도 챙겨줬고, 양배추도 본인이 다 팔았다. 누구보다 애순이를 아껴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박보검과 아이유의 케미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캐릭터 그 자체였다. 박보검은 관식과 애순을 각각 '꽃을 심는 농부'와 '조약돌'로 정의했다. "관식이는 애순이 시선 닿는 곳마다 꽃을 심는 사랑 농사꾼이다. 저는 애순이를 '조약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귀하고 예쁜 조약돌. 누군가에는 짱돌일지 몰라도 관식이에게는 조약돌 같다. 저는 동갑내기 친구를 만난 것도 처음이었다. 아이유씨를 애순이로 바라봤다."
'미담 제조기' 인간 박보검의 이미지와 '양관식'이 겹쳐보일 정도로 찰떡 캐스팅이라 여겼지만, 박보검은 싱크로율이 높지 않다고 했다. "관식이와 닮은 점을 찾아본다면 누군가를 좋아하면 표현하는 모습이다. 관식이는 말없이 툭툭 챙겨준다면, 저는 말로 다정하게 챙겨준다. 관식이는 글을 읽으면서 참 멋있다 생각했다. 연기하면서 더 멋있게 느껴졌다. 과묵한 인물이다. 그 부분에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말이 많이 없으면 목소리 톤도 높지 않을 것 같았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친구다. 운동 선수고, 듬직한 인물이니까 4~5kg 증량도 했다.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갈 때는 내적으로 책임감과 무게감을 잘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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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스틸/넷플릭스 |
양관식의 어린 시절은 아역배우 이천무, 청년 관식은 박보검, 중년 관식은 박해준이 연기했다. 특히 박해준과 인물 톤을 맞춰야 했을 터. 박보검은 "드라마를 보고 나니 성실함이라는 무기를 가진 인물이 어딘가 세상에는 존재하겠지 생각이 들더라. 해준 선배님이 표현해준 덕에 제가 덕을 본 것 같다"고 했다. "천무 배우와 해준 선배님 덕분에 청년 관식이도 잘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선배님과 관식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은 대본 리딩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제가 준비한 관식이를 연기했고, 그 톤을 가지고 연기를 하고, 작품으로서 저도 처음봤다. 촬영 중간중간에는 청년 관식이라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생각을 녹음하고 전달하면서 소통했다. 두분 모두 너무 듬직하게 잘해줘서 덕을 봤다."
극 중 애순은 '노스텔지어'도 모르는 놈한테는 절대 시집은 안 간다고 엄포를 놓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부산으로 야반도주했다가 결국 다시 섬으로 끌려왔다. 애순은 학교에서 짤렸고, 시집이나 가라는 소리를 듣고 관식 앞에서 펑펑 울었다. 이때 관식은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시작되는 유치환의 시 '깃발'을 외치며 애순을 자신의 품에 가둔다. 하지만 시를 까먹었는지 버벅대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박보검은 "실제 외운 것을 까먹었던 것"이라고 비화를 전했다. "그 시가 머릿속에 잘 입력이 안되더라. 촬영할 때 실제 대사를 까먹었다. 근데 감독님이 그 장면을 고대로 내보내셨더라. 그때 감독님께서 '관식이 더 소리쳐'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열심히 그 시를 열심히 외우려고 했던 모습이 기억난다. 또 그때 제가 아이유씨를 그렇게 가슴팍에 세게 끌어 안은 지 몰랐다. 지금도 코가 아프다고 하더라. 그래서 미안하다고 얘기했었다(웃음)."
관식 모친(오민애)은 애순과 관식을 떨어뜨려놓기 위해 아들을 육지로 유학 보낸다. 애순도 포기하고 이미 전처에게서 얻은 딸을 홀로 키우는 도동리 부자 부상길(최대훈)에 시집갈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이내 배를 타고 떠나는 관식을 울며불며 애타게 불렀고, 관식은 배에서 뛰어내려 수영으로 애순이에게 다시 닿았다. 바다수영 촬영 비화가 궁금했다. "바다에 뛰어드는 장면은 글로 봤을 때도 멋있다고 느꼈었는데, 제가 직접 뛰어들어서 연기하다보니 정말 남자구나 생각이 들었다. 제가 다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그 장면에 대해서 애정이 더 큰 것 같다. 실제 바다 한가운데에서 촬영했다. 제주 앞바다와 다른 지역 바다, 수중 세트장까지 3회 걸쳐서 촬영했다. 어릴 때부터 수영도 좋아하고 물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 대역 분도 계셨는데, 제가 혼자 했다. 대역 컷은 한 컷도 없다. 수영 전문가분들이 자세가 좋다고 칭찬을 해주시더라. 저는 어릴 때부터 수영을 해온 한 사람으로서 너무 좋게 봐주셔서 신기했다. 실제 제가 수영할 때 옆에는 응원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리는 진짜 멀었는데 잠녀 3인방 이모님들의 실루엣이 보이는 정도였는데 모습이 느껴졌다. 계속 저는 애순이만 바라보면서 그 응원에 힘 입어 돌진했던 기억이 난다(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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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스틸/넷플릭스 |
그렇게 양관식과 오애순은 열아홉, 열여덟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됐다. 일찌기 부모가 된 어린 부부는 돈 벌기와 가사-육아가 명확하게 갈렸다. 관식은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매일 바다에 나가서 일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어린 아역배우들과 호흡은 어땠을까 궁금했다. "촬영장에 아기 배우들이 오셨을 때, 그분들의 부모님을 보면서 많이 느꼈다. 내 아들, 딸 아끼고 소중한 마음으로 데려와서 연기 잘할 수 있게 지도해주시더라. 우리를 닮은 소중한 생명체가 생기면 얼마나 기쁘고 귀할까를 생각했다. 아이들을 귀엽고 소중하고 여겨주시는 그 마음으로 연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촬영 틈틈히 아기 배우들과 항상 함께 했다. 아이들과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아이유씨가 서로 다 잘해줬던 것 덕분에 잘 촬영할 수 있었다."
또 박보검은 "아빠라는 존재를 기억하려면 아기 배우들과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금명 역의 채린 배우가 엄마 손을 잡고 저를 배웅하는 모습이 있다. 이게 드라마적으로는 한 장면, 한씬으로 보일지 몰라도 서로간의 관계성을 잘 보여주려면 친해져야 하고, 어린 배우들에 아빠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래서 부모님들을 보면서 많이 고민했다. 사진 찍을 때도 애들이랑 나올 때는 '내가 너희들의 아빠야'하는 마음으로 했고, 어린이 배우들고 잘 받아줬다"고 회상했다.
청년 관식은 첫째 딸 금명이의 든든한 뒷배(?)였다. 금명에게 항상 '안되겠으면 빠꾸'를 외치는 든든한 아빠였다. 하지만 태풍이 몰아치는 날 셋째이자 막내 아들 동명을 잃은 상황에서는 무너져내렸다. 부성애 연기가 처음이었던 박보검은 어린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애끓는 심정을 깊이감 있게 표현하며 전 세계 시청자들을 울렸다. 의식이 없는 자식과 이를 끌어안고 있는 애순을 보는 관식의 눈은 텅 비었고, 절망감에 가득찼다. 그렇게 든든했던 무쇠가 무너진 장면이다. 박보검의 외모에 가려져 있던 연기가 빛을 발했다며 연기에 대한 호평도 쏟아졌다. 박보검은 "쉽지는 않았던 장면이다"고 했다. "자식을 잃은 아픔을 헤아릴 수 없다.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관식이는 어린 나이에 일찍 철이 들고 아빠가 된 인물이다. 온전히 사랑만 주고 싶은 사람이었다. 어쩔 줄 몰라하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대본에는 '다가간다'는 표현보다 '무쇠가 무너졌다. 포효하는 듯한 마음이 들다'는 식으로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촬영할 때도 도동리 마을 선배 배우님들의 애순이, 관식이를 위한 마음과 마음이 연결돼 있어서 손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실제 날도 흐렸고, 비도 진짜 내렸다. 아이유씨도 진지하게 그 장면에서 서로 연기를 해줬다. 동명 역 아이도 추운데도 너무 연기를 잘해줘서 실감나게 잘할 수 있었다. 잠녀 3인방 보면서 '저 어떻게 살아가죠'라면서 연기하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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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양관식 役 박보검/넷플릭스 |
아이유는 애순과 그의 딸 금명까지 1인 2역을 소화하며 가장 분량이 많은 반면, 박보검은 청년 관식만을 연기했기 때문에 3주차부터 분량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자신이 함께 하지 않은 부분을, 시청자의 입장으로서 본 소감도 궁금했다. "염혜란 선배님은 애순이의 엄마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울컥하고 공감됐다. 애순이의 엄마인데 청년 관식으로서는 만날 수 없어서 아쉽기도 했다. 오정세, 엄지원 선배님도 작품속에서 엄청 열연해주셔서 작품이 더 빛났다고 생각한다. 선배님들을 현장이 아닌, 이후 사석에서 만나면 너무 반가웠다. 이 작품에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따뜻했다. 저의 어머니로 함께하신 오민애 선배님도 너무 멋있었다. 관식이라는 인물은 할머니와 아빠, 엄마를 통해서 사랑받고 자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랑 받은 것을 고대로 애순이에게 표현하려는 인물이라 생각해서 저는 진짜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한 작업이었다."
분량을 떠나 작품에 함께한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는 박보검은 '폭싹 속았수다'에 애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도동리 사람들은 정으로 하나가 되게 끔 해주는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고, 저라는 배우가 오면 같이 즐거워졌으면 했다. 그래서 그분들의 출근 발걸음이 즐거웠으면 했다. 작품 속에 그런 분위기와 연출적인 부분들이 잘 녹여져있다고 생각한다. 상상했던 그림들이 미술 팀, 의상 팀 등의 연출 덕분에 글이 현실이 다 돼 있었다. 촬영 시작하면 관식이와 애순이의 세상을 촘촘하게 매워주셨다. 저한테는 그 세트장 자체가 인상이 깊었다. 그것이 주는 힘이 또 컸던 것 같다. 감독님은 마술사 같았다. CG팀도 너무 멋지게 구현해주셨다. 감독님은 연기도 진짜 잘하신다. 꼭 한번 보여드리고 싶을 정도다. 또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삶을 글로 다 연출하고, 그려낸 부분, 약자를 보호하는 어른들이 멋있었다.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이 있을까' 저도 질문을 되뇌어 볼 수 있는 글이었다. 글에서 이야기나 캐릭터적으로 표현을 상세하게 해주신 덕분에 연기에 확신이 들지 않거나 확신이 없을 때 조언을 구하면 응원도 많이 해주셨다. 작가님이 또 어떤 이야기를 쓰실 지 기대가 되고 작업을 또 한번 해보고 싶다. 작가님을 '씨앗 저장소'라고 표현하고 싶다. 작가님은 영혼을 위한 사골국, 미역국, 갈비탕 같은 씨앗 저장소 같다. 그 작품 속에 작가님의 씨앗 속에 저도 함께 꽃을 피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박보검에게 '폭싹 속았수다'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그는 "저는 군대 다녀온 이후 첫 작품이 '폭싹 속았수다'였다. 영화 '원더랜드'는 군대 가기 전에 촬영을 마쳤다. 군대에서 '굿보이' 제안을 먼저 받았다. 근데 그 팀이 기다려주신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저에게 봄과 같은 작품이 됐다. 예쁜 꽃을 심기 위한, 씨앗 같은 작품이 됐다. 올해 제가 '굿보이'로도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인데, 저한테 행복하고 감사한 한해의 시작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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