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계시록’ 신현빈, 숏컷 변신에 더해진 박복美 “사연 있는 사람들의 삶에 끌려요”

인터뷰 / 임가을 기자 / 2025-03-27 01:36:07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파격적인 숏컷 변신을 선보인 신현빈이 다시 한번 ‘박복미’ 넘치는 캐릭터로 돌아와 열연을 펼친다.


지난 21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 사진=넷플릭스


‘계시록’에서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형사 ‘이연희’ 역을 맡은 신현빈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앰배서더 풀만 서울 호텔에서 국내 언론들과 라운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이날은 ‘계시록’이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영화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공개 이후 3일 만에 5,700,000 시청 수를 기록한 영화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아르헨티나, 일본, 인도네시아 등 총 39개 국가에서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신현빈은 “너무 신기한 것 같다. 방금도 준열 배우랑 얘기했다”면서,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싶다. 기간 대비 빨리 된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새로운 경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글로벌적으로 ‘계시록’이 주목받은 데 대해 “작품에 드러나는 한국적인 특성도 있지만, 누구나 보편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를 그리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각자 믿음을 갖고 살아가고, 실체도 없는 걸 깊게 믿거나 눈앞에 있는 현실을 못 믿기도 하니까. 생각보다도 더 많이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고 신기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완성된 ‘계시록’을 본 신현빈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생각했던 작품이 추구했던 것과 흡사한 영화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 영화니까 아무리 객관적으로 본다고 해도 어떨 때는 남들보다 박하거나 후하게 보는 경향이 생기는데 분명한 건 연상호 감독님이 처음에 원하셨던 목표에 가까운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 사진=넷플릭스


이번 영화에서 신현빈을 바라보았을 때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건 외적인 변화다. 강력계 형사로 분한 그는 머리를 짧게 치고 민낯을 넘어선 거친 분장을 한 채 연기에 임했다.

“예고편, 스틸이 공개되고 ‘어린 남자배우인 줄 알았는데 너였네’라는 연락을 받은 적 있다”면서 웃어보인 그는 “청소년기 남자 내지는 대학생 남자 같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는 주변 반응을 전하고 난생처음 시도해본 숏컷 체험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제의가 와서 덥석 자르겠다고 했다. 머리를 그렇게 짧게 짧아 본건 아기 때 말고는 처음이다. 자르니까 편하더라. 준비시간도 오래 안 걸리고 캐릭터랑 친해지는 데 도움이 됐다.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 생겼고, 어울리는 옷부터 움직임까지 다 달라져서 촬영 중 다른 감독님을 만나면 ‘너 왜 이러냐’고 말하시기도 했다. 저한테 좋은 쪽으로 영향을 준 것 같고 보시는 분들도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신현빈이 연기한 연희는 과거 범죄 사건으로 동생을 잃고 계속해서 죄책감에 시달리는 인물로 어둡고 복잡한 내면을 가졌다. 그는 “이연희라는 인물이 견디고 있는 건 어느 정도의 억압일지가 제일 궁금했다”면서 인물을 만들어간 과정을 설명했다.

“무력하고 마지못해 살아가고 있는 연희는 5년이라는 시간을 끔찍하게 살아왔을 텐데 한순간에 바뀔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초반부를 연기할 때는 감독님이 오히려 더 무심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디렉션을 많이 해주셨다. 대본을 보면서 연희가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 사진=넷플릭스

 

크나큰 상처를 입고 스스로를 억압하고 있는 연희는 극중 사건이 전개될수록 자신을 가두고 있던 틀에서 벗어나 감추고 있던 감정을 표출하게 된다. 이에 대해 신현빈은 설득력을 갖고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고민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연희는 여러 가지로 억눌려있고 감정을 터뜨리지 못하는 사람인데 후반으로 가면서 감정을 보여주고 마무리를 지어야 하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설득력이 있게 전달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연희를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는 관객도 있을 거고,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설득력이 생겨야만 엔딩 장면이 이해된다고 생각해서 이 부분을 중점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극중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폐호텔에서의 5분가량 되는 롱테이크 장면은 신현빈에게도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긴 장면을 찍어본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고 말한 그는 이 장면에 얽힌 비하인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기술을 더해서 롱테이크같은 효과를 낼 수 있었고, 처음에는 그렇게 찍는 걸로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근데 막상 촬영 당일에 롱테이크로 찍어보니까 될 것 같은 거다. 희한하게 될 것 같으니까 다들 ‘한번 해볼까?’하고 맞춰가기 시작했다. 카메라 워킹과 연기가 함께 움직여야 해서 탱고나 왈츠를 추는 것처럼 합이 맞아야 하는 작업이었고 힘든 면이 없지 않았는데 몰입감도 있고 해내고 났을 때 성취감, 전우애도 있었다. 새로웠고 뿌듯했다.”

사연 있는 인물을 많이 연기해 온 신현빈은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아픔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앞서 한 인터뷰에서 연상호 감독은 이러한 그에 대해 ‘박복미’가 넘친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러한 언급에 대해 신현빈은 “기사가 너무 많이 나서 감독님이 본인이 얘기하고도 당황하시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연이 있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싫어하지는 않는다. 너무도 평탄하게 무탈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삶을 누가 궁금해할까 싶다. 평범하게 잘 지내는 사람의 이야기보다는 사건을 통해 경험하고 성장하거나 선택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것 같다.”

 

▲ 사진=넷플릭스


계속해서 신현빈이 ‘박복미’ 넘치는 캐릭터를 맡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 사람의 안타까움에 대해 빨리 이입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에게 다가왔을 때는 이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더 잘 살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다른 분들도 느껴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하게 된다. 그런 역할이 많이 들어오는 것들이 단순히 불쌍하게 생겨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웃음) 사람의 마음에 대해 잘 공감하는 사람이라서라고 생각하고 있다.”

잘 어울리는 배역을 맡아 연기하는 것은 배우에게 좋은 일이지만,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신현빈을 지켜봐야 하는 팬의 처지에서는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다. 그는 “팬분 중에서도 행복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도 저는 사연 있는 사람들의 삶에 끌리는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행복하다면 행복한 역할을 해봤지만 그런 역할에도 사연이라는 건 존재하더라 다들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데 어떻게 그 사연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지에 대한 차이인 것 같다. 아직 만나지 못한 사연이 더 많을 것 같아서 그런 면에서 좋은 부분이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계시록’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연상호 감독과 신현빈의 인연은 끈끈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드라마 [괴이]를 시작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이번 ‘계시록’에 이어 영화 ‘얼굴’, ‘군체’에도 손을 잡아 한 배를 타게 됐다.

이에 신현빈은 “가시권에 있으니까 그런 건가 싶다. 같이 다시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는 게 감사하다”면서 배우로서 만났을 때 느낀 연상호 감독의 작업 스타일에 대해 언급했다.

“감독님은 명확하게 지시하고 만들어주시는 스타일은 아니고 배우가 그려온 준비한 것을 편하게 표현해주기를 바라시고 믿어주신다. 거기서 고민이 있거나 선택해야 할 지점이 생길 때 심플한 대답을 주신다. 거기서 답을 얻어서 가져가게 되는데 그런 부분이 연기하는 데 있어서 편하다고도 할 수 있고, 동시에 좀 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 사진=넷플릭스

연상호 감독과 여러 작품을 함께하게 됐지만, 신현빈은 “제 기준에서는 다른 스타일의 작품들”이라고 말하며 각각의 작품들에 관한 생각과 앞으로의 각오를 전했다.

“저는 좀비물을 찍은 적이 없는데 ‘군체’ 같은 경우는 좀비물이고, ‘얼굴’은 감독님도 굉장히 새로운 시도를 하신 작품이다. ‘계시록’도 마찬가지로 기존의 결이 있지만 조금은 다른 작품이라 같은 감독님의 작품이지만 각기 다른 작품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인 것 같다. 제안을 받고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각각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감독님 저를 왜 계속 쓰세요?’라고 물어보지는 않는다. 그냥 믿고 하시나 보다 생각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더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그걸 해내는 게 제 숙제인 것 같다.”

이렇듯 ‘계시록’에는 반가운 동료와의 재회가 있었던 한편, 새로운 만남도 존재했다. 극중 신의 계시를 목격한 목사 ‘성민찬’ 역으로 분해 그와 대립한 류준열은 신현빈과 동갑으로 이번 영화를 통해 친분을 맺게 되었다.

“합을 맞추는 배우가 동갑인 경우는 간혹 있었지만 흔치 않았다. 준열 배우가 먼저 말도 편하게 하고 친구로 지내자는 얘기를 해줘서 많이 편해진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극중 붙어있는 장면이 자주 나오지는 않지만, 촬영은 겹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서로 한 연기를 봐주기도 했고, 내가 나오지 않는 분량에 있어서 저 친구가 잘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준열 배우도 새로운 면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 같다. 저와 굉장히 다른 스타일의 캐릭터와 연기를 보여주면서 서로 밸런스를 맞춰가야 해서 불안할 수도 있는데 신뢰할 수 있었다. 워낙 칭찬도 잘 해주는 타입이다.”

갈등과 의심의 삼각형을 이루는 마지막 퍼즐 신민재에 대한 코멘트도 이어졌다.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는 전과자 ‘권양래’ 역을 맡은 그에 대해 신현빈은 “극중에서는 나쁜 인상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순둥순둥하고 귀여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 버럭이를 닮았고 픽사미가 있다. (웃음) 신민재 배우도 또래여서 오는 편안함과 의지할 수 있는 마음이 있었다. 작품 자체는 무겁고 서로 간의 의심과 불만이 많은데 되려 그런 것들이 현장에서는 좋은 쪽으로 채워진 것 같다.”

한편 ‘계시록’은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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