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애니 뚫고 나온 신들의 목욕탕…연극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한국 상륙

임가을 기자

coneylim64@gmail.com | 2026-01-08 06:30:53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신비로운 목욕탕이 한국 예술의전당 무대 위에 펼쳐진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소재의 예술의전당 CJ라운지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미디어콜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존 케어드 연출, 이마이 마오코 공동 연출 겸 번안, ‘치히로’ 역의 카미시라이시 모네, 카와에이 리나, ‘유바바/제니바’ 역의 나츠키 마리가 참석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우연히 금지된 신들의 세계로 들어간 치히로에게 펼쳐지는 초유의 미션과 환상적인 모험을 그리는 연극 작품이다. 
 
▲ 사진=CJ ENM
 
2022년 3월, 제작사 토호의 창립 90주년 특별 기획으로 무대화된 작품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연출가인 존 케어드가 참여하고, 원작 애니메이션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담당한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일본 도쿄에서 세계 초연을 올린 작품은 이후 오사카, 후쿠오카, 삿포로, 나고야 등 일본 4개 도시 투어를 거쳐 2023년과 2024년 앙코르 투어까지 이어졌고, 영국 웨스트엔드와 중국 상하이 진출에서도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작품의 원작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끄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이다. 2001년 개봉해 200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는 등 평단의 호평을 받았으며, 세대를 초월해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아내이자 창작 파트너인 이마이 마오코가 아이들에게 소개해 준 것을 계기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처음 알게 되었고, 이후 자녀들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그의 모든 작품 세계를 알아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이 작품을 무대화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존 연출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그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 강조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직접 만나 공연화를 허락받았다는 그는 막상 허락이 떨어지자, 작업의 엄청난 난이도에 걱정부터 들었다고 한다. 환상으로 가득 찬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를 배우와 관객이 믿게 하려면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
 
▲ 사진=Johan Person
 
이러한 과제를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환경에서 수행해야 했던 그는 비대면으로 진행해야 했던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존 연출은 “덕분에 연습 과정의 부차적인 어려운 일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며, “전 세계에 흩어져 컴퓨터로 협업할 수 있다면, 용의 등에 어린 소녀를 태워 날리는 것쯤은 결국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모든 협력자가 전 세계 각지에서 줌으로 접속해야 했다. 퍼펫과 무대 디자이너들은 런던에서 도쿄의 연습실로 매번 화상 접속을 했고,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편곡한 작곡가 브래드 하크는 시카고에서 접속했다. 연습실에 커다란 스크린을 설치해 두고, 실제 공간에 있지 않은 전 세계의 예술적 협력자들을 수천 마일 밖에서 참여시켜야 했는데 이는 정말 엄청난 도전이었다.”

존 연출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무대화하기로 한 또 다른 이유로는 작품 전개의 90%가 목욕탕이라는 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데 있었다. 마법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주 배경인 신들의 목욕탕은 일본의 전통과 문화가 결합된 무대로 재탄생했다.

“우리는 무대 디자이너에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는 일본의 종교와 신앙의 영역인 신토와 온천 문화가 결합한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디자이너는 목욕탕을 일본의 가면극인 ‘노’(能)의 무대처럼 보이게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가 현대적인 20세기 무대 한복판에 설치한 ‘노’ 무대는 계속 회전하기 때문에 관객은 언제나 다양한 각도에서 무대를 바라볼 수 있다.”
 
▲ 사진=CJ ENM
최근 이상일 감독의 영화 ‘국보’로 한국 대중에게도 알려진 일본의 대표적인 공연예술 가부키 역시 작품 속에 녹아들었다.

존 연출은 “가부키 공연장의 무대와 객석 사이를 가로지르는 통로 ‘하나미치’와 같은 요소가 존재한다”며, “극장 구조상 구현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신토의 많은 요소는 가부키와 닮아있고, 가부키의 많은 부분은 일본의 전통 스포츠인 스모와 닮아있다. 이처럼 이번 작품에서는 예술과 종교가 다양한 방식으로 얽혀있는 일본의 모든 요소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원작 애니메이션 특유의 상상력을 무대예술로 풀어내 호평받은 이 작품을 원작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어떻게 감상했을까. 이에 존 연출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극장에 절대 가지 않는다. 사실 어디에도 잘 나가지 않는다”고 밝히며 작품에 관해서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와 긴밀하게 소통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연결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의 일화를 풀어 놓기도 했다. 존 연출은 “스즈키 토시오의 말에 따르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최신작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개봉했을 때 그는 줄곧 '이게 내 마지막 영화다, 다시는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라고 말해왔었지만, 영화가 개봉한 바로 다음 날 스튜디오에 출근해서 '방금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어'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것이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살아가는 이유이다. 그는 오직 그림을 그리고 창작하기 위해 살 뿐이며, 자기 작품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거나 자신에게 주어지는 상 따위에는 정말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는 그저 다음 작품만을 바라볼 뿐이고, 저는 그의 그런 점을 정말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언급해 창작자로서의 유대감을 표시했다.

이번 작품과 원작 애니메이션을 한데 엮는 또 하나의 요소는 온천의 주인 ‘유바바’와 그의 상둥이 언니 ‘제니바’ 역을 맡은 나츠키 마리다. 그는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두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데 이어 무대에서도 같은 배역을 연기하며 인물과 혼연일체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 사진=CJ ENM
나츠키 마리는 “20년전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연락이 와서 직접 방문했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제 목소리를 들으면서 처음 유바바를 만들게 되었다”면서, “원래 제니바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가 될 예정이었지만, 그 때 제 목소리를 들어보시고 쌍둥이로 가자고 해서 제가 두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었다”고 원작 애니메이션에 관련한 일화를 풀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20년이 더 지나서 무대화가 된다는 얘기를 듣고 출연하게 되었는데, 실제로 무대에 서서 연기해 보니 같은 대사도 몸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느꼈다”며, “많은 고민이 있었고, 초연에는 영화에 가깝게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는데 이후에는 무대 연기에 가까운 캐릭터로 진화시켜나갔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히기도 했다.

살아있는 전설과 함께 작품을 꾸려나가는 주인공 ‘치히로’ 역에는 카미시라이시 모네와 카와에이 리나가 분한다. 카미시라이시 모네는 이번 작품을 통해 제30회 요미우리연극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가장 권위있는 일본 공연 시상식의 역사상 최연소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모네는 “치히로는 항상 두 발로 당당하게 서있고, 결단력 있는 행동을 보인다. 이렇게 자신을 믿는 법을 치히로에게서 배웠다”면서, “보통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유연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하는데, 부모님에게서 받은 이름이 얼마나 보물과 같은 것이고 사랑이 넘치는 것인지를 배우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작품을 통해 배운 점과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말했다.

카와에이 리나는 일본 아이돌 그룹 AKB48 출신으로, 졸업 이후 유수의 연극,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 참여하며 연기자로서 기량을 뽐냈다. 그는 “10살의 어린 아이인 치히로를 통해 어떤 곳에 있어도 강한 신념을 잃지 않고,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걸 배웠다”면서, “어린아이들이 이 작품을 보고 정당히 일하고 대가를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으면 좋겠다”고 전해 장내에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오는 3월2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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