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좀비가 주인공”…칸 홀린 연상호의 좀비 떼 ‘군체’ 내일 극장가 상륙

임가을 기자

coneylim64@gmail.com | 2026-05-20 19:17:41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칸에서 금의환향한 연상호 감독과 ‘군체’ 팀이 내일 극장가에서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 (왼쪽부터) 지창욱, 김신록, 신현빈, 연상호 감독, 전지현, 구교환 [사진=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군체’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이 참석했다.

이번 영화는 연상호 감독의 네 번째 칸 입성작이다. 제79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어 지난 15일(현지 시각)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 작품은 7분간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주연 배우들 또한 칸의 레드카펫을 밟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연 감독은 “칸영화제에 가면 길거리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고 축제인데, 이런 곳에서 영화를 선보일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근데 오늘 아이맥스에서 같이 보니까 여기서 보는 게 더 좋았다. 그래서 지금 더 좋은 상태”라고 재치 있는 소감을 전했다.

배우들도 처음으로 칸에 참석한 소감을 밝혔다. 전지현은 “영화를 소개하며 오히려 에너지를 받고 온 기분이었다. 감사한 자리였는데 배우로서 큰 용기와 힘을 얻었다”라고, 김신록은 “전 세계 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경의와 환대를 목격해서 꿈 같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 영화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존중과 찬사인 것 같아서 한국에 와서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 사진=쇼박스
 
구교환은 특별한 에피소들을 풀어놓기도 했다. 그는 “프리미어 상영이 끝나고 새벽 3시쯤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길거리에서 한 분이 미소 지으면서 ‘군체’의 서영철이냐고 인사를 해주셨다. 그 미소가 아직도 떠오른다. 고마워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칸영화제 현장에서 여러 외신과 인터뷰를 진행한 연 감독은 이번 경험을 통해 ‘군체’의 보편성을 실감했다. 그는 “보신 분들이 영화의 메시지를 잘 읽어주셔서 인상 깊었다”라며, “‘얼굴’ 같이 나라의 특색이 있는 영화도 있는데, 이번 영화는 아주 보편적인 주제와 서스펜스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제가 의도했던 대로 질문을 해주셔서 신기하고 기뻤다”라고 말했다.

‘군체’는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부산행’으로 한국 좀비 영화의 새 역사를 쓴 연상호 감독의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연 감독은 이번 ‘군체’에 대해 “처음으로 좀비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말했다. 그는 “좀비 영화를 꽤 많이 만들었지만, 그전에 만들었던 ‘서울역’이나 ‘부산행’, ‘반도’는 클래식한 좀비와 공간의 결합이 컸다”라며, “좀비 자체는 클래식한데 기차나 서울역, 고립된 한반도 같은 공간에 따라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달라진 거다. 반면 ‘군체’는 좀비 자체에 집중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 사진=쇼박스
 
그간 ‘휴머니즘’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졌던 연 감독은 이번 ‘군체’ 역시 인간다움에 집중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구동되는 원리가 보편적 사고의 총합처럼 느껴진다는 점이 재미있어 파고들었고, 그 보편성의 힘이 너무 세지다 보니 인간의 개별성이 무력해지는 지점에 주목했다. 역으로 생각했을 때, 집단지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가장 인간다운 것은 개별성이 아닐까 싶었다”라고 말했다.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권세정을 생존자의 리더로 내세운 이유도 이러한 주제와 같았다. 연 감독은 “소수 의견을 낼 줄 아는 권세정을 내세워 공설희와 연대를 시작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를 통해 집단성과 연대가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전했다.

‘군체’에서 등장하는 좀비는 균사체와 유혈이 뒤섞인 충격적인 비주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더해진 그로테스크한 움직임은 작품 만의 특색을 더하는 핵심적 요소로 기능했다.

연 감독은 “집단지성으로 움직인다는 추상적인 개념을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라 좀 더 아방가르드한 무용을 하는 현대무용팀을 섭외해서 원하는 느낌을 이야기했다”라며, “이분들은 추상적인 개념을 몸으로 표현하는 게 워낙 익숙하시다 보니 그런 것들을 만들어내고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으시고 아이디어도 많으셨다. 그걸 보면서 시나리오 때는 느끼지 못했던, 상상만 하던 좀비가 완성되어 가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 사진=쇼박스
 
좀비들과 직접 합을 맞춘 지창욱은 “처음 현장에서 좀비를 만났을 때 경이로웠다”라며, “그분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좀비의 눈을 그렇게 유심히 바라봤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정말 훌륭하셨고 그 덕분에 좋은 리액션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캐릭터들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권세정’ 역을 맡은 전지현은 “특별한 인물로 보이기보다는 관객들이 권세정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영화 속에 빠져들어서 다양한 상황 속의 선택을 같이 고민하고,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의 가장 큰 포인트였다”라고 말했다.

전지현은 원체 액션 장르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주로 연기했다. 그는 “갑자기 교수님이 이렇게 액션을 잘해도 되나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촬영할 때 많이 절제하기도 했지만, 권세정은 어떤 상황에서도 위기를 모면해 나가는 인물이라 적정한 수준을 지키면서 액션을 했다”라고 말했다.

권세정과 대척점에 있는 메인 빌런 ‘서영철’ 역으로는 구교환이 분했다. 그는 감염사태를 일으킨 생물학 박사를 연기하며 수많은 감염자들과 한몸처럼 움직인다.
 
▲ 사진=쇼박스구교환은 “현희와 현석이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저와 우리 아이들은 동선이나 행위적으로 연결되어 연기를 하고 있다”라며 애정 어린 호칭으로 감염자들을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상 서영철이라는 인물을 한 100명이 넘게 같이 연기하고 있는 셈인데, 아이들의 연기를 먼저 보고 영감을 받아 연기한 적도 있고 반대로 제 움직임에 대해 이해를 부탁드린 적도 있다”라며, “함께 한 역할을 만들어간다는 게 정말 든든하고 행복하면서 특별했다. 잘 있지 얘들아”라고 말하더니 즉석에서 좀비 언어를 구사해 장내에 웃음을 자아냈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양손이 구속된 채 등장하는 그는 좀비들과 눈 움직임을 비롯한 표정으로 소통한다. 구교환은 “얼굴 근육을 온몸같이 쓰며 거칠게 사용하려고 했고, 통신이 완만해지는 장면에서는 잠깐의 깜빡임으로 표현했다”라며, “세정과의 마지막 전투에서는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라 손발 근육을 다 써보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구교환은 “이 모든 페이스 액션은 감독님의 지도하에 했다. 감독님이 시범을 잘 보여주셨다”라면서, “저는 연상호 감독님의 거울”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에 연 감독은 “저는 마그네슘 부족 액션이라 부른다”라고 덧붙여 이야기했다.

지창욱과 김신록은 극 중 우애 좋은 남매 ‘최현석’과 ‘최현희’로 분했다. 지창욱은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위험이 있을 때 가족에 관한 생각이나 관계의 취약성 같은 것들이 공감이 많이 됐다. 작품을 하면서는 현희와의 관계에 굉장히 많이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김신록 역시 “현희는 누나이기도 하고 IT 업계 종사자이자 장애인이기도 한데, 가장 중요한 건 동생 현석과의 정서적인 연결성이다. 시나리오에 구체적인 전사 같은 것들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둘 사이의 정서적 연결고리가 어떻게 직관적으로 드러날 수 있을까 고민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들은 함께 움직이는 장면에서 서로 업고 업힌 모습으로 등장한다. 관련해 지창욱은 “오히려 누나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항상 붙어 있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의지하게 되고 힘이 났다. 물리적인 피로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누나와 정서적으로 더 연결되고 의지가 되었던 것이 훨씬 컸다. 덕분에 더 힘을 내서 촬영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김신록은 “신체적으로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 보니, 둘 사이의 밀접함과 친밀함이 직관적으로 잘 드러난 것 같다. 업혀 있다 보니 지창욱 배우의 감각이나 감정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말하지 않아도 교류가 일어나는 경험을 했다. 한국의 보편적인 남매들처럼 진솔한 이야기를 따뜻하게 나누지 않더라도, 서로를 향한 애틋한 관계가 잘 만들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배우 중 유일하게 신현빈 만이 빌딩 바깥에 있는 인물을 연기했다. 생명공학부 교수이자 특별조사팀에 속한 ‘공설희’ 역을 맡은 신현빈은 “전문가적인 의견을 정확하게 보여주며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감정적으로 이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지를 잊지 않으려고 신경을 썼다”라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말했다.

특히 극 중 신현빈은 고수의 전 부인인 전지현과 공조하는 관계로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그는 “독특한 관계라고 느꼈다”라며,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전 부인과 현 부인이라는 관계성이 이전에는 경쟁적이나 대립적이고 긴장감을 줬다면, 이 영화 속에서는 두 사람이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가장 같은 것을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를 믿고 공조할 수 있었다. 촬영을 같이하는 부분은 없었지만, 통화하는 장면들을 음성이나 영상으로 받아 보면서 든든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군체’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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