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 격하게 갈릴 것”…연상호 감독 신작 ‘실낙원’ 토론토 찍고 한국 찾는다

임가을 기자

coneylim64@gmail.com | 2026-09-18 17:50:17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연상호 감독이 김현주, 배현성으로 그려낸 모자 스릴러 ‘실낙원’이 극장을 찾는다.
 

▲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연상호 감독이 김현주, 배현성으로 그려낸 모자 스릴러 ‘실낙원’이 극장을 찾는다. (사진=CJ ENM)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실낙원’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김현주, 배현성이 참석했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 영화다.

이번 영화는 ‘부산행’, ‘얼굴’, ‘군체’ 등을 선보인 연상호 감독의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눈길을 끌었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를 마치고 돌아온 연상호 감독은 “토론토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개봉을 위한 일종의 출정식을 했다고 한다면, 오늘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관객들에게 영화를 선보이기 위한 첫 발걸음인 것 같아서 설렌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를 통해 연 감독은 지난해 ‘얼굴’에 이어 2년 연속 토론토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그는 팬과 만나는 자리에서 인기를 실감하기도 했다고.

연 감독은 “토론토영화제는 극장에 들어가기 전 팬분들과 만나는 자리가 시그니처다. 차에서 내릴 때마다 사람이 없으면 어떡할지 걱정을 많이 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작년에 ‘얼굴’로 갔을 때도 ‘박정민이 이 정도라고?’ 하면서 놀랐다. 근데 이번에는 더 많아서 진짜 깜짝 놀랐다”라고 이야기했다.
 
▲ 사진=CJ ENM

이번 영화제에서 ‘실낙원’은 월드 프리미어 공개 전부터 공식 상영 4회차 티켓이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되는 등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연 감독은 이러한 반응의 이유로 피부에 와닿는 쟁점이 된 가상현실과 AI라는 소재를 들었다.

연 감독은 “예전에 인디 애니메이션을 할 때부터 어두운 이야기를 많이 해왔지만, ‘실낙원’은 정말 아주 어두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엔딩도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제 작품 중에서 가장 호불호가 격하게 갈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한 번쯤 생각해 봤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이라는 가정에 반응해 주신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실낙원’의 이야기는 연 감독의 어머니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어머니가 저를 유독 많이 아끼셔서 명절에 본가에 가면 어머님이 항상 이야기를 쓰는 게 힘들지 않냐고 걱정하셨다”라며, “다음 명절에 갔더니 어머니가 이야기를 쓰셨더라. 연습장에 연필로 세 페이지 정도 쓰신 그 이야기가 ‘실낙원’의 원안이다. 오랜 시간 동안 발전시키는 동안 세 가지 버전 정도로 썼는데, 지금의 ‘실낙원’이 마지막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실낙원’의 탄생은 새로운 영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 감독은 “아내는 ‘실낙원’이 어머니의 이야기에서 시작됐다는 걸 알지 않나. 자기 이야기를 카톡으로 보내더라. ‘내 것도 좀 써봐’라고. 그래서 지금 쓰고 있다.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는데 아내 건 더 어렵더라. 내용이 다 다크하다. 온 가족이 심연으로 들어가고 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세 가지 버전 중 두 번째 버전은 소설 [블랙 인페르노]로, 세 번째 버전은 이번 ‘실낙원’으로 발전했다. 작품의 제목 ‘실낙원’은 존 밀턴의 대표 서사시에서 따왔다. 연 감독은 “어머니가 쓰신 세 페이지 정도의 이야기를 다시 읽으면서 이 감정이 뭘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지금의 제목을 짓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처럼 완전한 낙원에서 벗어나 불완전한 세계로 들어오면서, 결과적으로 인간의 정체성을 갖게 되는 이야기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기술이 만들어낸 완전한 기억과 불완전한 세계, 그리고 결국 그 불완전한 세계를 향해 갈 수밖에 없는 인간적인 선택들로 정리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 사진=CJ ENM

이번 영화는 약 2억 원대 예산으로 촬영한 ‘얼굴’과 같은 저예산 영화다. 단 14회차로 찍어낸 ‘실낙원’에 대해 연 감독은 “저는 저예산 영화가 정말 재미있고 좋다. 요즘 다른 감독님들한테도 한번 해보시라고 추천한다. 따로 브랜드를 만들까 생각하고 있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연 감독은 “투자받으면 항상 부채감이 있다. 어느 정도 돈을 불려 드려야 한다는 책무감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한다. 근데 ‘얼굴’은 직접 투자하다 보니까 작업할 때 마음이 편하더라. 거기에 중독돼서 ‘실낙원’까지 오게 됐다. 이번 작업도 다 같이 마음 편하게 작업하고, 우리가 원하는 영화를 한번 재미있게 만들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재미있게 잘했다”라고 전했다.

최근 2년에 걸쳐 ‘얼굴’부터 ‘군체’, [가스인간], ‘실낙원’까지 멈추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연 감독은 이에 대한 원동력을 묻자, 그는 다작이 자기 해소의 방법이라 이야기했다.

연 감독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한 작품들이 다 달랐다. ‘얼굴’은 저예산 영화, ‘군체’는 상업영화, [가스인간]은 일본 시리즈였다. 종류가 다르다 보니까 할 때마다 재미있다. 서로 성격이 다른 작업을 하면서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 이걸 멈추면 큰일 난다. 계속 사이클을 돌려야 한다. 성격이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라 오히려 리프레시가 된다”라고 말했다.
 
주연진으로는 김현주, 배현성이 분했다. 연 감독은 “류소영과 아들의 관계가 중요했다. 묘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모성이 아니라 여러 긴장감이 있어야 하는 관계”라면서, “이번 영화에서 김현주 배우가 30년 동안 쌓아온 연기의 진가를 드러냈다는 것, 배현성 배우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는 것만은 확실하다”라고 자신했다. 

 
▲ 사진=CJ ENM

김현주는 돌아온 아들의 낯선 모습으로 인해 흔들리는 엄마 ‘류소영’ 역을 맡았다. 연 감독은 “김현주 배우와는 작업도 많이 해봤고 어떻게 하시는지 너무 잘 알아서 카톡으로 대본을 보내드렸다. 그랬더니 운동 가야 한다고, 갔다 와서 읽겠다고 하시더라. 두세 시간 뒤에 ‘이거 해볼 만하겠다’라고 연락을 주셔서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라고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이에 김현주는 “제가 경력에 비해 연기하는 기술력은 좀 약한 편이다. 감정에만 매달리는 편이라 한 번 읽을 때 각을 잡고 읽어야 한다. 저는 처음 읽었을 때의 감정이 거의 다라서 마음을 다잡고 읽으려고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그는 “감독님이 현장에서 워낙 편하게 해주시지만, 그것만으로 늘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연기의 결이 제가 그나마 제일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서 덜컥 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어렵긴 하더라. 쉽지는 않았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김현주는 [지옥] 시리즈, [선산], 영화 ‘정이’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 네 번째 작품을 함께한다. 이에 그는 “제가 여러 가지를 펼쳐보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배우는 선택을 받아야 할 수 있는데,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다는 걸 보시고 먼저 연락을 주신 덕분에 배우로서 뒤늦게 액션도 해보고, 깊은 감정선을 표현하는 캐릭터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 사진=CJ ENM

이번 작품에서 모자 호흡을 맞추게 된 배우는 배현성이다. 그에 대한 첫인상으로 김현주는 “선우 역할에 이 얼굴이 맞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하지는 않았다. 근데 막상 선우로 나타났을 때는 너무 달라져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상시에는 굉장히 귀엽고 순둥순둥하다. 근데 촬영에 들어가서 선우가 되면 눈빛이 확 달라진다. 서늘한 공기를 순간적으로 만들어내는 게 놀라웠다. 배우는 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연기할 때 현성 씨의 눈을 들여다보면 깊다.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앞으로도 기대가 많이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김현주는 9년 만에 재회하게 된 관계를 연기한 만큼, 배현성과 친밀감을 쌓는 것까지 조절했다고 한다. 그는 “9년 만에 돌아온 아들이라 첫 만남에서의 낯섦이 중요했다. 눈빛을 많이 주고받고 교감이 생기면 오히려 그 낯선 느낌을 연기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 것 같았다. 그 만남부터가 시작이고 거기서 힘을 받아 가야 했기 때문에 대화를 자제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배현성은 “눈을 마주 보면서 감정적인 연기를 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선배님 눈을 보면 선우로서의 감정이 올라왔다. 제가 뭘 더 하지 않아도 선배님이 주시는 연기에 제 연기도 저절로 잘 나와서 너무 좋았다. 현장에서도 편하게 계시다가 촬영에 들어가면 초사이어인처럼 변하셔서 저한테 에너지를 많이 주셨다”라고 이야기했다.

 
▲ 사진=CJ ENM
배현성은 9년 만에 돌아온 낯선 아들 ‘류선우’ 역으로 분했다. 앞서 [지옥 2]의 특별 출연으로 연 감독과 인연을 맺었던 그는 “감독님이랑 짧게 만나서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대본을 주셔서 읽었다. 너무 몰입됐고 어두운 이야기가 재미있었다”라며,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연기와는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에 연 감독은 “배현성 배우는 ‘지옥2’ 때 특별 출연했는데 너무 짧게 출연해서 다시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딸이 [조립식 가족]의 팬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본을 드렸는데 아주 흔쾌히 하겠다고 해 주셨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배현성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첫 영화 주연작으로 의미를 더한다. 이에 그는 “늘 촬영할 때마다 부담감은 있지만, 이번에는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연기와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고 영화 첫 주연작이기도 해서 부담감이 있었다.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현장에서 감독님, 선배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조언도 많이 들었다. 덕분에 편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면서 긴장감을 많이 떨쳐낼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배현성은 ‘실낙원’에서 절제된 태도 속에 묻어나는 서늘함으로 새로운 연기 변신을 펼칠 예정이다. 그는 “선우는 엄마가 9년 동안 AI 어린 선우와 지냈다는 사실에 서운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그동안 힘들게 살아왔는데 엄마는 나름대로 잘 살았다고 느꼈을 것 같다. 그래서 엄마에 대한 원망과 서운함, 복잡하고 어두운 감정을 많이 드러내려고 했다”라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이야기했다.

한편 ‘실낙원’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최초로 상영되고, 오는 10월 21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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