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몸을 자르고, 부러뜨리고, 꿰맨 뒤에야 신게 된 유리구두…‘어글리 시스터’
임가을 기자
coneylim64@gmail.com | 2025-08-14 14:39:10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산길을 달리고 있는 마차 안, 언제나 외모로 조롱받는 ‘엘비라’는 평소와 같이 ‘율리안 왕자’가 쓴 시집을 읽으며 그와의 달콤한 사랑을 꿈꾸고 있다.
마차가 도착한 곳은 어머니 ‘레베카’가 재산을 노리고 결혼하기로 귀족 남성 ‘오토’의 집. 그에게는 아름다운 외모로 모두의 주목을 받는 딸 ‘아그네스’가 있다. 새로 가정을 꾸리게 된 다섯 남녀는 이를 기념하며 식사 자리를 갖지만, 그 자리에서 새아버지는 피를 토하며 세상을 떠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들은 유산 정리 과정에서 새아버지가 겉 포장만 화려한 빈털터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동시에 엘비라는 율리안 왕자의 신붓감을 찾는 무도회에 의붓언니 아그네스와 함께 초대된다. 여러모로 궁지에 몰린 상황, 엘비라는 왕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고통을 무릅쓰고 필사적으로 아름다움을 쫓기 시작한다.
‘어글리 시스터’는 신데렐라의 의붓동생 ‘엘비라’의 아름다움을 향한 광기 어린 변신을 그린 바디 호러 영화로, 에밀리 블리치펠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제41회 선댄스영화제 미드나잇 섹션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후 제43회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은까마귀상을 수상했고, 국내에서는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에 초청되어 작품상과 관객상을 받으며 2관왕을 달성했다.
잔혹 동화라는 테마에 걸맞게 작품의 색감은 고딕적이며 몽환적이다. 마치 품위 있는 귀족들의 낭만적인 로맨스가 펼쳐질 것 같은 배경에서 ‘어글리 시스터’는 천박하고 우스꽝스러운 그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어글리 시스터’는 모티브가 되는 동화를 재구성해 신데렐라의 의붓동생, 엘비라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엘비라는 ‘아름다움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격언을 사훈으로 삼은 병원에서 ‘미용치료’라 불리는 각종 성형수술을 받는다.
영화는 인위적으로 콧대를 부러뜨려 모양을 바꾸거나 인조 속눈썹을 눈꺼풀에 바느질해 붙이는 등의 폭력적인 수술의 방식을 가까이 밀착해서 비추며, 피하는 것 없이 집요하게 바라봐 스크린 너머까지 그 고통이 전해질 정도다. 최근 화제를 모은 데미 무어 주연의 바디 호러 영화 ‘서브스턴스’는 비현실적인 몸의 변형을 보여준다면, 이 영화에서는 현실적으로 신체가 망가지는 과정을 세세히 보여줘 더 지켜보기가 힘들다.
이러한 엘비라가 살고 있는 사회는 다 같이 미쳐있다. 미용치료 의사는 환자의 얼굴을 반죽하듯 주무르며 자로 견적을 내고, 어머니는 쇼핑이라도 하듯 카탈로그를 훑더니 딸의 코를 ‘7번 코’ 모양으로 부러뜨려달라 말한다. 그렇게 엘비라처럼 피나는 노력을 한 아가씨들은 무도회장이라는 쇼케이스에 진열된 후 온갖 품평을 일삼은 남성들에게 구매 당하는 결말에 이른다.
그들의 사회를 조롱하듯 풍자적인 분위기로 전개되는 영화는 개그 코드를 심어 웃음을 유발하지만, 터무니없게 느껴지지는 않는 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현실에 존재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엘비라가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삼킨 촌충 알은 19세기 다이어트 약물로 복용된 바 있고, 그 시절에도 코 모양을 바꾸기 위해 절골을 동반했다는 자료가 남아있다.
야만적인 모양이 보기 좋게 포장됐을 뿐, 사회가 정한 미의 기준에 맞추는 방법은 현대에 와서 더욱 구체화되고 많아졌다. 엘비라가 사회가 만들어놓은 유리구두에 자신을 끼워 넣으려 치는 발버둥을 보고 있자면, 지금의 사회와도 관통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이에 엘비라를 연기한 레아 미렌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서 관객상을 수상한 이후 “이 영화가 보여지고 난 후 한국에서 어디에 가치를 둬야 하며, 우리가 여성의 몸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우리가 현 시대의 여성들이 받는 압박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일으켰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어글리 시스터’는 오는 20일 CGV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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