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청춘부터 민주주의의 가치까지…창작산실, 1월 빛낼 ‘올해의신작’ 총정리
임가을 기자
coneylim64@gmail.com | 2026-01-06 09:33:23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신선한 이야기로 현대 한국 사회에 울림을 전할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이 막을 올렸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소재의 예술가의집에서 ‘18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1차 시기별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뮤지컬 ‘푸른 사자 와니니’ 박명우 프로듀서, 무용 ‘이윽고 INTIME’ 길흥(조재혁) 예술감독 겸 안무, 뮤지컬 ‘제임스 바이런 딘’ 최수명 프로듀서, 연극 ‘풀(POOL)’부새롬 연출, 전통예술 ‘쌍향수’ 김상연 연출 겸 음악감독, 오페라 ‘2.28’ 박경아 작곡, 무용 ‘JASON Project’ 김경신 예술감독 겸 안무, ‘A여고 사서의 영광과 비극’ 이기쁨 연출 등이 참석했다.
올해로 18회째를 맞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은 연극·창작뮤지컬·무용·음악·창작오페라·전통예술 등 6개 장르, 34편으로 구성된 신작 중 1월에 막을 올리는 8편이 포함된 1차 라인업을 먼저 공개했다.
창작뮤지컬 장르에서는 대중에게 친숙한 원작과 실존 인물, 그리고 일상에 가까운 배경을 활용한 작품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일 개막해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푸른사자 와니니’는 110만 여부가 팔린 이현 작가의 베스트셀러 동화를 기반으로 하며, 약육강식의 세계를 배경으로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공존의 가치를 전하는 성장 서사를 그린다.
2022년 출판사와 라이센스를 계약해 개발 기간을 거쳤다고 밝힌 박 프로듀서는 “원작 도서를 초등학생인 제 아이에게 읽어주기도 했다. 책에 대해 아이가 질문하는 것과 제가 그 책을 읽어주면서 궁금했던 것들이 다른데, 그에 대한 대답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품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제작 계기를 밝혔다.
이어 그는 “아이엠컬처라는 제작사가 가족 뮤지컬을 주로 만드는 제작사로 많이 알고 계시는데, 가족 뮤지컬을 넘어서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준비 기간이 길었다. 현재 약 6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작품을 올렸는데 그림 자체를 천석 이상 공연장을 염두에 두고 무대와 의상을 디자인했고, 음악도 웅장하게 나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원작 동화가 현재 완결이 나지 않은 만큼, 공연의 확장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렸다. 박 프로듀서는 “원작도 원래부터 시리즈로 기획한 작품이 아니라 1권에도 주요 인물들은 모두 들어있다”면서, “저희 뮤지컬은 와니니보다는 다른 인물이 훨씬 더 많이 부각되는데 반응이 좋다면 와니니가 부각되는 2~4권을 극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오는 9일 극장 온에서 개막하는 ‘제임스 바이런 딘’은 할리우드 배우 제임스 딘의 ‘죽음 직전 5분’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으로, 삶의 기억을 되짚는 여정을 통해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2022년부터 작가와 함께 작품을 논의하고 개발했다는 최 프로듀서는 “제임스 딘은 겨우 24살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고, 생전 단 3편의 영화를 찍었음에도 여전히 그의 이름이 젊음과 반항의 아이콘으로 남아있다”면서, “한 인물이 사망한 지 70년이 지난 이후에도 오래 전 인물이라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모습을 가진 채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제임스 딘의 또 다른 이면을 그리는 장치로는 그의 미들네임인 ‘바이런’을 가져왔다. 극 중에서는 영화배우 ‘제임스’와 죽음을 안내하러 온 사신 ‘바이런’이라는 2명의 인물을 무대 위에 세워 2인극으로 이야기를 그려낸다.
최 프로듀서는 “‘바이런’을 또 다른 인물로 가져와서 영화배우로서의 모습 외에도 인간 제임스 바이런 딘이 느꼈던 것들, 그를 통해 얘기할 수 있는 부분들을 얘기하고 있다”면서, “리딩을 두 번 하고 긴 개발 기간을 거친 만큼 음악적으로도, 드라마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 2관에서 개막하는 ‘A여고 사서의 영광과 비극’은 1993년 학교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문학 선생님의 실종 사건과 예지몽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여고생들의 감정과 관계, 그리고 성장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연출은 “4명의 여고생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작은 선택과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해 나가는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하며, “아이들의 반짝이는 여정이 관객 여러분께 어린 시절의 용기와 따뜻함을 떠올리게 하고,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응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요즘 대학로 뮤지컬에서 여성 4중창을 90분 동안 오롯이 들을 기회가 흔치 않은데 저희 작품에서 그 귀한 순간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해 보겠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어른이 되기 직전인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작품의 화두는 미래로 향해있다. 이 연출은 “이들이 가진 미래에 대한 부담감, 곧 사회로 나가야 하는 문턱을 앞에 둔 아이들의 불안감과 걱정, 우려를 보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이러한 요소를 유머러스하거나 소소하고 담백하게, 또 어떨 때는 강렬하게 표현할 수 있는 파동을 잘 찾아보려 하고 있다”고 연출 방향성을 밝혔다.
연극과 무용 작품에는 ‘인간’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는 흐름이 보였다. 인간이 구축해 가는 관계와 살아가는 터전에 대해 창의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주를 이뤘다.
오는 10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풀(POOL)’은 가상세계 체험과 기억제거술이 보편화된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작품이다. 코마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가상 세계 프로그램의 알파 테스트를 진행한 주인공이 이상 현상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부 연출은 이 작품을 “이별과 상실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상실 이후의 시간은 어떻게 통과할 수 있나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회적 혹은 개인적으로 상실을 겪었지만, 그 이유를 충분히 말하기도 전에 다음 일상으로 밀려난 우리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면서, “애도하지 못한 감정은 어디로 가고, 제대로 이별하지 못한 마음은 어떤 형태로 삶에 남는지에 대한 질문을 무대 위에 올려둔다”고 말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기술을 갖춘 미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되려 작품은 이 이야기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펼칠 예정이다. 부 연출은 “처음부터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미장센으로 표현하지 말자는 것”이라면서, “아날로그적이고 연극적인 표현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영상을 쓰긴 하지만 사실적인 이미지를 흉내낸 것보다 오히려 수공예적인 방식으로 SF에서 제시하는 미장센을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오는 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무용 ‘이윽고 INTIME’은 유한한 시간 속에서 소멸해 가는 관계와 회복의 갈망을 신체 언어로 표현한다. 70분가량 되는 시간 동안 10명의 무용수가 무대에서 활약하며, 음악에는 국악 기반 인디 밴드인 ‘잠비나이’의 리더 이일우 작곡가가 참여했다.
길흥 예술감독 겸 안무는 “저희는 전통성과 현대성의 교차 지점에서 무용수의 신체가 만들어내는 연속성과 단절,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시간 감각의 구조, 그리고 공간 활용을 한 무대와 소품을 중점적으로 표현했다”면서, “각자가 이윽고 도달하는 지점에 대해 여러 가지 관점으로 바라봐 주시면 좋겠다”고 관전포인트를 전했다.
오는 24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무용 ‘JASON Project’는 김 안무의 중학교 시절 영어 이름 ‘제이슨’을 붙인 가상의 존재를 중심으로 인류의 진화와 대멸종 서사를 확장한다.
김 안무는 “저희 아버지 고향이 경주인데, 초등학교 때 벌초하러 내려가면 하늘의 별이 무수히 많았던 기억이 있다. 근데 제가 초등학생을 키우는 아빠가 된 지금은 경주에 가도 그 별을 볼 수가 없더라”면서, “가상의 존재 제이슨을 통해 인류와 지구의 진화를 들여다봄으로써 조금은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지구를 오래 볼 수 있게 할 수 있는 경각심을 주어야 하는 게 저의 책무가 아닐까, 생각해서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창작 계기를 밝혔다.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빛’을 적극 활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안무는 “지구와 인류의 진화를 들여다보려면 과거로 돌아가야 하니 지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공부하기 시작했다. 충돌하는 두 개의 별을 통해 지구가 탄생했고, 거기서 나온 파편들이 모여서 달이 됐다고 하더라”면서, “연습 첫날부터 지금까지 조명기를 설치하고 배우기 시작했다. 그 순간순간의 장면의 이미지를 조명과 함께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예술과 오페라 작품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설화를 예술로 재탄생시켜 무대 위에 올렸다.
오는 16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전통예술 ‘쌍향수’는 전남 순천 송광사에 있는 천연기념물 ‘쌍향수’의 800년 설화를 바탕으로 한 국악 판타지 작품으로,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상력을 펼친다.
김 연출은 “우연히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린 한 사찰에서 본 나무를 발견하고 그 앞으로 걸어가서 한동안 쳐다보고,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그렇게 나무 앞에서 보냈던 1시간 남짓 되는 시간과 느낀 감동을 음악극으로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통 예술계의 사제 관계라는 관계성에 대한 정답을 이 나무가 말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나무의 변형을 용인하고 바라봐 주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 같아 보였다”면서, “또 갈등이나 대립으로 고통받고 있는 동시대에서 합을 어떻게 이뤄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도 보여주는 것 같았고, 전통 예술가인 저에게는 예술이 변형되고 다른 움직임을 가져도 결국 전통이라는 역사를 피워내는 가지와 잎은 하나라는 소신과 철학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작품에 담고자 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김 연출은 “전통 음악이 어디까지 연주될 수 있고, 그것들이 다른 사운드와 결합했을 때 어떤 시너지와 드라마틱함을 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범위와 앞으로의 방향성, 그로부터 비롯된 감동을 하시기에 충분한 공연이라고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같은 기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오페라 ‘2.28’은 1960년 대구에서 일어난 2·28 민주운동을 소재로,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특정한 영웅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았던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연대를 통해 자유와 정의의 의미를 되묻는다.
박 작곡은 “대구에는 2.28 관련 명소가 몇 군데 있다. 이처럼 2.28이라는 숫자는 익숙한데, 어떻게 민주운동으로 기록됐는지에 대한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점에 초점을 뒀다”면서, “대구에서도 잘 기억을 못하지만 2.28이 대한민국 최초의 학생 민주주의 운동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하더라. 거기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작품을 창작했다”고 밝혔다.
역사를 바탕으로 작품을 창작하는 데 있어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중대적 사건도 영향을 미쳤다. 박 작곡은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한민국 국민들 가슴에 한 번쯤 되새겼을 민주주의의 가치를 곱씹으며 불의에 저항하는 자발적인 시민들의 연대가 세상을 좀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음을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편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은 제작부터 유통까지 창작 전 과정을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표적인 공연예술 지원사업이다. 이번 1차 라인업 8편을 시작으로, 오는 3월까지 총 34편의 신작이 차례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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