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신이 죽였다’ 모호한 진소백, 이무생표 유니콘의 탄생
노이슬
hobbyen2014@gmail.com | 2025-11-21 07:00:31
[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이무생은 날카로운 눈매와 표정, 얼굴 근육 하나까지도 섬세한 열연으로 대중에 ‘악인 이미지’가 강렬하게 뇌리에 박힌 배우다. 덕분에 ‘이무생로랑’이라는 명품배우 수식어도 있지만, 강렬한 악인의 이미지는 선뜻 다가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당신이 죽였다’의 진소백으로 인생 캐릭터 경신은 물론, 이무생표 유니콘을 탄생시켰다. 무엇보다 ‘장발 조선족’의 전형적인 이미지도 탈피시키는데 큰 몫을 해냈다. 직접 만난 이무생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동시, 순수하고 온화했다. 온전히 캐릭터로서 몰입하고 고뇌한 모습이 느껴져 이래서 ‘이무생로랑’이라 하는구나 느껴졌다.
이무생이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는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은수와 희수, 두 여자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를 원작으로 한다. 공개 2주차에 영어, 비영어 작품 통틀어 가장 많은 시청 시간을 기록, 전 세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일 용산 모처에서 스포츠W와 만난 이무생은 “글로벌 1위를 했다고 들었다. 글로벌 시청자들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의미있는 작품의 메시지를 잘 담고자 했고, 보여드렸는데 1위를 하고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니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어떠한 순간에도 남을 해하지 말아야겠다는, 교과서적인 것을 일깨워줬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절대 폭력은 안된다. ‘당신이 죽였다’라는 제목처럼 서로 깨어 있어야 하고 서로 바라봐 줘야 한다는, 우리 모두가 공범이라는 메시지까지 잘 전달됐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도 덧붙였다.
이무생이 ‘당신이 죽였다’에서 분한 진소백은 대형 식자재상 진강상회 대표다.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뒤로하고 은수(전소니 분)와 희수(이유미 분) 옆에서 든든한 울타리이자 조력자로 사건 전개의 중심축으로 활약한다. 등장부터 남달랐던 진소백. 은수는 진사장이 훔친 시계를 최대한 돌려받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를 설득한 끝에 시계줄을 제외하고 돌려받는다. 일반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진소백의 모습은 기존의 이무생의 강렬한 이미지가 겹쳐지며 의심의 눈초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진소백은 세상의 규칙과 다르게 살아온 인물이다. 그리고 세상의 경험치가 많다. 본인이 시계를 훔쳤을 때 이후 일어날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근데 은수를 처음 마주했을 때, 은수가 자신을 간파할 때, 그 촉을 감지한다. 하던대로 해왔는데, 규칙을 끝까지 지키면서 자신의 앞에서 지지 않으려는 은수를 보고 정반대인 사람이라고 느꼈고, 궁금해졌을 것이다.”
첫 장발을 선보인 이무생은 세련된 스타일링과 유려한 중국어 실력으로 캐릭터의 미스터리함과 중후한 섹시미로 여심을 설레게 했다. ‘장발의 조선족’은 기존 콘텐츠를 통해 범접할 수 없지만, 다가가기 힘든 무서운 이미지였다. 하지만 진소백은 위기에 처한 은수와 희수를 구하기 위해 광기 어린 눈빛으로 통쾌함과 짜릿함을 동시에 선사했다. 늘 무표정으로 냉철한 카리스마를 유지하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은수와 희수에게 도움과 위로가 되는 ‘진정한 어른’의 면모를 선보이는 ‘유니콘’이었다.
“헤어스타일은 감독님이 제안 주셨다. 저도 처음 해보는 스타일이라 어울릴까 반신반의 했는데, 착장까지 갖추고 나니 너무 진소백 같더라. 오묘함과 모호함의 결과 너무 잘 맞았다. 미스터리함과 오묘한 느낌의 진소백이라 용기를 내본 것이다. 중국어 역시 오묘한 이미지를 위해 적시적소에 중국어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은수가 중국어를 알아 듣는다. 그래서 후반부에 경찰서에서 나온 은수에게 강한 어조로 ‘더 이상 토 달지마’가 원래는 한국어 대사였는데, 강하게 와 닿게 하고 싶어서 중국어로 했다. 또 마작할 때 혼자 골똘히 생각하면서 혼잣말을 할 때, 본국어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적시적소에 중국어를 넣자고 감독님께 제가 제안했다.”
또 이무생은 “중국어 선생님이 계셨다. 제가 전작에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고니시 역, ‘시민덕희’에서는 중국 총책 연기를 했었다. 외국어 경험이 많은 상태지만 그래도 입에 자연스럽게 붙이려면 연습밖에 없었다. 혼잣말로 튀어나오듯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자다가도 툭 튀어나올 정도로 중국어 대사를 연습했다. 강박도 있었고, 입이 뇌가 되는 듯한 느낌으로 접했다. 선생님이 주신 녹음을 달달 외웠다”고 연습 포인트를 전했다.
사실 이무생이 분한 진소백은 원작에서는 성별도 분량도 달랐다. 원작과 달리 남성 캐릭터로 바뀌고, 유니콘이지만, 은은하게 중후한 섹시미를 드러내는 진소백과 은수의 감정에 대한 시선도 다양했다. 하지만 이무생은 진소백의 과거의 상처와 공감, 구원을 포인트로 뒀다.
“감독님께서도 원작과 비슷하지도 않고, 남녀역할 구분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더라. 그래서 저도 원작을 보지 않았다. 이 시리즈가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시작점은 ‘폭력’이다. 아무리 무슨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 그 만큼은 어떠한 메시지보다 강력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누가 됐든지, 보호막이 되어주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진소백은 과거 가족을 잃은 아픔이 있다. 그때에 멈춰버린 인물로, 속이 텅 빈 채 살아간다. 은수와 희수는 진소백의 채워지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은수와 희수를 만나면서 변해가는, 그런 지점들이 저한테 또 포인트였다. 트라우마를 공유하고 있는 선상에서 나 혼자뿐만 아니라, 그 둘이 있는 것이다. 어느 순간에는 가족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그 누구도 자신의 바운더리에 오지 못하게 하지만, 한번 들어오면 필사적으로 지키는 것 같다. 그들과 가족이 되어서 그들을 내가 지킬 수 있을까. 말은 안 했지만 많은 부분들을 공감할 것 같았다. 속이 비어버린 사람이라, 다시 재생 버튼을 눌러둔 은수와 희수에게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그렇기에 현장에서 자신을 온전히 진소백으로 만들어준, 은수와 희수로 온전히 함께 해준 전소니, 이유미에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진소백 캐릭터는 현장에서 많은 것들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어느 정도 비우고 현장에 갔다. 현장에서 생겨날것들이 무궁무진할 것 같아서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은수 역의 전소니 배우랑 맞닥뜨렸는데 대본에서 본 은수의 느낌이 착 바로 붙더라. 진소백 앞의 은수는 너무 불안한 상황이지만 중심을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진소백으로서 내가 바란 무언가를 채워준 느낌이라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더 진소백으로 있고 싶은 마음이었다. 희수역의 이유미 배우는 사실 조심스러웠다. 맡은 캐릭터의 영향도 있다. 근데 이 친구는 온앤오프가 확실하더라. 나와 다른 사람이라 조심스러운데 정말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재밌게 웃다가 슛 들어가면 열연하는 것을 보고 진정한 프로라고 느꼈다. 두 사람이 은수와 희수로 있어줘서 뜻 깊은 작업이었다.”
반면, 장승조는 희수를 지옥에 몰아넣는 노진표, 장강상회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순수청년 장강, 그리고 변해버린 장강까지 1인 3역을 연기했다. 이전작들에서 악역을 여러 차례 선보여온 이무생은 누구보다 장승조의 마음을 공감했다. “우리 승조 배우(웃음). 저도 경험이 있어서 그 심정을 알고 공감한다. 근데 현장에서는 단 한번도 힘든 내색을 안하더라. 프로더라. 별 이야기 안하고 눈빛으로 서로 마음으로 이해했던 것 같다. 말은 사족이 될 뿐이더라.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손길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했을 때 승조도 고맙다고 얘기해주더라. 악역 해본 사람으로 동질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보자 싶었다.”
노진표와 장강 중 누가 더 나쁘냐는 질문에는 “둘다 나쁘다”며 웃었다. 이무생은 “장강은 진강상회 우수 사원이었다. 그걸 또 완벽하게 해주셔서 저도 리액션이 달라졌다. 상대 배우가 액션을 제대로 줬을 때 오는 쾌감이 있었다. 장강 쥐어박는 씬에서도 진소백을 끌어 올릴 수 있었고, 먹고 있던 캔을 치는 것도 장승조 배우의 아이디어였다. 승조는 순수한 사람인 것 같다. 현실에서 평소에 그러지 못하는 부분들이 그런 캐릭터를 만나면서 그러한 표현을 순수하게 받아들여서 하는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당신이 죽였다’로 다시 한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이무생은 2006년 데뷔, 내년이면 배우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2018년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이어 2019년 ‘봄밤’, 2020년 ‘부부의 세계’로 연이어 대중에 각인됐다. ‘부부의 세계’로 배우 인생에 전환점을 맞은 후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시리즈 ‘고요의 바다’, ‘더 글로리’, ‘경성 크리처 시즌2’, ‘당신이 죽였다’까지 넷플릭스와 연을 맺고 있다. 그는 “지금은 4번째 작품이니까, 넷(4)플릭스. 오(5)플릭스의 남자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부부의 세계’가 전환점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많은 기회가 생겼다. 다만, 20주년이든, 40주년이든 그 전환점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 잘 체감하지 못하겠다. 저는 연기가 좋아서 시작했고, 하다보니 필모가 쌓이고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마운 마음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 같다. 제가 좋아서 시작했고, 사랑을 주는 것은 덤이다. 그 응원에 좋은 연기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다. 저는 오늘 하루를 차근차근 한발한발 걸어가는게 중요한 것 같다. 너무 감사하게도 그런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 사랑에 취해서 행복에 겨워서 살면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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