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주메리미’ 배나라 “코미디 하고 싶어, 망가질 준비 됐다”
노이슬
hobbyen2014@gmail.com | 2025-11-24 07:00:45
[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뮤지컬 배우 배나라는 2023년 넷플릭스 ‘D.P.’ 시즌2를 기점으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이후 드라마 ‘악인전기’, 시리즈 ‘약한영웅 Class2’, ‘당신의 맛’, ‘우주메리미’, ‘조각도시’(특별출연)까지 2년새에 무려 6개의 작품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한없이 냉철하고 차가운 이미지였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 ‘우주메리미’에서도 그가 활짝 웃는 모습은 딱 한번 나왔다.
하지만 실제 만나본 배나라는 2013년 데뷔, 차기작도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는 베테랑으로서 브라운관 속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쾌활하고 유쾌했고, 잔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취재진의 말 하나도 놓치지 않고 대답하려는 성실함도 엿보였다. 인터뷰 내내 편안한 분위기를 이끈 덕에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연이은 차가운 이미지에 배나라는 “저 진짜 코미디 하고 싶다. 잘할 자신 있다”라고 외칠 정도였다.
배나라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우주메리미'(연출 송현욱, 극본 이하나, 제작 삼화네트웍스 스튜디오S)에서 백상현으로 분했다. ‘D.P.’, ‘약한영웅’, ‘조각도시’ 등 글로벌 OTT에서만 활약하던 배나라가 처음으로 국내 안방 시청자들을 만난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제 집 앞 편의점 사장님, 건물 관리 반장님 등이 저를 알아봐주시더라. 무엇보다 가족들이 ‘매주가 기다려졌다’고 하는 말이 너무 벅찼다. 저로 인해 단체 톡방이 시끄러운게 너무 좋았다. 가족들이 너무 좋아해줬다. 특히 둘째 이모는 프로필 사진을 다 백상현으로 바꾸시고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며 인기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실제 배나라는 누구보다 화목한 집안에서 남부럽지 않게 사랑받고 자랐다. 하지만 ‘우주메리미’ 백상현은 보육원에서 자랐고, 우연히 보떼그룹 막내아들을 도와준 인연으로 유학, 입사, 초고속 승진 들을 거듭하게 되는 야망과 양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남자다. 친구이자 백화점 대표인 이성우(박연우 분)와는 애증의 관계. 상류 사회에 있지만 그 대가로 처리해야하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그동안의 잘못을 자백하고 죄값을 치룬다. 배나라와는 배경부터 성격까지도 너무 달랐다.
“사람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최대치의 외로움, 고독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일부러 찾아가기 위해서 비슷한 콘텐츠를 많이 찾아봤다. 영화, 드라마 같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봤다. 성격이 밝은 편이지만 저도 나름 조용한 구석이 있다. 내면에 탑재된 감정들에 집중했다. 거기에 취해버리고, 과몰입 해 캐릭터를 불쌍하게 여기면 집중하기가 힘들더라. 백상현이 힘들었던 시절이 있다고 해서 제가 그걸 안고 있으면 제가 여리여리하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게 되더라. 앞만 보고 가는 경주마 같은 모습으로 연기를 해야한다. 이 친구의 과거는 과거일 뿐 지금 가지고 있는 목표에 집중했다. 버틴다는 목표에만 치중했다.”
“처음 감독님께 제안 받은 상현은 지금보다 더 차갑고, 더 건조하고 딱딱한 캐릭터였다. 대본을 다 읽고 감독님께 ‘배나라만이 표현할 수 있는 백상현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 드렸다. 감독님께서 분명히 배우가 그런 의지가 있다면 생각지도 못했던 모습이 나올 수 있으니 믿는다고 허락해주셨다. 전적으로 신뢰해주셔서 감사했다. 그럼에도 미세한 결의 차이일 뿐, 차가운 캐릭터였다. 나름 그라데이션을 그리는 듯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어서 마지막에서는 환하게 웃는, 만개한 미소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웃었다(미소).”
배나라는 “감독님께 적극 의지했던 것 같다. 촬영 한달쯤 부터는 이제껏 받은 디렉팅으로 제가 물만난 고기처럼 연기했다. 후반부에는 더 재밌게 놀아보라고 믿어주셨다. 상현은 표현의 바운더리가 좁다. 감독님이 배나라는 소수점으로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찰나의 조그마한 표현 하나로 감정을 섬세하게 다뤄줬으면 했다. 진경과 바에서 첫 만남 때나 혼자 있을 때 그런 디테일함을 넣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백상현이 맞은 결말은 배나라가 그린 캐릭터성과 맞물렸다. 누군가는 교도소를 가는 것보다 진경과 진도를 나가야했던 게 아니냐고 아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극 중 진경의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대사는 상현의 선택을 짐작하게끔 했다. “교도소를 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세상을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극적인 모습을 작가님께서 표현하신 게 아닌가 싶다. 의도하신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경이의 대사에도 나온다. 그 워딩이 크게 받아들여졌다. 그래도 두 사람은 거북이가 매개체가 되어줘서 이어진다. 교도소에 안 갔다면 교묘하게 피하는 것이다. 그렇기보다는 시원하게 연을 끊어야 한다는 지점에 공감했다.”
이어 배나라는 “진경과의 로맨스는 이 정도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깊이감이 아쉽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우주(최우식 분)와 메리(정소민 분)가 주인공으로서 더 돋보인 게 아닌가 싶다. 진경과 상현은 풋풋한 분위기로 시작했다. 그게 드라마의 흐름상 좋은 그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결말은 대본에 쓰여 있었지만, 배나라는 인생을 살아온 것이 아닌, 버텨오던 백상현이 자신의 죄값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구축해나가는 것을 많이 고민했다. “성우와는 실제 친구지만 극 중 상사다. 저를 계속 괴롭힌다. 그런 씬 있을 때마다 많이 고민했다. 병원 씬에서 돈 꽂아줬을 때 제 얼굴을 보시면 눈썹이 지진이 난다. 제가 혼자 연기 연습하면서 보여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연기할 때 그 경련이 느껴지더라. 스스로 ‘나 오늘 되게 혼연일체 됐는데?’하는 마음이었다.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마음에 들어서 20번 돌려봤다(웃음).”
진경으로 함께 로코 호흡을 맞춘 신슬기 역시 로코 장르가 처음이다. 호흡은 어땠을까. 배나라는 “신슬기 배우는 굉장히 열정적이고 열심히 하는 친구다. 맑고 순수한 면도 있고, 미리 준비를 많이 해와서 캐릭터에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재미있게 촬영에 임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사실 ‘우주메리미’에는 등장하는 순간 발성만으로도 뮤지컬 배우임을 확신하게 만드는 배우가 있다. 바로 메리의 전 남편 김우주(서범석)의 모친 천은숙 역의 배우 김영주다. 김영주는 1996년 뮤지컬 ‘명성황후’로 데뷔한 후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유명한 작품에 출연, 올해는 ‘웃는 남자’(앤 여왕 역)와 ‘맘마미아’(타냐 역)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베테랑 배우다. 비록 배나라와 만나는 장면은 없었지만, 누구보다 든든했다. “처음 리딩할 때 제 옆자리에 영주 선배님이 계셨다. 제 이름을 검색해서 찾아봤다고 하시더라. 존재만으로도 든든함이 있었다. 저는 친해지기 위해 제가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작업할 때는 인물과 인물로 만나고 싶어서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저를 항상 사랑으로 대해주셨다. 영주 선배님은 작품에서는 만나지 못했지만 든든했다.”
매체 연기를 병행한지 2년차 배나라. 그는 한준희 감독에 의해 첫 시리즈 작품에 데뷔했고, 무려 3번이나 한 감독과 함께했다. ‘한버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제 모든 기준점은 한준희 감독님이다. 진짜 멋있는 분이라서 감독님한테 항상 쓰임을 받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은 감독님께서 촬영 전에 응원을 주셨다. 그래서 더 많은 세상에서 헤엄치고 오라는 뉘앙스로 느껴졌다. 모든 작품이 도전이지만, 감독님과 작품할 때는 설레고 기분좋은 긴장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배나라는 한준희 감독과 ‘D.P.’ 시즌2로 연을 맺고, 두번째 작품인 ‘약한영웅 Class 2’를 함께 한 첫 촬영날을 잊지 못한다. “제 첫 대사가 ‘설명해야 돼?’였다. 스스로 힘을 주니까 대사가 너무 부자연스럽더라. 상대역이었던 준영이가 고생을 많이 하고 많이 기다려줬다. 촬영을 힘겹게 마친 후에도 그 대사는 한 200번 읊은 것 같다.”
‘우주메리미’ 종영과 함께 특별출연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디즈니+ 시리즈 ‘조각도시’의 우비남도 안요한(도경수 분)에 의해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 그는 올 연말은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로 다시 무대로 돌아간다. “무대에 설 때는 공간을 채우기 위해서 딕션과 발음을 크게 하는 반면, 카메라 앞에서는 디테일하게 쪼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기가 둔탁해 보일 수 있고, 과장돼 보일 수 있다. 누구보다 그 훈련을 많이 했다. 같이 공연하고 있는 지인이 이어폰 끼고 전화한다는 느낌으로 말하라고 조언해줘서 그렇게 많이 연습했다. 제가 카메라 연기를 시작한 이유가 가족 때문이었다. 가족들이 재밌어 했으면 했다. 이번에도 제가 나왔던 드라마 중에 제일 좋아하시더라. 너무 뿌듯했다. 어릴 때는 무대만 해도 좋다, 벅차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넓은 세상이 있더라. 너무 즐기고 있어서 둘다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연기 잘하는 배우로 알려졌으면 한다.”
하고 싶은 드라마 장르는 코미디다. “물론 제가 잘하면 주시는 거고, 저한테 오는 모든 기회를 감사하게 받을 것이다. 그래도 장르를 선택할 수 있다면 코미디 장르 너무 하고 싶다. 망가질 준비가 돼 있다. 망가지는 것을 좋아한다. 배우의 틀을 깨는 것도 좋아한다. 로코 장르는 다음에 또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저는 남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게 좋다. 어려움을 감수하고 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이 더 값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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