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빨 빠진 호랑이 된 미란다?…디지털 생존기로 돌아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임가을 기자

coneylim64@gmail.com | 2026-04-29 09:00:48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보스의 호출 벨이 울리는 휴대폰을 분수대에 빠뜨린 것을 마지막으로 패션잡지 ‘런웨이’를 뒤로한 ‘앤디’(앤 해서웨이)는 저널리스트의 길을 걸으며 실력을 인정받지만, 모기업의 적자를 메꾸기 위해 소속 매체의 모든 인원이 해고당하며 함께 직업을 잃게 된다.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같은 시점 ‘미란다’는 ‘런웨이’에서 벌어진 최악의 실수로 독자의 신뢰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한다. 잡지사 회장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찾던 중 저널리즘에 관해 열변을 토한 ‘앤디’의 영상을 보게 되고, 그를 신임 기획 에디터로 기용해 ‘런웨이’의 이미지 쇄신을 꾀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20년 만의 후속작이다. 전작의 연출을 맡았던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을 비롯해 주역으로 활약했던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에밀리 블런트, 스탠리 투치까지 다시 뭉쳐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년 전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우리 생활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물건은 스마트폰이다. 손바닥만 한 화면을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면 온갖 미디어를 접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든 상황에서 종이 잡지를 펴내던 ‘런웨이’의 사람들은 각자의 살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인물들의 성장에 발맞춰, 작품의 시선 역시 거시적으로 확장되었다. 전편은 사회생활에서 겪는 고초와 성장, 그리고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로 직장인들의 공감대를 건드렸다면, 이번 영화는 그보다 한 걸음 나아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겪게 되는 산업 내 변화를 중점적으로 다뤄 현대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할 수밖에 없는 고민을 녹여냈다. 위트를 곁들인 냉소적인 대사는 이러한 작품 속 세계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핵심 장치다.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전편에서 우여곡절을 겪던 사회 초년생 앤디는 40대가 되어 베테랑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20년 전보다 여유와 자신감이 생겼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내는 그는 이야기의 구심점으로서 각 인물과의 뛰어난 케미스트리를 뽐낸다. 특히 앤디를 연기한 앤 해서웨이는 이번 작품에서 47벌 이상의 의상을 소화하며 한층 성숙해진 캐릭터의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악명이 자자한 상사 미란다는 여전히 ‘런웨이’의 편집장으로 군림하고 있다. 빈틈없고 냉철한 성격은 여전하지만, 온라인으로 전환된 미디어 환경과 상사의 압박으로 인해 고초를 겪는 그는 전편보다 훨씬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며 곁에서 ‘안 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 만큼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진 미란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반대로 1편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도 곳곳에 존재한다. 전편의 명장면과 명대사는 2026년의 흐름을 담아 오마주했고, ‘That's all’이라고 말하는 미란다도 여전하다. 디올, 샤넬, 장 폴 고티에, 아르마니, 생로랑, 돌체앤가바나, 로에베 등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를 활용한 룩과 감각적인 하이패션 역시 눈을 즐겁게 만들며,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밀라노 런웨이에서 선보이는 레이디 가가의 무대도 볼거리를 선사한다.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클립 캡처
한편 개봉 전 공개된 예고편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논란은 본편이 공개되며 비로소 온전한 판단의 궤도에 오르게 됐다. 앞서 네티즌들은 앤디의 보조로 등장하는 중국계 캐릭터 ‘친저우’의 이름이 아시아인 멸칭인 ‘칭총’을 연상시키고, 패션계와 동떨어진 촌스러운 외양과 사회성이 결여된 듯한 설정 등으로 특정 인종을 희화화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친저우의 투박한 외양과 주인공의 조수로 등장한다는 설정이 1편의 앤디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의도는 오마주에 가까워 보이지만, 갤럭시·버즈 사용 설정 등에서 묻어나는 미묘한 스테레오타입과 희화화된 묘사는 여전히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그럼에도 극이 진행될수록 드러나는 친저우의 성장 서사와 더불어, 같은 중국계 배우 루시 리우가 연기한 이상적인 캐릭터 ‘사샤’의 존재감으로 예고편에서 비롯된 우려를 어느 정도는 상쇄시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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