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5년 만에 '빨간 바지의 마법' 통했다…LPGA투어 BMW 챔피언십 정상

KLPGA/골프 / 임재훈 기자 / 2025-10-19 22:20:11
▲ [SWTV 스포츠W 임재훈 기자] '빨간 바지의 마녀' 김세영이 5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제패했다. (사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SWTV 스포츠W 임재훈 기자] '빨간 바지의 마녀' 김세영이 5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제패했다. 

 

김세영은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6천785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0만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 합계 24언더파 264타를 기록,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20언더파 268타)를 4타 차로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34만5천 달러.

 

김세영은 이날 3번 홀(파3)에서 약 1m 거리의 짧은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범하는 등 초반 4개 홀에서 한 타를 잃었고, 그 사이 2타를 줄인 노예림(미국)에게 한 타 차 추격을 허용했으나 5번 홀(파4)에서 날카로운 아이언 샷으로 두 번째 샷을 홀 2m 앞에 붙인 뒤 이날 경기 첫 버디를 낚으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기세가 오른 김세영은 6번 홀(파5)과 7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 행진을 이어갔고, 9번 홀(파4)에서도 먼 거리의 버디 퍼트를 떨어뜨리며 노예림과 격차를 4타 차로 벌렸다.

 

김세영은 후반 들어서도 14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았고, 그 사이 노예림은 보기 1개를 범하며 오히려 공동 3위 선수들에게 따라잡히면서 김세영의 승세가 굳어졌다. 

 

해남 인근의 영암이 고향인 김세영은 이로써 2020년 11월 펠리컨 챔피언십 우승 이후 약 5년(4년 11개월) 만에 안방에서 LPGA투어 통산 13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 사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올 시즌 한국 선수의 LPGA 투어 우승은 2월 개막전인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의 김아림, 3월 포드 챔피언십의 김효주, 5월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의 유해란, 6월 2인 1조 대회인 다우 챔피언십의 임진희-이소미, 이달 초 롯데 챔피언십의 황유민에 이어 6번째다.

한국 선수가 한 시즌 LPGA 투어 6개 대회 이상에서 우승한 건 2021년(7개) 이후 4년 만이다.

 

김세영의 우승으로 이 대회에서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의 강세가 이어졌다. 

1회 대회였던 2019년엔 장하나, 2021년엔 고진영이 우승했고 2022년엔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 2023년엔 호주 교포인 이민지가 우승했다. 지난해엔 호주의 해나 그린이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가 아닌 첫 우승자로 이름을 남겼다.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열리지 않았다.

 

▲ 사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다음은 김세영의 우승 기자회견 일문일답(자료 제공: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조직위)

 

Q. 올 시즌 LPGA 27번째 우승자가 탄생했습니다. 투어 역사상 이렇게 많은 서로 다른 우승자가 나온 것은 사상 처음인데요. 새로운 기록이 세워졌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A. 그만큼 선수층이 두터워졌다는 뜻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늘 톱10이나 톱5 안에서 우승자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누가 우승할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선수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출중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Q. 고국에서 우승을 거뒀는데 많은 팬분들과 가족들 앞에서 우승한 소감은요?

 

A. 늘 가족들이 있는 곳 앞에서 우승하는 걸 꿈꿔 왔는데 여기까지 10년 이상 걸린 것 같아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늘 우승하고 싶은 대회 중에 하나였는데 이번에 우승을 하게 되어서 정말 기쁘고 조금이나마 한국 팬분들께 좋은 기운과 기쁨을 드린 것 같아서 좋습니다.

 

[미디어 질의응답]

 

Q. 1번홀에서 좋은 버디 찬스를 놓친 것 같고, 3번홀에서 쓰리 퍼트로 보기가 나왔는데요. 혹시 긴장이 됐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다음 세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는데, 경기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아무래도 아침부터 긴장이 많이 됐어요. 매 홀마다 긴장을 했던 것 같아요. 오랜만의 우승 기회다 보니 ‘이게 진짜인가?’ 하는 실감이 잘 안 났고, 그동안 여러 번 우승에 도전했지만 잘 안 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첫 홀 버디를 놓치고, 세 번째 홀에서 노예림 선수가 한 타 차까지 따라왔는데 노예림 선수가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편이라 위협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같이 공격적으로 가자’고 마음먹었고, 끝날 때까지 그 전략을 유지한 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아버지 말씀 중에 하나가 ‘두려워도 쫄지 말라’인데, 그 말씀을 떠올리며 압박감을 이겨내려 했던 게 좋은 플레이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Q. 이번 대회 우승 스코어가 24언더인데요. 나흘 동안 1번홀부터 5번홀까지 딱 한 타만 줄였습니다. 본인의 경기 스타일이 발동이 늦게 걸리는 스타일인지 궁금합니다. 또 3번홀 보기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한 타 차로 추격당했을 때의 심정도 들려주세요.

 

A. 많은 생각이 교차했어요. 한 가지 생각을 정리하면 또 다른 생각이 올라오고, 그걸 해결하면 또 새로운 생각이 드는 식이었어요. 특히 한 타 차로 따라 잡히니까 ‘여기서 지면 정말 창피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응원해주신 갤러리분들께 혼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극적인 힘이 발휘된 것 같아요. 뒤로 물러설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를 계속 밀어붙이면서, 저 자신과의 싸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안 좋은 생각에 빠지지 않으려 하고, 해결해 나가려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Q. 오랜만에 샴페인 맞은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오늘 동네 분들이 다들 응원하러 오신 거 같은데요.

 

A. 동료들이 샴페인을 터트려줘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마지막에 인지가 한 모금 마셔보라고 해서 마셨는데, 살짝 알딸딸하네요(웃음). 동네 분들도 많이 와주시고, 친구와 가족, 또 가족의 친구들까지 오셔서 응원해 주셨는데 아마 목소리가 제일 컸을 거예요. 정말 너무 기쁩니다. 또 제 우승을 통해 기쁜 에너지와 젊은 기운 많이 받으셨으면 합니다.

 

Q. 지난 커리어를 돌아보면 2015년 대회에서 역전 우승을 거두셨고, 이번 13승째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습니다. 올 시즌에도 여러 차례 우승 경쟁을 하셨지만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요. 이번 대회에서는 무엇이 달랐던 것 같나요?

 

A. 그간 우승 경쟁을 많이 했는데 왜 안 될까 계속 고민했어요. 그래서 전체적인 걸 다시 잡아보자는 생각을 했죠. 예전에는 한 가지 방법을 정해놓고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야지’ 하는 식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했는데, 그게 결국엔 잘 통하지 않더라고요. 압박이 오면 매듭이 풀리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지난주 상하이 대회 이후로 생각을 바꿨어요. 특별한 방법 없이 그냥 제 스타일대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대로 플레이했어요. 긴장되는 순간마다 밀어붙이듯이 제 흐름을 믿고 갔더니 오히려 결과가 좋게 나왔던 것 같아요. 그게 원래 제 스타일이었던 것 같고, 지난 몇 년간 그걸 살리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깨달았어요. 그래서 이번 우승은 결과뿐 아니라 앞으로 제 커리어에 큰 의미를 주는, 정말 값진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Q. 1라운드를 제외하고 2, 3, 4라운드 모두 첫 홀에서 보기를 하셨는데요. 이후 모든 흐름을 잘 풀어갔습니다. 이런 과정에도 나름의 동력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음,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처음에 조금 흥분했던 것 같아요.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서도 흐름을 잃지 않고 밀고 나가는, 그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한데 오늘은 그게 잘 된 것 같아요.

 

Q. 그동안 캐디를 한 번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몇 년간 우승이 없을 때는 보통 교체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계속 함께해온 이유가 무엇인지, 또 오늘 캐디의 강점이나 잘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폴에게 정말 고마워요. 그동안 제가 우승을 못했으니까. 다른 좋은 선수들도 많은데, 제가 그만하자고 하기보다 폴이 저를 떠날까 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저는 폴이 LPGA 투어에서 최고의 캐디라고 생각하는데, 워낙 30년 넘는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라 오늘도 굉장히 안정적으로 제 플레이를 도와줬어요. 저는 오늘 업 앤 다운이 좀 있었는데, 4번홀쯤에서 폴이 한국어로 “할 수 있다”는 느낌의 말을 해줬거든요. 그 말이 정말 큰 힘이 됐어요.

 

Q. 매년 우승을 하다가 한동안 우승이 나오지 않아서 혹시 조급함은 없었는지, 그 과정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궁금합니다. 통산 13승 중 이번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 수 있을지도 묻고 싶습니다.

 

A. 5년 간 우승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길어질지에 대해서 많이 걱정했죠. 다만 5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하다 보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매년 해온 것 같아요. 한번 잃어버린 길을 다시 찾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길을 찾으면 경로를 이탈하지 않는 게 교훈이 될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우승을 한 만큼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Q. 김세영 선수 5년간 우승이 없으면서 마음고생도 했을 것 같은데, 이번 우승이 선수 생활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또 우승을 많이 하다가 주춤하는 한국 선수들도 많은 만큼, 이번 우승이 본보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우승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본다면요?

 

A. 잘했던 선수들은 결국 자기 것을 찾으면 다시 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만 그게 금방 가능할 수도 있고, 오래 걸릴 수도 있죠. 그런데 그걸 혼자 찾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저도 찾을 수 있었고, 제 생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마다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주변 사람들이 있었기에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좋을 수는 없지만, 지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선수들도 본인이 잘했던 순간을 계속 떠올리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Q. 2주 후 말레이시아 메이뱅크 챔피언십에는 출전하지만, 일본 토토 재팬에는 엔트리에 올라와 있지 않더군요. 출전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까요?

 

A. 말레이시아가 워낙 비행 시간이 길어서, 대회 후에는 미국으로 돌아가 달라스에서 2주 정도 휴식을 취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토토 재팬과 펠리칸 챔피언십은 출전하지 않고, 바로 CME 챔피언십에 나설 계획입니다.

 

Q. 빨간 바지 입고 우승하는 모습 오랜만에 봐서 저희도 기분이 좋은데요, 오늘 아침 빨간 바지를 입으면서 어떤 생각했나요? 이번 우승으로 상금 1500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역대 상금 10위에 올랐어요. 레전드를 향해 간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A. 오늘도 안되면 빨간 바지 다시는 안 입어야겠다 생각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입어야 할 것 같아요(웃음). 예전에는 상금을 많이 버는 게 저의 목표였는데 그게 저에게 도움이 안 된 것 같아요. 올해부터 마음가짐을 조금 바꿨어요. 세계 랭킹을 빨리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번 우승으로 많이 올라서 정말 기쁩니다. 랭킹이 선수의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최대한 랭킹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오늘 라운드에서는 미들홀에서 버디가 네 개나 나오는 등 어제와는 상반된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역시 뚝심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제 숏 퍼팅 연습하고 김치찌개 먹고 자겠다고 했었는데, 정말 그렇게 하셨나요?

 

A. 동생이랑 아버지랑 함께 김치찌개랑 삼겹살을 시켜 먹었어요. 저는 긴장돼서 많이 못 먹었는데, 동생이 대신 다 먹었어요(웃음). 왜 이렇게 많이 먹냐고 했더니 동생이 내일 갤러리로 와서 “힘내서 응원하겠다”고 했습니다. 파5홀에서 보기가 나오니까 버디를 잡는 다른 선수들과 격차가 벌어진 것 같아서, 이후에는 최대한 버디를 많이 잡으려고 노력했어요. 남은 세 홀에서는 타수 차이가 좀 났기 때문에 오히려 안정적으로 파 세이브를 하는 데 집중했던 것 같아요.

 

Q. 어제 ‘신인의 마음가짐’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오늘 그 마음가짐은 어떻게 작동했나요?

 

A. 똑같았던 것 같아요. 신인 때는 제가 가진 스타일 그대로 플레이를 했는데, 투어 연차가 쌓이면서 오히려 방법을 찾으려다 보니 오히려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그런 계산을 내려놓고 신인 시절처럼 날것 그대로 제 플레이를 한 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Q. 언제부터 빨간 바지 입으셨나요?

 

A. 프로가 되고 나서 사람들이 타이거 우즈의 빨간 셔츠처럼 저를 기억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빨간 바지를 입었을 때 첫 우승을 하게 돼서, 그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계속 입게 됐습니다.

 

Q. 캐디 폴 푸스코와는 어떻게 일을 하기 시작했나요?

 

A. 원래 최나연 선수의 캐디였어요. 그런데 우연히 폴이 코스를 체크하는 걸 봤는데, 정말 디테일하게 체크하더라고요. 체격도 좋아서 듬직하고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엔 제 퀄리파잉을 도와줬는데, 그때 한 번만 하려던 걸 제가 부탁해서 한두 번 더 함께하게 됐어요. 그런데 두 번째 대회에서 바로 우승을 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함께하게 됐습니다.

 

Q. 오늘 이 우승을 어떻게 축하할 계획인가요?

 

A. 아직 계획은 없는데요, 맛있는 거 먹어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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