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신이 죽였다’ 전소니, 간절하지만 당당하게

인터뷰 / 노이슬 / 2025-11-19 07:00:36

[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이 작품을 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못 한 것 같다. 은수로서 간절함과 해야하는 행동들이 있다. 표현 하나하나 세심하게 고민하면서도 당당하게 이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누군가를 해하는 행동은 법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다. 그럼에도 가해자로부터 고통 받고, 지옥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일은 응원할 수 밖에 없다. 가정폭력은 ‘사생활’로 치부되며 사회로부터 외면 받아온 흔한 범죄다. ‘당신이 죽였다’는 단짝 친구 은수(전소니 분)가 지옥으로부터 친구 희수(이유 미 분)를 구하는 이야기다.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조은수 役 전소니 [사진=넷플릭스]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두 여자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연출 이정림, 극본 김효정). 일본의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나오미와 가나코’가 원작인 작품은 공개 후 꾸준히 시청 시간이 늘어나며 글로벌 시청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작품이다. 공개 2주차에는 넷플릭스 비영어 TV쇼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 71개국 TOP 10, 20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19일 넷플릭스 TOP 10 사이트 투둠 기준)

지난해 ‘기생수: 더 그레이’로 글로벌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전소니가 올 상반기 ‘멜로무비’에 이어 ‘당신이 죽였다’로 돌아왔다. 기생생물에게 몸 한쪽을 점령 당했던 기구한 운명의 ‘기생수’의 수인, 연인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해놓고 5년만에 제 발로 다시 찾아간 뻔뻔한 ‘멜로무비’손주아에 이어 이번엔 단짝친구를 구하고자 하는 간절함을 담았다. 특히 조은수는 어린 시절 가정 폭력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로, 본인이 겪었던 것과 비슷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친구 희수를 구하기 위해 중대한 결심을 한다.

작품을 제안받기 전 원작을 읽었던 전소니는 “원작을 볼 때는 책이라서 거리감이 있고 재미있게 봤다. 이 여성들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면서 봤다”고 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받고 ‘은수’의 입장에서 보면서는 “누군가는 나를 대입해서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고 누군가는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인데도 관심을 갖기를 바랐다. 이 이야기 앞에 당당하고, 싶고 이 인물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졌다. 최선을 다해서 고민하고, 되돌아보고 되짚어 보게 됐다. 이 작품을 나와 같은 마음으로 대하는 사람들과 같이 만드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이야기 자체를 재밌게 끝까지 볼 수 있게, 마지막에는 잔상처럼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스틸 [사진=넷플릭스]

 

은수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는 인물에서, 희수를 구하고자 마음 먹은 순간부터 희수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전소니는 은수의 변화 과정에 포인트를 뒀다. “은수는 VIP팀 판매 직원이다. 낄끼빠빠가 잘 되어야 하는 인물이다. 진사장(이무생 분)이 당황스러운 행동을 했을 때는 직장인의 모습이 은연중에 드러났으면 했다. 그럼에도 어려운 상황에서 밀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데 긴장하되 밀리지 않았으면 했다. 은수로서는 엄마를 구해내고 싶어한다. 성인이 되서조차 엄마가 가정폭력을 당하는 순간을 맞닥뜨리고 괴로워한다. 그런 와중에 희수를 발견하는 순간 쌓였던 게 폭발했을 것 같다. 무력감이 컸을 것이고, 자책하고 괴로웠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온 은수. 희수의 지옥을 마주한 순간부터는 강단있게 행동한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죽여 범죄를 저질렀다는 불안감과 죄책감, 그리고 친구를 지옥으로부터 꺼냈다는 해방감까지 복잡한 심경이 서로 엉키게 된다. 희수의 남편 노진표(장승조 분)를 산에 묻고 오는 길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라는 네비 음성과 함께 은수와 희수의 복잡한 심경이 드러나는 모습이 담긴다. 하지만 전소니는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점은 없다고 했다. “은수로서 간절한 무엇과 내가 해야하는 행동들이 있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못 한 것 같다. 은수로서 간절함과 해야하는 행동들이 있다. 표현 하나하나 세심하게 고민하면서도 당당하게 이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감정적으로 힘들다고 느낀 순간은 없었다.”

특히 은수는 노진표가 희수를 구타하는 모습을 목격하지만, 숨죽여 울 수 밖에 없다. 결국 노진표를 죽일 계획을 세웠지만, 노진표가 이를 알아채고 위기에 처한다.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로프로 질기고 질긴 노진표의 숨을 끊어냈다. 지난한 과정은 감정적으로 영향이 끼칠 수 밖에 없다. “노진표를 죽이는 장면은 너무 중요다. 준비하면서 되게 초조해했다. 엄청 많이 연습했는데 촬영하는데 엄청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부 하루에 찍었다. 롱테이크여서 통째로 여러 번 찍었다. 러닝타임 자체가 길다보니 한 테이크 후에는 다 기진맥진했다. 지금까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시청해주신 분들에게 잘 보여드리고 싶어서 욕심내서 찍었다. 감정보다는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스틸 [사진=넷플릭스]

 

그럼에도 전소니는 은수로서 작품 속에 살아야 한다. 은수에 몰입해 두 차례 의도치 않은 눈물을 보였던 바. 전소니는 이 감독의 디렉팅으로 다시 마음을 다 잡았다. “과거 커튼 씬을 촬영할 때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갑자기 이름만 알던 친구가 나의 아픔을 이해해주는게 너무 울컥하더라. 그때는 감독님께 울면 안되죠? 라고 했더니 오히려 은수한테 희수가 왜 그렇게 큰 존재인지가 실감이 난다고 하셨다. 그리고 성인이 된 은수가 혼자 집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엄마의 모습과 희수의 현실에 감당이 안되고 화도 나고 억울해서 울었다. 감독님께서 성인이 된 희수는 눈물이 없어졌을 것이라고 하셔서 감정을 다 잡았다.”

은수와 희수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노진표. 배우 장승조는 노진표와 장강까지 1인 2역을 소화, 그의 섬세한 열연은 글로벌 시청자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전소니는 “촬영장에 멘탈 케어 선생님이 계셨다. 희수가 힘들 때 찾으라고 하셨는데, 노진표를 연기한 승조 선배님이 제일 자주 찾았다고 들었다. 정말 유약한 분이고 너무 좋은 분인데 어떻게 하면 더 싫어보일까를 연구하면서 연기하시더라. 선배님이 연기할 때마다 다 말문이 막혔었다. 노진표가 직접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씬보다 어르고 달래고 다정한 사람인 척, 남들에게 다정하게 보이려고 연기하는 모습이 제일 싫었다”고 전했다.

반면, 이무생이 연기한 진사장은 은수와 희수의 뒤에서 두 사람을 조용히 돕는다. 원작에서는 여성이었던 캐릭터가 남성으로 바뀌고, 조력자의 비중도 커졌다. 이에 호불호가 갈린 지점도 있다. 하지만 전소니는 성별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은수와 희수는 본인이 결정하고 행동한다. 진사장은 그림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고통을 알아보고 내 고통과 닮아 있다고 생각해서 힘이 되어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지옥에서 구하는 이야기다. 저는 구하는 사람이 모두가 되었으면 한다. 진사장에게는 처음부터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근데 정싱차리고보니 이미 의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인간 대 인간으로서 나를 긴장하게 하는 좋은 내 편인 것 같다.”
 

▲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스틸 [사진=넷플릭스]

 

작품을 완주하고 나면 평면적으로 보이는 악인보다 더 미움을 사게 되는 캐릭터들이 희수의 시모(김미숙 분)와 시누이 노진영(이호정 분)이다. 전소니에게 누가 더 밉냐는 질문을 던지자 “저도 진영이가 왜 그렇게 미울까 생각해봤다. 인간적으로는 더 미운 것 같다.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옆에서 방관할 뿐만 아니라 나한테 필요한 방식으로 이용한다는 게, 본인은 안락하고 쾌적하게 떨어져있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화가 났다. 노진표와 변해버린 장강도 너무 너무 나쁘지만, 노진표는 자신이 자의로 그런 것이고 장강은 자극을 받은 것이다. 물론 사람도 죽이지만 그래도 노진표가 더 나쁜 것 같다.”

‘당신이 죽였다’에서 은수는 주짓수 운동을 꾸준히 한다. 전소니는 대역 없이 소화하고자 부단히도 노력했다. 어쩌면 은수가 온갖 이를 저지른 후 온갖 인맥을 동원해 상황을 해쳐나가고 버티는 모습과 닮아있기도 하다. “은수와 저의 다른 점이라면 주짓수를 잘하고 못하고가 아닐까 싶다. 주짓수는 여자가 남자를 이기는 유일한 운동이라고 하더라. 단순하게 힘만 두고 붙으면 못 이기는데, 머리를 쓰고 기술을 거는게 주짓수다. 그래도 결국에는 그 힘 자체에 한 순간에 무너져버리는 순간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 씬들은 다 해낼 수 있게 연습했다. 버티는 것만으로 힘을 굉장히 요한다. 대역을 쓰기 어렵다는 것을 연습하면서 깨달아서 주짓수 장면은 제가 다 했다.”

‘당신이 죽였다’는 소재가 소재인만큼, 넷플릭스가 있기에 나올 수 있었다. 전소니는 아직 보지 못한 예비 시청자들에 간절함을 전했다. “소재에 대해 불편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이야기가 가정 폭력에 국한된 이야기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벗어날 수 있고, 그게 타인과 연결 되어야 가능한 일이라면 그 손을 잡아줄 수 있었으면 했다. 저도 멀리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신중하게 대하고, 온전히 쏟아서 연기할 때 타당성을 찾은 것 같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직접적인 상처가 되지 않길 바랐다. 그런 마음을 되짚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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