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신이 죽였다’ 이정림 감독 “’장승조 애드리브에 충격 받고 주저 앉아"

인터뷰 / 노이슬 / 2025-11-11 07:00:47

[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이정림 감독은 2019년 SBS 드라마 공채 출신으로, ‘황후의 품격’을 공동연출하고, 2019년 ‘VIP’, 2023년 ‘악귀’를 연출했다. ‘당신이 죽였다’는 감독의 세번째 작품이다. 원작 소설의 영상화를 기다렸고, 마침내 고대하던 바를 이루게 됐다. 하지만 경험치가 많지 않은 신인 감독이 연출하기엔 소재가 무겁고 접근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용기가 필요한 작품이다.


감독이 진심을 담아낸 ‘당신을 죽였다’가 지난 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당신이 죽였다’(연출 이정림, 극본 김효정)는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두 여자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일본의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나오미와 가나코’를 원작으로 한다. 가정폭력범 노진표(장승조 분)에 단짝 친구인 희수(이유미 분)와 은수(전소니 분)가 연대하여 지옥에서 탈출하는 이야기를 담아 결코 가볍게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감독 이정림 [사진=넷플릭스]

 

하지만 공개 첫날 16개국, 2일차에는 60개국, 3일 차에는 70개국에서 TOP 10을 차지하며 점차 시청 국가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3일차에는 방글라데시, 볼리비아, 온두라스, 요르단, 쿠웨이트, 몰디브, 모로코, 니카라과, 페루, 카타르, 사우디 아라비아, 타이완, 아랍에미리트, 베트남까지 14개국에서 1위에 오르며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공개 후 스포츠W와 인터뷰를 진행한 이정림 감독은 “저희 시어머니가 슬퍼서 울었다고 하시더라. 엔딩이 너무 좋았다고. 80대 이상의 어머니 뻘이 되는 분들도 재밌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일 것이라고는 사실 생각하지 못했다. 저희 엄마가 아이를 봐주러 자주 오시는데, 지난 토요일에 외식하는데 2회를 얘기하시더라. 가족들이 다 같이 울컥하시더라. 우리 작품을 봐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 감독은 “원작 소설을 너무 재밌게 읽고, 영상화 된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대본이 나오면 먼저 보고 싶다고 했었다. 다른 작품을 찍는 와중에 소재가 어렵고 무겁다는 생각은 아예 못했다. 대본이 너무 잘 쓰여져서 일단 하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때부터 깊이 더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언제나 시작부터 아름다운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고통을 나누는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어렵고 불편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스틸 [사진=넷플릭스]

 

‘당신이 죽였다’는 ‘가장 절박한 공모, 가장 불안한 행복’이라는 캐치프라이즈를 내세우며, 원작과 제목도 다르고, 극중 조력자 캐릭터의 성별, 엔딩도 달라졌다. 이 감독은 대본 작업 단계부터 작가와 함께 고민했다. “3-4회 초고가 나왔을 때 작업을 시작했다. 1-4회 까지도 서로 돌려보면서 수정한 부분도 있다. 후반부 엔딩은 제가 작가님께 꼭 법정에 세우고 싶다고 했다. 노진표의 폭력도 용납이 안되지만, 살인도 정당화 될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은수와 희수가 온전히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온전히 그들을 응원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무생이 연기한 진소백 사장은 가족일, 남일이라고 방관하는 사람들과 달리, 은수와 희수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들을 옆에서 묵묵히 돕는 유니콘 같은 캐릭터다. 진사장이 희수와 은수를 돕는 이유는 불분명 하고, 사랑이라기엔 애매모호 하다. 또한 진소장이 가진 배경은 그가 배신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 “원작에서는 진사장(이무생 분) 롤이 여성 캐릭터다. 하지만 은수와 희수가 직접적으로 도움을 구하지 않아도 옆에서 묵묵히 있어주는 좋은 어른이 있었으면 했다. 여성이 두 사람을 돕는다면 왜라는 질문은 하지 않을 수 있다. 근데 남성이라면 의문을 갖게 된다. 남성인 진사장은 아들을 잃은 과거 아픔이 있다. 또한 후반부 장강(장승조 분)에 땐땐하게 맞설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이무생 배우와도 해보고 싶어서 작가님께 말씀드렸더니 너무 찰떡이라고 하시더라. 저는 왜 도와주지? 라는 질문이 너무 좋았다. 인류애 인지 나름 아픔이 있는 사람이라 누군가를 꿰뚫어보는 면에서 본인은 나이를 먹었지만 이 두 젊은이들은 그렇게 안 살았으면 한다는 마음으로 응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본 작업부터 연출까지 전반적인 작품에 참여하면서 감독은 원작보다 더 ‘방관’이라는 태도를 더 강조하고 싶었다. “은수와 희수가 너무 큰 결심을 하고 어려운 선택을 하는 이야기다.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1회부터 4회까지 응원하고 행복해지길 바랐다. 제목이 원작이랑 다른 이유도 ‘방관’에 대한 이야기를 강조하고 싶었다. 가정폭력을 사생활처럼 여기면서, 법으로도 허술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사회적인 문제라고 관심을 갖고 방관에 대한 메시지를 알아봐 주셨으면 해서 확장 시킨 부분이 있다. 좋은 사람도 나오고, 노진영(이호정 분)같은 시누이, 고정숙(김미숙 분) 같은 시모도 나온다. 아랫집 여자(이진희 분)의 한 마디가 희수의 마음에 남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봐주셨으면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스틸 [사진=넷플릭스]

 

희수와 은수를 연기한 이유미, 전소니의 단짝 친구 케미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두 사람의 호흡이 좋아 넷플릭스의 최신작 ‘은중과 상연’을 이어 여성들의 연대 작품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감독은 두 사람의 시작점인 과거 교실의 커튼 씬과 노진표의 시체를 묻은 후 두 사람의 여정, 엔딩의 법정 최후진술 씬을 강조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은수와 희수는 친하지 않은 관계였다. 근데 은수는 가정폭력으로 인해 커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커튼으로 장난치는 것을 싫어하지 않나. 갑자기 그런 행동을 보이면 보통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희수는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이다. 지문에는 ‘운다’는 없었는데, 전소니 배우가 그 장면에서 눈물이 난다고 하더라. 은수와 희수는 서로 이름만 아는 정도인데, 앞으로 은수가 희수를 위해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하더라. 그 씬이 좋았다.”

4회 뒤에 붙는 프롤로그에는 산에 시체를 묻고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라는 네비의 안내 음성과 함께 어딘가 나사가 하나 풀린 듯, 공허하지만 순간은 해방됐다는 마음에 정처없이 곳곳을 떠돈다. 그리고 늦은 밤 바닷가에서 불꽃놀이를 한다. “대사가 없는데 그 여정 속에 오만가지 감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걱정이 있다. 절대 서로에게 티 내지 않고 묵묵히 있어주는 와중에 속은 얼마나 휘몰아쳤을지, 희수도 차에서 잘 때 악몽 꾸는 것처럼 얼굴이 안 좋다. 잠도 편히 못 자고 차에서 쪽잠을 잔다. 둘다 너무 평범한 사람들이다. 살다보니 살기 위해 그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저는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좋았다. 그 말이 약간 은수와 희수의 인생 같아서 좋아하는 장면들이다. 거기서 나온 OST가 보컬인 김지혜 님이 ‘슬픔에 머무르지 않기에’를 불렀다. 꾸밈없이 불렀다.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간 사람처럼. 두 사람이 편하지 않지만 바다 앞에서 옛날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을 생각했을 때 그런 보컬을 원해서 섭외하셨더라.”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스틸 [사진=넷플릭스]

 

감독이 제안한 법정씬 역시 최애 장면으로 손꼽았다. “은수와 희수 서로가 서로를 도우려고 하는 대사가 최후의 진술이다. 촬영할 때 8회쯤 되면 배우들과 연기 방향을 특별히 얘기 하지 않아도 분명히 다 알아서 이견이 없다. 법정 씬 찍을 때 희수한테 최후 진술을 물어봤더니 지금 여기서 나를 도와준 은수가 피해를 안 받았으면 하는 마음밖에 없다고 하더라. 담담하게 읽겠다고 하는 유미 배우 태도에 눈물 날 것 같더라, 은수는 스스로 털어내는 씬이라고 해서 넣고 싶었다.”

평범했던 한 여성을 지옥에서 살게 만든 사람은 희수의 남편 노진표다. 은수는 노진표와 말투만 다른 밀입국한 조선족 불법체류자 장강을 섭외, 죽은 노진표를 장강으로 둔갑시켜 출국시킨다. 하지만, 순진하기만 했던 장강이 협박하기 위해 다시 은수와 희수를 찾으면서 또 다시 지옥의 문이 열린다. 가정폭력범 노진표와 순수청년 장강, 상반되는 캐릭터로 면죄부를 주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변해버린 장강은 살인도 서슴치 않는 악마로 충격을 안겼다. 이 감독은 “제작발표회 당시 면죄부 질문을 받았을 때 스포라서 말을 못했다. 저는 장승조씨에게 면죄부를 준 적이 없다”며 웃었다.

“제가 장승조씨의 드라마들을 열심히 찾아봤었다. 되게 나쁜 눈매와 눈빛, 이게 진짜일까? 하는 의문을 던지는 얼굴과 악역이지만 선역인 척 할 때 너무너무 빙구 같은 모습이 있더라. 저 사람은 잘 소화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저는 1인 2역이 아니라 3역이라고 생각한다. 노진표와 순진한 장강과 악마 장강. 연기하면서 고민을 많이 하더라. 장강의 말투까지도 하나하나 스스로 고민하더라.”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스틸 [사진=넷플릭스]


이 감독은 촬영하면서 장승조의 연기에 소름이 돋은 적이 있다고 했다. “2회에서 희수를 때리고 비트주스 만들 준비하는데 ‘부부 동반 외출 있어’ 하는 지문은 심플했다. 근데 갑자기 희수씨를 부르기 전에 두 손가락을 튕겨서 ‘딱’ 소리를 내면서 지나가더라. 자기 와이프인데 마치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가 아니다. 그게 애드리브였다. 리허설 때 순간 너무 충격 받고 주저 앉았다. 편집 감독님도 편집 하시면서 너무 나쁘다고 하시더라. 희수 때리고 목걸이 주고, 외출 할 때는 옷을 골라준다. 본인이 때린 부분은 가리려고 옷을 고르는 게 인형놀이 하는 것도 너무 잘 소화했다. 그 장면들은 너무 악마 같더라.”

장승조의 ‘악마’ 1인 3역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죽였다’를 다 보고나면 가장 나쁜 사람으로는 배우 이호정이 연기한 노진표의 동생이자, 희수의 시누이 노진영이다. 그는 강력2팀장(경감) 형사로서 성공했고, 무려 대통령실 민정수석 비서관의 후보로 오를 정도로 장래가 유망하지만 오빠의 가정 폭력을 묵인하는 악인 중 한 명이다. 결국 인과응보의 결말로 사이다를 선사하지만 시청자들에 노진표만큼이나 욕을 먹는 캐릭터다. 감독도 가장 악인으로 노진영을 꼽았다.

“’도적: 칼의 소리’에서 이호정 배우가 날아다니더라. 정말 압도됐다. 배우는 노진영은 본인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바로 이해하더라. 누가 더 나쁜지 무게를 잴 수 없지만, 시어머니랑 시누이에게 배신감이 크다. 노진표의 폭력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외면할 수 있는지 놀라웠다. 극 중 진영이 진표가 없어진 후 희수의 집을 찾아간다. 희수의 얼굴이 멍투성이인데 일절 묻지 않는다. 사람들이 그 장면에 크게 배신감을 느끼더라. 시모 캐릭터는 약간의 아이러니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악역에게 서사를 주려고 하지는 않지만, 결국엔 그 가정이 어떤지 들통난다. 남매가 살갑지도 않고, 둘이 알게 모르게 경쟁관계로 자라왔을 것이다. ‘여자가 몇이야?’ 대사는 오빠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대사다. 반면 아파트 CCTV를 보면서 장강이 든 캐리어를 보고는 토하고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한다. 인간적인 면모를 표현한 것이다. 김미숙 선생님은 촬영하시면서 계속 괜찮다고 하시더라. 희수가 얼굴을 다친 것을 보고 아들이 돌아왔냐고 묻는 장면에서 희수도 배신감이 컸을 것이다. 그런 가정의 평화를 위해 강연하는 사람인데, 정의로운 사람인데, 설마설마 하면서도 경계했을 것 같다.”

‘당신이 죽였다’는 끝까지 봐야만 초반에 불편했던 감정과 답답한 심정, 방관자로서 미안한 마음까지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소재의 무게는 선뜻 시작하기에는 장벽이 있다. 아직까지 소재가 무겁다는 이유로 시청을 시도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이 감독은 진심을 전했다.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이나 경험을 가진 분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제목이나 줄거리만 보고 꺼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용기 내서 보시다 보면 분명 빠져드는 순간이 있고, 은수와 희수를 응원하게 될 것 같다. 거창하지 않아도 주위를 둘러보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배우들과 얘기 많이 하면서 조심스럽게 만든 작품이니까 조금만 용기 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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