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자락서 말하는 봄 같은 사랑”…‘봄밤’ 12년 인연 한예리-김설진의 처절한 멜로

임가을 기자

coneylim64@gmail.com | 2025-07-04 08:00:18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12년 인연의 한예리와 김설진이 ‘봄밤’에서 만나 처절한 멜로 연기를 선보인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소재의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봄밤’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강미자 감독을 비롯해 한예리, 김설진이 참석했다.
 
 
▲ (왼쪽부터) 김설진, 한예리, 강미자 감독 [사진=연합뉴스]

‘봄밤’은 삶의 폐허 속에서도 서로를 바라보는 ‘영경’과 ‘수환’의 처절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영화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었으며,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다.

이번 영화는 권여선 작가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연출을 맡은 강미자 감독은 ‘푸른 강은 흘러라’ 이후 16년 만에 장편을 선보인다.

강 감독은 “권여선 작가를 몰랐지만, 우연히 이 글을 읽고 말할 수 없는 아픔을 느꼈다”면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끔 마음 안에 깊은 아픔이 고여 있다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봄밤’을 읽었을 때는 주체할 수가 없었다. 제가 느꼈던 감정을 영화적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예리가 맡은 ‘영경’은 술에 취할 때마다 권여선 작가가 참조한 김수영의 동명 시를 여러 장면에서 반복해서 읊어 보이기도 한다.

한예리는 “시를 읽었을 때 나에 대한 다독임, 그리고 스스로 거는 주문 같은 시라고 생각했다”면서, “이 사람이 시를 외울 때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했고, 장면마다 어떻게 다른 느낌으로 이 시를 읽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 사진=시네마달

문학을 스크린 위로 옮긴 만큼, 영화는 정제되고 실험적인 시선으로 이들의 감정을 담아낸다. 이에 대해 강 감독은 “‘봄밤’에서는 카메라가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주 단순한 형식 속에서 영화의 가장 중요한 내용인 배우들의 연기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히며 한예리와 김설진의 감정 연기에 힘을 실었음을 밝혔다.

“소설을 읽었을 때 영경과 수환의 감정이 너무 커서 이것을 영화적인 설명이나 꾸밈으로는 관객들이 제가 느꼈던 그 감정을 그대로 느끼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의 치장이나 장식을 빼고 단순하게 만들자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배우의 힘이 중요한 작품인 만큼, 영화 자체도 배우로부터 시작되었다. 한예리를 염두에 두고 이 영화를 만든 강 감독은 앞서 첫 장편 ‘푸른 강은 흘러라’에서도 한예리와 함께 작업한 바 있다. 이들은 16년 만에 재회해 다시 한번 합을 맞췄다.

강 감독은 한예리와의 첫 만남에 대해 “학교에서 학생들한테 영화 편집을 수업할 때 어떤 단편에서 만났다. 그때는 영화를 만들 생각이 없었는데 가진 에너지와 느낌이 좋아서 언젠가 영화를 만들게 된다면 이분과 하고 싶었고, ‘푸른 강은 흘러라’를 만들 때 연락을 드렸다. 이후 연락 없이 지내다 영경 역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예리의 연기력에 대해 극찬하기도 했다. 강 감독은 “영경의 감정이 분석하고 계산해서 나오는 연기로는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한예리 배우는 그 이상을 표현하는 배우”라면서, “그만의 느낌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의심 없이 시나리오를 드렸는데, 너무 작은 영화였고 외적인 도움이 없는 어려운 작품임에도 연락을 주셨다. 시나리오를 읽고 슬프고 아름답고 고통스럽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때 너무 고마웠다”고 말헀다.

반면 한예리는 이번 영화에 출연하는 것에 있어서 사실상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감독님이 ‘봄밤’이라는 영화를 만들 것 같고, 감독님께 좀 더 특별한 영화가 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면서, “무언가를 같이 시작했던 사람이 마무리를 같이하고 싶다고 했으니 저는 고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의리를 드러냈다.

 
▲ 사진=연합뉴스

강 감독이 한예리에게 준 시나리오는 그대로 김설진에게로 넘어갔다. 이번 영화에서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는 ‘수환’ 역을 맡은 김설진은 배우 겸 현대무용가로, 대학 시절 무용수로 만나 12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한예리에게서 제의를 받았다. ‘봄밤’의 시나리오를 본 다음 날 출연 의사를 전한 그는 첫 장편영화 주연을 맡게 되었다.

한예리는 “대학 때 오빠를 처음 만났다. 당시 한 공간에서 춤을 추는 사람으로 만났다가 이제는 앵글 안에 담기는 순간이 있다는 게 감사했다. 이래서 어른들이 오래 살아야 한다고 하는구나 싶었고, 보통 인연은 아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웃어보였다.

이어 그는 “당시 영경으로 존재했기 때문에 오빠한테 많이 의지했다. 특별하게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아도 늘 체온이 느껴지는 거리 안에서 지탱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좋은 동료와 함께하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김설진은 “예리 배우는 한국무용과에 있었고, 저는 창작무용과에 있었는데 자꾸 저희 과에 청강을 오셨다. 다른 친구의 작업에 함께 무용수로 참여하면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춤을 잘 추고 있는 줄 알았는데 해외 취직했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니까 배우가 되어있어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 영화까지 같이 하게 된 게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촬영하는 내내 영경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옆에 있으려고 했다.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어 준다는 게 큰 힘이구나 싶었고, 이번 영화에서 한예리라는 배우와 작업할 수 있어 정말 큰 영광이었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 사진=시네마달
극중 영경은 중증 알코올 중독 환자, 수환은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로 두 사람 모두 건강한 사람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이를 섬세한 신체 연기로 표현하는 것 역시 이들의 과제 중 하나였다.

오랜 시간 무용가로서 움직임을 연구하고 표현해온 김설진은 “영경은 기다란 해바라기가 시들기 전 휘청거리는 모습처럼 느껴졌고, 수환은 점점 뿌리가 썩어서 말라가는 것처럼 느껴졌다”면서 이들의 몸짓을 식물로 비유했다.

또 그는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해당 병을 공부했던 과정을 전하기도 했다. 김설진은 “뼈를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있고, 결국 모든 제어 장치가 고장나 심장도 멈춰버리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눈물도 흐르지 않는다는 걸 알고 놀랐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서 어떻게 울음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촬영 중 눈물을 참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처절하고도 가슴 아린 사랑을 담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작품 내 스며들어있는 따뜻함이라는 요소를 강조했다.

한예리는 “사실 오빠와 저는 촬영하는 동안 슬프지 않았다. 둘이 열렬히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마지막에 누군가에게 이렇게 끊임없이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영경은 행복하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수환에게서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오빠한테 시나리오를 줄 때도 난 이걸 대단한 멜로로 봤다고 얘기했다. 너무 고통스럽게만 이 영화를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설진 역시 이에 공감하며 “정말 큰 사랑이 야기로 다가왔다. 서로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그 사람 그대로를 받아들여 주는 모습이 요즘에 필요하지 않나 싶다.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안아줄 수 있는 모습도 사랑이라 부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겨울 끝자락에서 얘기하는 봄 같은 사랑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둘 안에서는 따뜻하고 뜨거웠던 사랑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봄밤’은 오는 9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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