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정민 “‘휴민트’ 멜로 영화라 생각 안 해…이렇게까지 깊을 줄 몰랐죠”
임가을 기자
coneylim64@gmail.com | 2026-02-18 20:07:56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시상식 무대에서 반전의 멜로 눈빛으로 화제를 모은 박정민이 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에서 묵직한 사랑과 액션을 동시에 선보인다.
영화 ‘휴민트’에서 ‘박건’ 역으로 분한 박정민은 최근 서울 삼청동 소재의 한 카페에서 국내 언론들과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지난해 9월 연상호 감독의 독립영화 ‘얼굴’로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예상외의 흥행을 끌어낸 그는 올해 첫 영화로 류승완 감독의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에 참여했다.
박정민은 “ ‘얼굴’은 잘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부담이 없었다. 관객수가 적더라도 좋은 도전, 시도였다고 생각하고 우리끼리 재미있었다고 생각하면서 회복도 빠른데, 큰 영화는 배우로서 부담감이 있다”면서, “책임은 나눠지는 거라 생각해서 결과값이 어떻게 될지 긴장이 된다.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2014년 옴니버스 영화 ‘신촌좀비만화’의 단편 ‘유령’을 통해 류 감독과 처음으로 작업한 박정민은 2023년 영화 ‘밀수’에서 ‘장도리’ 역을 맡아 활약하며 호평받았고, 이후 ‘휴민트’까지 참여하며 인연을 돈독히했다.
류 감독과의 계속되는 작업에 대해 박정민은 “제가 좋아하고 인연이 깊은 감독님이라 비교적 마음이 열려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제가 어리고 아무 것도 아닐 때도 중요한 역할을 주셨고, 믿어주셨던 누군가에게 마음이 더 많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웬만하면 감독님과 합이 잘 맞아서 뭘 해도 재미있게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다. 지금까지 같이 했던 것 중에 실망스러웠던 결과물은 아직 없는 것 같다”고 만족을 표하기도 했다.
박정민이 ‘휴민트’의 캐스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시작점은 류 감독과의 전작 ‘밀수’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밀수’ 무대인사를 할 때 액션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셔서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감독님이 휴민트라는 영화를 할 건데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셔서 있다고 답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류 감독은 촬영에 앞서 박건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남자답고 액션이 많으니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 한다’고 그에게 언질을 줬고, 이에 박정민은 체육관을 다니며 몸을 만들었다. 이처럼 외적인 변신에 대한 노력은 촬영이 시작된 후에도 변치 않았다. 그는 박건의 비주얼을 만드는 노력의 방법으로 ‘러닝’을 꼽았다.
“살을 뺐다기보다는 요즘 말로 여백을 정리하는 것에 가깝다. 살은 이미 빠져 있는데 러닝을 했을 때와 안 했을 때 얼굴의 형태가 다르더라. 그래서 아침이든 밤이든 항상 촬영하기 전에 뛰고 임했다.”
배우 뿐만 아니라 제작진 역시 박건의 비주얼을 구현해내는데 철저히 임했다. 박정민은 “촬영 시작하기 전에 촬영 감독님과 조명 감독님이 저를 제작사 사무실로 부르셔서 제 얼굴의 360도를 다 찍으셨다. 조명과 자연광, 깐 머리와 내린 머리, 수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콘티를 그리실 때 참고하셨다”면서, “오죽하면 그렇게 하셨겠나. 발등에 불이 떨어지신거다. 제가 멋지게 나오게 해야만 하니까 가장 잘 나오는 앵글을 써주려고 하셨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앞서 다양한 장르물에서 주로 활약한 박정민은 이번 영화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깊게 얽힌 캐릭터를 맡으며 본격적인 멜로 연기를 펼친다. 그동안 멜로라는 장르와 거리가 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것에 대해 그는 “제가 멜로를 징그러워하는 게 아니고, 멜로 연기하는 제 모습을 본 누군가가 저를 징그러워 할까봐 그렇다”고 유쾌하게 말하기도 했다.
“박정민의 멜로가 궁금하다는 의견들이 나오는 지금도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지만, 이전에는 ‘제가 하는 멜로를 누가 궁금해하나’싶은 생각 때문에 멜로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다. 시켜주면 해보고 싶다. 지금 멜로 비슷한 게 나왔으니까 사람들의 평가를 보고 좋다면 제가 가까이 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거다.”
실제로 그는 이번 ‘휴민트’ 역시 멜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해 놀라움을 줬다. 박정민은 “누군가를 구출하는 액션 영화라고 생각했지, 박건과 채선화의 감정이 이렇게까지 깊게 표현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박건이 창가에서 선화의 노래를 듣고 있는 장면이 이 영화를 하면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쓸쓸해졌던 장면이었는데,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이 영화가 어쩌면 멜로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익숙치 않은 사랑 연기를 펼치는 데 있어 참고한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박정민은 “박건은 모든 표현을 거칠게 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구출해내기 위해 싸우고 뛰어다녀야 하고, 총을 쏴야 하지만 자기가 사랑했던 여인 앞에서는 표현하지 못한다. 그런 면모들을 위해 언젠가의 박정민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개인적으로 배우가 어떠한 연기를 할 때 자기 안에 없는 것이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안에 무엇이 있는지 차분히 살펴보고 발견해내는 싸움이라 생각해서 박건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순애보를 찾아보려고 저도 부단히 애를 썼다. 제 안에 기억되어있는 무언가가 발현된 것이라 생각한다.”
박정민은 박건을 “원리 원칙주의자”라고 소개하며 “말로 표현하는 게 늘 어색하고, 오히려 한 사람을 위해 싸우는 것이 더 익숙한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말보다는 침묵이 어울리는 인물이었기에 대사가 적음은 물론이고, 채선화와의 사랑을 표현하는 데도 스킨십보다는 애절한 눈빛이 주가 되었다.
“명분 없는 스킨십은 박건 답지 않아 보일 것 같았다. 손이라도 잡아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는 명분이 없고 목적이 없는 행동을 하면 어색해진다. 손을 잡고 싶어서 잡는 것과 애절해 보이기 위해 잡는 건 무드가 완전히 다르다. 리허설에서 한번 해볼까 하다가 너무 어색해져서 포기한 기억이 있다. 박건은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어야 박건이라는 생각을 했다.”
극중 박건은 국가에 복종하는 과정에서 자신 역시 변해가 사랑하는 연인을 잃었고, 그 연인을 다시 만났을 때 무너져가는 자신의 신념을 마주하게 된다. 이에 박정민은 ‘휴민트’ 속 박건의 서사에 대해 ‘이미 변해버린 한 사람의 선택들이 계속 꼬여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선화와 사랑했을 시절 녹음된 박건의 목소리와 말투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지금의 박건과 다르다. 이것처럼 어리고 순수했을 때의 박건은 이렇게까지 폭력적이거나 임무밖에 모르는 인간은 아니었을 것 같다. 이별하면 상대가 그립기도 하지만, 그 상대와 함께 보냈던 그 시간들 때문에 괴롭다. 채선화를 발견한 후 과거에 행복했고 좋았던 것들이 물밀듯이 찾아왔을 것 같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여자를 다시 부여잡아보고 싶었는데 결국에는 실패하게 된다.”
그가 이번 영화에서 주로 호흡을 맞춘 배우는 신세경으로, 강인한 의지를 품은 박건의 전 연인 ‘채선화’를 연기한다.
박정민은 신세경에 대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장면이 명확하게 기억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이 세경 씨였다”면서, “군대에 있을 때 내무실에서 청소하다가 선임이 ‘하이킥’을 보는데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그 순간이 기억이 난다. 그때 저는 배우가 꿈이었던 시절도 아니었고, 영화감독이 꿈이었던 학생이었다”고 첫인상을 떠올렸다.
또 그는 현장에서 본 신세경에 대해 “아름다우면서도 지켜주고 싶고, 강단있어보이는 이미지가 공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정민은 “기본적으로 신세경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카메라 앞에서 그 인물로서 저를 바라봐줄 때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고, 자동으로 대사를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래서 세경 씨와 나오는 장면에서는 많이 기댔다”면서, “같이 하는 장면이 아니라도 세경 씨와 했던 장면을 기억하면 되는 신기한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휴민트’는 박정민에게 있어 익숙한 사람과의 새로운 시도로 의미를 더한다. 그는 “만족까지는 모르겠고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제 눈에 엄청 이상해 보이지 않아서 이 정도면 됐다고 위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휴민트’는 극장에서 절찬 상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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