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토벤’ 길 메머트 연출 “불륜 대신 예술적 뮤즈로…韓 관객 향해 3년간 달려와”
임가을 기자
coneylim64@gmail.com | 2026-04-09 16:51:43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악성(樂聖) 베토벤의 인생을 그린 뮤지컬 ‘베토벤’이 새로 탈바꿈해 돌아올 것을 예고한 가운데, 길 메머트 연출이 직접 작품에 관해 입을 열었다.
뮤지컬 ‘베토벤’의 길 메머트 연출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소재의 EMK 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SWTV를 비롯한 국내 언론들과 라운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길 연출은 오랜만에 찾아오는 새 시즌을 앞두고 “많은 것이 변했다. ‘베토벤 2’를 론칭하는 것보다 더한 변화”라며,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일본에서도 상연하면서 한국 관객들에게 더 맞는 공연이 될 수 있도록 긴 여정을 걸어왔다”고 밝혔다.
3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베토벤’은 청력 상실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창작을 멈추지 않았던 예술가 베토벤의 내면과 작곡가로서의 투쟁에 집중한다. 작곡가로서의 베토벤을 그리는 쪽으로 방향성이 변화한 만큼 ‘베토벤 시크릿’(Beethoven Secret)이라는 부제 역시 삭제됐다.
길 연출은 “당시 ‘시크릿’은 편지의 비밀이었다. 유럽의 많은 베토벤 애호가는 편지의 비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어서 쿤체 작가는 이 편지의 비밀을 파헤쳐보고자 했으나, 한국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23년 초연 당시 작품은 베토벤과 그의 ‘불멸의 연인’으로 추정되는 안토니 브렌타노의 서사를 그린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한층 변화가 인다.
길 연출은 “이번 시즌에는 베토벤의 내면 갈등과 청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 그리고 이를 안토니가 도와주는 모습에 더 집중한다”며, “안토니는 베토벤의 뮤즈가 된다. 그가 예술적 목표를 다음 단계로 이뤄내는 데 도움을 주고, 청력 상실로 어려움을 겪는 베토벤을 돕는 역할도 하게 된다”고 밝혔다.
길 연출은 “19세기 문학 중에는 생계나 사회적 이유로 결혼한 유부녀가 결혼 생활이라는 새장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저희는 여성들이 권리와 자유를 찾는 맥락으로 이 이야기를 준비했는데, 한국 관객들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불륜은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베토벤’의 서사적인 측면으로 하이라이트가 되는 부분은 베토벤이 작곡한 최후의 교향곡 ‘교향곡 제9번’을 완성하는 장면이 될 전망이다.
길 연출은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운 목표 중 하나는 교향곡 제9번을 작곡하는 베토벤의 여정을 그려내고자 한 것”이라며, “이전에는 베토벤이 분노하고 사람들을 불신하기만 했다면, 말년에는 전 세계를 포용하고 모든 사람에게 더 조화롭게 살기를 제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대에도 모든 사람 간의 조화가 중요한 주제였는데, 클라이맥스에 교향곡 제9번을 완성해 내는 장면으로 베토벤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음악 역시 새롭게 짜여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베토벤’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베토벤이 만든 원작 음악을 편곡하고 가사를 붙인 형태의 넘버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실베스터 르베이 작곡의 신곡이 함께 가미된다.
길 연출은 “지난번에는 베토벤의 원작 음악을 이용해서 르베이의 편곡으로 공연을 구성했는데, 한국 관객들이 르베이의 감각을 더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둘의 음악이 50대 50으로 들어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통합되었다고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 베토벤의 음악과 오늘날 현대 작곡가의 음악이 어우러지게 했고, 베토벤의 멜로디가 얼마나 현대적인지 보여주고자 했다”고 당부했다.
또 ‘베토벤’은 초연 당시 한국인이라면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멜로디를 뮤지컬적으로 재해석해 일부 관객들에게 좋지 않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에 길 연출은 “이번 ‘베토벤’에서는 그 멜로디를 들으실 수 없으실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공항에서 짐 카트가 지나가며 ‘엘리제를 위하여’ 멜로디가 나와서 많이 놀랐다”며, “문화마다 곡이 가진 의미가 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작곡가님이 이 멜로디를 우리에게 맞는 상황에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셨지만, 한국에서는 공항 짐 카트를 연상시킨다는 점을 깨닫고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즌에 가해질 많은 변화에 이어 박효신, 홍광호를 주연으로 내세운 캐스팅도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하게 된 홍광호에 대해 길 연출은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데스노트’를 통해 홍광호 배우를 처음 뵀는데, 굉장히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셨다. 그와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또 길 연출은 “홍광호 배우와 박효신 배우 둘 다 특별한 사람들이고 서로 많이 다르다”며, “박효신 배우는 겉으로 보기에 예민한 사람이지만 작업 과정을 통해 내면의 힘을 보여준다면, 홍광호는 첫인상은 굉장히 강한 사람이지만 이번 여정을 통해 내면의 유약함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가지 스토리텔링을 보여줄 수 있는 흥미로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중 홍광호는 베토벤의 연주 장면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반년간 매일 4시간 이상 피아노 연습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관련해 길 연출은 “지난번에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척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직접 연주하는 장면이 있다”며, “배우가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본인이 직접 뮤지션으로서 특정한 상황에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직접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하셨다. 덕분에 라이브 연주를 작품에 동원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길 연출은 독일 출신 예술가인 만큼 베토벤에 대한 대단한 애정과 존경을 보였다. 그는 “베토벤의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들었기에 큰 성공은 이루지 못했더라도 흥미롭지 않은 시도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 연출은 “베토벤은 기존의 규칙을 확장하고 도발해 음악을 다른 차원으로 올려놓았으며, 음악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생각했다”며, “당시 관객들은 베토벤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그 작품이 지금은 명작이 되었다. 당장의 빠른 박수와 사랑만을 추구하지 않고, 더욱 깊은 무언가를 찾아나간 그의 태도가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결로 ‘베토벤’을 다시 한번 선보이는 제작사의 뜻에도 존중의 뜻을 보였다. 길 연출은 “EMK가 용기를 내어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은 걸 높게 산다. 다시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다시 일어났다는 것”이라며, “물론 관객들의 반응을 신경 쓰고, 더 나은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예술가의 관점으로도 도전해 나가고 있다. 쉬운 멜로디를 써서 쉽게 성공하는 건 우리가 바라는 도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새로운 ‘베토벤’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관해 길 연출은 “제작사는 이 작품이 성공하기를 원하고 저도 도움을 드리고 싶지만, 매 순간 예술적인 결정을 하는 데는 이 장면에 무엇이 어울리고 필요로 하는지를 생각한다”며, “제가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인 만큼 저 스스로가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스토리를 속도감 있게 나아가게 만들고 싶고, 가능하다면 영화 대본처럼 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베토벤’은 오는 6월9일~8월1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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