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이치 주공?’...마구잡이 수주에 길 잃은 브랜드 전략

지방에도 ‘디에이치’...프리미엄 이름 무색해져
강남에만 8곳, 준강남 더하면 더 늘어 희소성 ↓
10년 안쪽을 계속 바뀐 브랜드...새브랜드 가능성도

이일용 기자

2dlfdyd@nate.com | 2025-01-07 16:50:15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 BI / 현대건설 제공
 
[SWTV 이일용 기자]  현대건설의 ‘디에이치(THE H)’의 브랜드파워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5년 브랜드를 출시한 이후 공격적인 수주 전략으로 정비시장 물량을 대거 흡수하면서 ‘희소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엄격한 기준’을 통해 일부 랜드마크 지역에 한정 적용하겠다는 애초 계획과 다르게 돈 되는 단지마다 ‘디에이치’를 제안해 수주한 것이 독이 됐다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주택사업 본부장이 CEO로 취임하며 공격적인 정비사업 수주전략을 펼쳐왔다. ‘디에이치’를 앞세워 6년 연속 도시정비시장 수주액 1위를 기록했다. 최근 6년내 매년 4조~6조원가량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수주액이 늘어난 만큼 디에이치 공급량도 늘어났다. 정비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디에이치’가 적용된 단지는 입주 단지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한남3구역 등 공사 예정단지를 포함해 총 19개 단지에 달한다.

2022년에는 대전 유성 장대 B구역 재개발, 전라도 광주 광천 재개발에도 ‘디에이치(THE H)’ 적용을 제안해 수주하면서 서울권을 넘어 지방에서도 ‘디에이치’ 아파트가 들어서게 됐다.


▲현대건설이 2022년 전라남도 광주 광천동 재개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제안했다 / 포털사이트 제공
 
제일 큰 문제는 강남권이다. 지방과 서울 강북, 수도권 지역에서는 디에이치의 ‘희소성’이 부각될 수 있으나, 기 수주한 단지들이 준공될 시 강남권에만 8개 단지가 넘게 돼 ‘희소성’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앞서 준공된 △디에이치 아너힐즈 △디에이치 라클라스 △디에이치 자이개포 △디에이치 퍼스티어아이파크 △디에이치 포레센트 등 5개 단지를 비롯해 △디에이치 클래스트(시공중) △디에이치 방배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등 총 8개 단지다. 준강남권인 디에이치한남 등을 더하면 더 늘어난다.

한남3·4구역 연계한 8천 세대 ‘디에이치(THE H)’ 타운…‘하이엔드 브랜드’ 전략과 상충 
 
일각에서는 현재 삼성물산과 수주전을 펼치고 있는 한남4구역 수주 제안과 관련해서도 프리미엄 전략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현대건설은 한남 3-4구역을 연계해 하이엔드 타운을 만들겠다는 복안이지만, 시장에서는 8000가구 규모의 단지가 하이엔드 아파트로 인식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프리미엄’은 한정된 인원이 누릴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이다.


▲현대건설이 2022년 재개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제안한 충청남도 대전 장대B구역 전경 / 포털사이트 제공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압구정 수주전이 펼쳐질 시점이 되면 디에이치가 강남권에서는 기존 브랜드 힐스테이트만큼 흔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공격적인 수주로 곳간을 채우며 먹거리를 준비한 것은 회사에 긍정적이나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이 잘 이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향후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수주를 위해서 총력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흔해진 ‘디에이치’를 한 발 접고 프리미엄을 강조하기 위해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현대건설이 기존 1999년 현대홈타운(아파트)과 하이페리온(주상복합)을 런칭하고 2006년 힐스테이트로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 다시 10년 뒤 강남권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내놓는 등 리뉴얼 시기가 항시 10년 채 걸리지 않았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현대건설이 시공권 확보를 위해 ‘압구정TFT’까지 만들어 공들이고 있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전경. 업계 일각에서는 전국적으로 남발해 희소가치가 떨어진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대체할 또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 출시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 포털사이트 갭처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에서는 사실상 ‘힐스테이트’ 뿐만 아니라 ‘디에이치’도 ‘주공’만큼 흔해졌다. 회사 이익을 지나치게 앞세우다 보니 브랜드 전략과 상충되는 일들이 발생했다”며 “수요자들의 눈높이는 계속 올라가고 있고 희소성 단지에 대한 니즈가 있는데 디에이치로 계속 맞출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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