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빨라진 인사·리밸런싱…APEC 불확실성 타계 방향타 되나

김종현

todida@naver.com | 2025-10-20 16:50:05


[SWTV 김종현 기자] 미국 트럼프 발 관세 여파로 인해 글로벌 경기 둔화, 경영 불확실성이 거세지면서 재계도 인사 시즌을 앞당기는 등 조직 정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달 말 개최되는 경주 APEC 정상회의 결과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지난 17일 정몽준 아산재산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수석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통상 HD현대의 사장단 인사가 매년 11월 중하순에 단행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이 빨라진 셈이다. 더욱이 이번 인사에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이 모두 바뀌고 회장에 이어 부회장직에 2명이 승진하면서 인사 폭도 커졌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재계에서 정 신임 회장이 HD현대 전면에 나서면서 그간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오너 경영체제로 전환하고 경주 APEC에서 대표 선수로 등장함으로써 존재감을 키우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더욱이 HD현대는 대미 관세 협상의 주요 카드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주요 참여 기업으로서 이번 경주 APEC을 통해 미국 투자 및 진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취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주요 계열사 합병을 앞둔 상황이라는 점도 정 신임 회장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인사는 시기를 앞당기고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SK그룹이 가장 먼저 인사 시즌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늦으면 다음달 초 정도 주요 계열사 대표·임원 인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은 리밸런싱을 통한 지배구조 및 사업포트폴리오 개편에 집중하고 있다. 그간 주요 계열사의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비주력 사업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을 조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인사 시즌 역시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2022년 이후 끊긴 부회장 승진자가 있을지도 관심사다. SK그룹 안팎에서는 역대급 호실적 행진 중인 SK하이닉스의 곽노정 사장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SK그룹은 다음달 6~8일 새 경영진이 참여하는 CEO 세미나를 열어 2026년 경영 방향과 핵심과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새로운 진용을 짠 후 해당 세미나를 통해 2026년도 사업 계획을 논의할 의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장은 지난달 울산전시켠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울산포럼’에서 “인사 시기는 유동적”이라고 언급한 뒤 “인사 시기는 빨라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이른 11월 말에 사장단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사장단 인사는 매년 12월 전후로 치러졌으나 지난해에 시기를 앞당겼다.

최근 삼성전자 실적,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벗은 뒤 첫 인사인 만큼 ‘뉴삼성’ 비전에 속도를 내기 위해 조직 정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점쳐진다.

우선 27일 이 회장이 취임 3주년을 맞아 그룹 경쟁력 회복을 위한 컨트롤 타워 복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수장으론 정현호 부회장과 최윤호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사장, 박승희 사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지난 4월 고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DX 부문장을 맡은 노태문 사장도 직무대행을 떼고 정식 부문장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현재 전영현 부회장이 겸하고 있는 DS 부문장과 메모리사업부장을 떼 내고 새로운 메모리 수장을 세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또 아직 부진한 실적을 기록 중인 VD, 시스템LSI 사업부 인선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지난해 사장단 인사를 11월 중순으로 앞당겼는데 올해도 비슷한 시가에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미국 관세 리스크 탓에 지난해보다 사업 환경이 더 악화됐기에 올해도 미국 사업 대응을 위해 대대적인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예년처럼 11월 중하순 인사가 유력한 가운데 구광모 회장인 9월말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구조적인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언급한 만큼 인사 폭이 커질 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 8월 말 이미 4곳의 계열사(한화 글로벌 부문·한화엔진·한화파워시스템·한화호텔앤리조트) 대표를 교체하며 일찌감치 인사를 마쳤다. 특히 여승주 부회장이 그룹의 2인자로 자리매김한 이후 ‘원포인트’ 중심의 실용적 인사로 조직의 안전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이 마스가 프로젝트를 고려해 오는 11월 초 대규모 인사를 추가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조기 인사를 단행했다. 신세계인터내셔널, SSG닷컴, 신세계디에프, 지마켓 등 계열사에 새로운 대표를 임명했다. CJ그룹도 지난 17일 CJ제일제당, CJ푸드빌 대표이사에 각각 윤석환 바이오사업부문 대표, 이건일 CJ프레시웨이 대표를 내정하는 CEO 인사를 선제적으로 단행한 바 있다.

이처럼 인사 시즌이 앞당겨 지면서 재계는 경주 APEC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APEC 정상회의 결과가 향후 사업계획 등을 마련하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아직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APEC에서 한미 양국이 진척된 결과를 이끌어 낸다면 기업들 역시 상응하는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APEC에서 향후 미국 투자 등에 대한 구체적 방향성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APEC 이후 조기 인사 및 사업포트폴리오 조정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예년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주요 그룹들이 조직을 조기에 재정비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고 진단하며 “경기 둔화와 통상 변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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