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민식이 다시 쓴 ‘인턴’…“죽었다 깨어나도 한국 아저씨여야 했죠”

임가을 기자

coneylim64@gmail.com | 2026-09-28 17:50:33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최민식이 한국인의 정을 담은 ‘인턴’으로 돌아왔다. 백발의 인턴 ‘기호’로 분한 그는 묵묵한 버팀목이 되어 관객들에게 온기를 전한다.
 

▲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최민식이 한국인의 정을 담은 ‘인턴’으로 돌아왔다. 백발의 인턴 ‘기호’로 분한 그는 묵묵한 버팀목이 되어 관객들에게 온기를 전한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지난 16일 개봉한 ‘인턴’은 론칭 3년 만에 100억 매출을 달성한 ‘선우’의 회사에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가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015년 개봉한 로버트 드니로, 앤 해서웨이 주연의 동명 할리우드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원작의 팬을 자처한 최민식은 “품위 있으면서 산뜻한 작품”이라고 말하며, “저희 작품도 산뜻해지려고 노력했지만, 원작을 그냥 가져다가 복사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우리 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한국판 만의 특색을 더했음을 밝혔다.

최민식이 연기한 ‘기호’는 평생직장이었던 출판사에서 은퇴한 경력 37년 차 베테랑으로, 패션 스타트업 우투투의 실버 인턴 채용 공고에 지원하여 젊은 CEO ‘선우’의 직속으로 배정되게 된다. 원작에서는 로버트 드니로가 ‘벤’이라는 이름으로 연기한 바 있다.

한국판 ‘인턴’의 기호와 원작의 ‘벤’이 지닌 차이에 관해 최민식은 “제가 맡은 김기호는 드니로 형님처럼 품위 있고 멋스러운 노신사가 아니라 죽었다 깨어나도 한국 아저씨여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호는 원작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서양 사람들은 그런 문화는 없지 않나. 쿨하고 냉정하게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조언하지만, 기호는 그렇지 않다”라며, “‘내 딸, 아들 같다’라는 한국 아저씨들이 지닌 고유의 정서, 서양 사람들한테서는 느끼지 못하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연출을 맡을 감독이 정해지기 전부터 기호 역에 낙점되었던 최민식은 초고 단계부터 캐릭터가 지닌 디테일을 만들어 나갔다.

그는 “출판사 직원이니까 책을 가까이했을 테니까 나름대로 인문학적인 소양이나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싶었다”라면서, “꽃꽂이하는 건 제 의견이었다. 먼저 떠나보낸 아내가 꽃을 좋아해서 좀 닭살 돋지만, 아내가 생각날 때마다 사진 앞에 꽃을 놓는 거다. 이 외에도 지금은 편집돼서 없지만, 기호의 루틴도 찍었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꽃을 사 들고, 길냥이한테 밥을 주는 장면도 있었다. 고양이가 연기를 참 잘했다. 그런 것들이 참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로버트 드니로 곁에 앤 해서웨이가 있었다면, 최민식 곁에는 한소희가 자리를 지켰다. 연기 호흡을 맞춘 한소희에 관해 최민식은 “선우를 캐스팅할 때 몇몇 배우들이 거론됐었다. 근데 누구보다도 자기가 하고 싶다고 어필했던 배우가 소희다. 각오가 대단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한소희라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얼마 없는 상태에서 봤을 때 본인이 갖고 있는 고유의 성향과 겹치는 게 많은 것 같다. 본인이 맞는 옷을 입었다는 느낌”이라며, “완급 조절이나 기술적인 부분은 완벽할 수 없어도, 선우라는 친구를 진정성 있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는 것과 결과물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만 해도 아주 대견하다”라고 전했다.

주역으로 분한 두 사람은 ‘한국인의 정’으로 명장면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일본 출장 중 둘이 함께 찾은 술집에서 기호가 아버지의 마음으로 선우를 일깨워주는 장면은 많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이 장면에 관해 최민식은 “원래는 ‘만약 대표님이 제 딸이었으면’이라는 대사가 먼저였다. 근데 대본을 계속 보면서 이렇게 밋밋하게 하면 설득력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감독한테 대본대로 가기 전에 한번 순서를 바꿔볼 테니 소희한테는 절대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 영화에서 소희가 놀라는데 그게 진짜로 놀란 거다. 근데 그때 소희가 펑펑 울었다. 이입이 된 거다. 제 뉘앙스를 제대로 받았다는 게 느껴져서 참 고마웠다”라며 비화를 전했다.
 
▲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기호와 선우가 만난 배경이 패션 스타트업인 만큼, 작품의 앙상블을 꾸린 출연진도 대부분 젊은 배우들로 이루어졌다. “이제는 후배들하고 작업하는 게 열 중 아홉”이라고 밝힌 최민식은 후배들과 합을 맞추며 초점을 둔 부분을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물이 되려고 노력했다. 이 친구들에게 스며들어 같이 놀자. 그게 기호라는 캐릭터와 일맥상통하지 않나 싶다. 작품에서 보이는 기호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나름의 작업이다. 각 잡힌 강렬한 장르물을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호흡이 중요하다. 꼴도 보기 싫은데 좋은 호흡이 나올 수는 없지 않나. 서로 알아가는 작업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최민식은 작품 안팎으로 ‘기호’와 같은 베테랑의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에게도 ‘선우’와 같은 시절은 분명히 있었다. 과거 가장 기억에 남는 가르침을 주었던 멘토로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시절 스승이었던 故 안민철 교수를 이야기한 그는 “선생님은 지금도 그립다”라며 과거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연극하다가 영화를 하게 되면서 시사회 때 꼭 모시는데 ‘민식아, 수고했다. 잘 봤다’가 아니라 ‘배우가 관객들 앞에서 인사하는데 옷이 그게 뭐냐’라고 하시는 분이다. 그 정도로 엄하고 칭찬에 인색하셔서, 웬만해서는 잘했다는 소리를 안 하셨다. 근데 제가 안 보이는 데서는 칭찬을 해 주셨더라. 임권택 감독님을 통해서 ‘안 교수가 자기가 제일 아끼는 제자라고 하더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무대를 하나의 성전으로 여긴 안민철 교수의 가르침은 최민식의 연기 가치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자긍심을 가져야 하는지 가르쳐주신 분이다. 참 요즘은 그런 선생님이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올해로 데뷔 45년 차를 맞이한 최민식은 수많은 한국 영화에 참여해 왔다. 앞으로 걸어갈 연기 인생에 관해 그는 “관객의 평가에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되도록 자유로워지고 싶다. 난 내 길을 간다고 생각해야 배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맨날 천만 영화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이면 되고, 그 작품 하나하나마다 진정성을 담아내면 된다. 제 필모그래피에서 망한 영화 많지만, 후회는 없다. 이 작품을 통해서 얻은 것과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메시지, 정서들이 너무 좋으니까. 그게 단지 대중적이지 않다고 해서 가치가 폄하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그저 내 만족에 산다.”

점차 나이를 먹어 가는 과정도 그에게는 연기에 양분이 되는 일과 같다. 최민식은 “전 나이 먹는 게 너무 좋다. 외국의 경우를 봐도 연기가 더 깊고 감동적이다”라면서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 기대를 표했다.

“젊었을 때 내가 잘생기고 예쁜 걸 뽐내는 시절이 있다. 그것도 좋지만 결국 우리가 드라마라는 걸 통해 표현하는 건 삶이다. 사랑이 됐든 분노나 증오가 됐든, 그 느낌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하지 않나. 배우가 나이 먹는 건 흠이 아니다. 오히려 숙성된 맛을 낼 수 있는 좋은 시기가 왔다는 거다. 얘기 좀 해달라. 최민식 쓸 만하다고. (웃음)”

▲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제는 그에게 ‘대배우’라는 수식어가 당연하게 따라오지만, 최민식은 여전히 연기에 욕심이 많다. 그는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적은 나이도 아니지 않나. 이제 인간과 관계에 대해서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예전보다 이해의 폭이 좀 더 넓고 깊어졌다. 이걸 연기에서 다 잘 써먹어야 한다. 묵은지들이 맛을 낼 수 있게끔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같은 결로 은퇴 이후의 삶을 생각해본적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은퇴 안 할 거다”라고 단번에 선을 그었다.

최민식은 “신구 선생님도 지금까지 연기하시지 않나. 저는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좋은 작품 하면서 살고 싶다. 이런 캐릭터를 맡았다고 해서 저 자신을 돌아보고 그런 건 없다. 아직 돌아볼 나이도 아니다. 저는 이제부터 뭔가를 제대로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전투력이 상승하고, 더 다양하게 표현해 보고 싶은 욕구가 많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최민식은 이번 영화 ‘인턴’을 통해 관객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원작을 접한 많은 사람이 큰 감동을 받았다는 건, 우리 사회가 ‘좋은 어른’과 세대 간의 화합을 그만큼 갈망하고 있다는 거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이 휘청거릴 때 꼭 어른이 아니더라도 곁에서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위로가 되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인턴’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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