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군체’ 전지현 “첫날 첫 신부터 곧바로 좀비 등장…전개 속도에 새삼 놀랐죠”

임가을 기자

coneylim64@gmail.com | 2026-06-01 16:16:29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귀환한 전지현이 ‘좀버지’ 연상호 감독의 앵글 속에서 또 다른 얼굴을 꺼내 보인다.
 

▲ 사진=쇼박스

영화 ‘군체’에서 ‘권세정’ 역으로 분한 전지현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의 카페에서 국내 언론들과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전지현은 “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영화를 하는 게 후회스러울 정도다. 관객분들을 더 자주 많이 만났으면 좋았을 걸 싶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영화는 연상호 감독의 4번째 칸 영화제 진출작으로, 전지현 또한 칸의 레드카펫을 밟고 월드 프리미어 상영의 순간을 함께했다.

전지현은 “칸은 영화인들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아닌가. 도시 전체가 파티 분위기였기 때문에 매일매일 약간 흥분된 상태로 지냈다. 이런 기분을 받쳐주는 칸의 날씨와 그 모든 바이브가 잊히지 않는다”라며, “칸이 최종 목표는 절대 아니지만 자주 가고 싶다는 욕심은 생기더라. 기분 좋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개봉 후 마주한 새로운 극장 문화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대인사를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경험에 관해 전지현은 “막상 직접 보고 경험해 보니 참 좋았다. 평소에는 관객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거의 없는데, 무대인사를 통해 이렇게 많은 분을 만나고 그 분위기를 느낀다는 것이 배우로서는 굉장히 뜻깊고 새로운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지현은 “무대 위에서 보면 관객분들의 얼굴이 자세히 잘 보인다. 다들 정성스럽게 스케치북에 메시지를 적어 오시는데, ‘지현 언니’가 적힌 건 몇 개 없어서 오히려 더 눈에 잘 띄는 것 같기도 하다”라며, “고양이 귀, 강아지 귀를 해달라는 요청이 기억에 남는다. 창욱이가 그런 걸 잘 알아서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본다”라는 에피소드를 풀어놓기도 했다.
 
 
▲ 사진=쇼박스
 
‘군체’는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부산행’, ‘반도’ 등으로 K-좀비의 서막을 연 연상호 감독의 신작 좀비 장르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전지현은 “연상호 감독님과 꼭 한번 작업해 보고 싶었다. 감독님의 작품들을 다 봤고, 저런 역할은 제가 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라며, “감독님의 시나리오가 들어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마음의 결정을 어느 정도 하고 시나리오를 읽어봤는데, 내용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쉽게 결정했다”라고 참여 계기를 전했다.

실제로 ‘연니버스’의 일원으로서 함께 작업해 본 연상호 감독은 어땠을까. 전지현은 “영화를 보신 분들이 힘들었겠다고 하셨는데, 감독님과 작업한 건 정말 편했다”라면서, “정시 출퇴근을 해서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없었고, 무엇보다 심적으로 힘들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감독님처럼 본인의 세계관과 색깔이 확실하신 분들은 딱 본인이 필요한 부분만 배우에게 요구하신다. 덕분에 배우가 많은 에너지를 분산시키지 않고 필요한 지점에만 쏟을 수 있고, 그 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편안했다”라고 만족을 드러냈다.

연상호 감독 특유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에 감탄하기도 했다. 전지현은 “감독님이 현장에서 다음 작품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분명 어제는 A라는 소재를 들었어도 오늘은 B를 말씀하시고 내일은 또 C를 말씀하신다. 대체 어떤 작품을 하실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소재가 넘쳐나는 감독님이신 것 같다”라고 감탄했다.

 
▲ 사진=쇼박스
 
전지현이 ‘군체’의 시나리오에서 집중한 점은 집단 지성이 부여된 좀비들이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색다른 좀비를 보여준다는 점과 그 안에 감독님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라며 영화를 만들어 나간 과정을 이야기했다.

“기존의 좀비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통제 불능의 상태였다면, ‘군체’의 좀비들은 네트워크로 인해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군집 된 형태로 움직임을 보여준다. 요즘 현대사회에서 본인의 사유를 AI에게 양도하고 있는 모습을 감독님이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좀비라는 장르물 안에 재치 있게 담아내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은 ‘좀비의 아버지’이시니까 (웃음) 제가 부족한 정보들에 대해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이야기도 ‘군체’의 특징 중 하나이다. 전지현은 “감독님은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중시하신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서사가 빠르고 한눈팔 새가 없었다. 시나리오 자체도 금방 읽었지만, 실제 영화를 볼 때도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다는 평이 많더라”라고 말했다.

영화를 만들어 나가는 촬영 현장에서도 빠른 속도감은 체감됐다. 전지현은 “촬영 현장에서 더 놀랐던 지점은 첫날 첫 신부터 곧바로 좀비가 등장했다는 거다. 시나리오를 아무리 재미있고 빠르게 읽었어도, 막상 현장에서 첫날 첫 신에 좀비가 나오는 걸 보니까 전개가 이렇게까지 빨랐나 싶어 새삼 놀라기도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영화에서 전지현은 생존자 그룹의 리더 ‘권세정’ 역을 맡아 극을 진두지휘한다. 맡은 배역에 관해 그는 “권세정이라는 역할이 특별한 인물로 보이기보다는 관객이 곧 권세정인 것처럼 보이게끔 하는 게 목표였다”라고 말했다.

“혼잡한 상황 속에서 세정이 선택하는 것들을 같이 고민하고 이해하게끔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어떻게 보면 중심을 잃지 않고 세정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끝까지 가지고 가고자 노력했다.”

 
▲ 사진=쇼박스
권세정이라는 인물의 매력 역시 ‘안내자’라는 역할에서 찾았다. 전지현은 “권세정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본인이 가진 지식으로 상황을 헤쳐 나가고 설명하려 하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 지점이 곧 영화를 보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다행히 권세정이 중심을 잘 잡아주었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러웠다는 평들이 있더라. 그런 점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역할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권세정과 대척점에 선 안타고니스트 ‘서영철’에 관한 감상도 들어볼 수 있었다. 전지현은 “서영철은 배우로서 정말 탐나는 캐릭터다. 쉽지 않은 캐릭터이지만 극에서 가장 돋보이는 역할이고, 서사가 많이 깔려 있어서 탄탄하게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라면서, “교환 씨가 이 역할을 맡는다고 했을 때 색다르게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완성된 모습을 보고 ‘역시’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극 중 치열하게 대립하는 관계였으나,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마지막까지 남아 전우애를 다지기도 했다. 관련해 전지현은 “아무래도 촬영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배우가 구교환 씨다 보니 대화할 기회도 많았고 자연스럽게 친해졌다”라면서, “구교환 씨는 워낙 유쾌하고 상황을 재미있게 해주려고 하시는 편이다. 저도 심각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죽이 잘 맞았다”라고 말했다.

생존자 그룹에서 ‘최현석’으로서 함께한 지창욱과는 JTBC 새 드라마 ‘인간X구미호’로 재회한다. 좀비 장르물 속 동료에서 로맨틱 코미디의 상대역으로 재회하는 것에 관해 전지현은 “‘군체’ 때 창욱 씨와는 사실 별로 대화도 없었고, 캐릭터가 접점 되는 부분이 별로 없었다. 옆에는 오래 있었지만, 친해질 기회는 별로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친해진 상태에서 ‘군체’를 보니까 좀 새롭더라. ‘창욱이랑 저런 걸 어떻게 찍었지?’ 하는 생각이 들고, 지금 찍었으면 또 다른 느낌이었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서로 잘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좀 무덤덤했던 것 같다”라며, “지금은 너무 편안하고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 사진=포토그래퍼 김신애
1998년 데뷔 이후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해 온 전지현은 올해는 좀비 사태의 생존자로, 내년은 이천 년 묵은 구미호로 변신해 대중을 만난다.

범상치 않은 장르와 캐릭터를 연이어 선보이는 것에 관해 전지현은 “장르가 특별하거나 여성 캐릭터가 일반적이지 않은 작품들을 위주로 선택하게 된 것 같다”라며, “일부러 이런 역할들만 선택한 건 아니지만, 감사하게도 그런 캐릭터들이 저를 좀 더 특별하게 보이게끔 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K-콘텐츠가 글로벌로 뻗어나가며 한국 배우 역시 세계에 진출하고 있으나, 그는 반대로 한국의 콘텐츠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전지현은 “예전에는 기회가 된다면 해외 작품에 도전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다. 근데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K-콘텐츠의 입지나 위상이 달라졌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시기가 왔다. 그래서 저는 한국 배우로서 한국 작품에 집중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영화 ‘군체’는 현재 극장에서 절찬 상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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