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빵야’ 전성우 “심장은 뜨겁지만 머리는 차가운 느낌…감정 잘 전달하려 한다”
임가을 기자
coneylim64@gmail.com | 2024-07-30 15:01:41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일반적인 70대 할아버지와 72년을 묵은 소총을 연기하는데 있어서 연기적인 차이는 어떻게 둘 수 있을까. 전성우는 “할아버지라는 이미지 자체가 주는 느릿느릿함이 있지않나. 그런 이미지만을 갖고 가면 ‘빵야’ 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 인물의 모습은 할아버지가 아닐 수 있다는 여지를 주면서도 행동이나 표현에는 역사가 담겨있기 때문에 보편적인 할아버지의 모습과는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72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장총의 모습은 할아버지 같은 무게의 호흡에 역사와 세월이 담겨져있는 모습과 행동을 보인다. 또 극중극으로 돌아갔을 때는 72년의 세월을 보낸 호흡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총이 됐을 때는 그만큼 빠르게 움직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할아버지 같지 않게 표현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빵야’는 아픈 시간을 보낸 장총의 세월을 그대로 따라가는 만큼 감정을 요동치게 만드는 극이기도 하다. 전성우는 “슬퍼서 울 수는 있지만 제가 그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울어버리면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감정을 따라가기가 너무 힘든 것 같다“면서 “감정을 잘 전달하기 위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관객들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확실히 하려한다고 말했다.
“심장은 뜨거운데 머리는 차가운 느낌으로 연기한다. 심장과 머리가 모두 뜨거워지면 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말 그대로 통제가 불가능하다. 그래도 머릿속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과 직접 해 보는건 또 다르기 때문에 연습 때는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로 끝까지 가보기도 했다. 그렇게 가봐야 절제할 수 있고 통제가 된다. 공연이 매력적인 점 중 하나가 연습 기간 중 할 수 있는 걸 다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맞고 틀린 게 없고 다른 것이기 때문에 직접 해보면서 방향을 찾아가는 것 같다.”
‘빵야’는 폭력과 전쟁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상업과 예술사이 고민하는 창작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대와 매체를 자유롭게 오가고 있는 전성우에게 있어서도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유효했다. 이에 대해 전성우는 “참 어려운 것 같다”며 “사실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상업인지 나누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예술이든 상업이든 어떤 소재나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작품을 단순 도구로만 생각하지 않으면 되는 것 같다. 이야기를 전달하고 들려주는 사람으로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실되게 다가갈 수 있게끔 작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 모든 건 예술이고, 예술이 유지가 되기 위해서는 상업적인 요소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에 상생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작품과 소재에 대해 접근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중요한 것 같고, 정성껏 만들고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습 과정까지는 어쨌든 연출의 선이 있지만, 무대에 오르는 순간은 배우의 연기의 연출인 거다. 따라서 오늘의 연기는 어제도 할 수 없었던 거고, 내일이 되면 볼 수 없는 연기이기도 하다. 내가 현재에 충실하다는 게 느껴지는, 그 순간에 진실된 순간이라 그 자체가 큰 매력인 것 같다. 이 점이 너무 좋아서 무대를 사랑하는 것도 있다.”
현재 연기를 통해 배우의 연출을 펼치고 있지만, 작품 자체를 연출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어렸을 때는 막연하게 생각해봤던 것 같지만 지금은 쉽지 않은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연기를 직접 해온 배우이기에 작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부족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어떤 연기를 봤을 때 배우의 입장으로보면 자신의 노선이라는 게 분명히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려 노력해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연출은 배우들에게 똑같은 배역으로 연기를 시켰을 때 객관적으로 바라봐줘야 하는데 저도 배우를 계속하다보니 주관이 너무 세져서 과연 내가 이 배우들의 밸런스를 조율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단순히 ‘연출’이라는 이름만 단다고 해서 연출이 아니고, 연극의 모든 요소를 조율해야하는 게 연출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는 막연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는데 점점 쉬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또 다른 영역인 것 같다.”
17년차 배우 전성우는 여전히 연기를 배워나가고 있다. 그는 “아마 선배님들도 똑같이 얘기하실 것 같다. 연기에는 정답이 없으니까”라며 계속해서 연구해나가고 있음을 전했다.
“연기라는 것 자체가 정답에 안주하는 순간 재미가 없어질 것 같다. 옛날에 봐왔던 연기 스타일과 요즘에 볼 수 있는 연기 스타일, 대중들이 선호하는 연기 스타일이 다 다르다보니 선호하는 취향도 바뀌고 스타일도 다양해진다. 그러다보니 계속 고민하게 되는 부분인 것 같다.”
특히 전성우는 연기에 있어 ‘즉흥성’을 찾으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연에서는 약속이라는 게 분명 존재하고, 지금도 없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사실 연기라는 게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순간에 똑같이 할 수가 없다.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그런 약속을 했으면 약속대로만 해야 하는게 정답이라고 느꼈는데, 적당한 선 안에서만 놀면 어떻게 표현을 해도 상관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또 매일 같은 사람과 연기하지 않기 때문에 매번 같은 호흡으로 다른 배우를 만나면 절대로 같이 섞일 수 없다. 그래서 즉흥성을 계속 찾으려 하는 것 같다.”
2010년쯤 작은 공연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상대 배우에게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 전성우는 그 때를 계기로 연기의 틀을 깨기 시작했다.
전성우는 필모그래피를 쌓으면서 자신도 모르는 어딘가에 배우로서의 양분이 축적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을 했으니까 이건 잘할 수 있어’처럼 누르면 나오는 스킬이 아니라, 그저 어느 순간에 어떤 연기를 하다보니 튀어나온 걸 좋게 봐 주시는 것 같다. 계속 얼굴의 형태가 변하고 표현의 방식이 바뀌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쌓이는 무언가가 남지 않을까 싶다.”
아직도 배우 전성우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남아있다. 추후 활동 방향성에 대해 묻자 그는 “너무 많다. 아직 안 해본 게 너무 많다”며 앞으로의 행보를 예고했다.
“사실 해보고 싶은 건 많아도 하고 싶은 건 없다. 다양한 역할을 해 보고 싶다. 어렸을 때 제가 갖고 있는 이미지 때문에 누군가가 ‘쟤는 저거 밖에 안 될 거야’라는 말을 했을 때 상처를 받았었다. 근데 동시에 그 말이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는 힘이기도 했다. 누군가가 저를 바라봤을 때의 이미지를 항상 뒤집는게 제게는 재미고 즐거움이다. 또 배우로서 한 단계 발판을 디딜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다양하고 그때그때 재밌다고 느끼는 작품들을 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전성우는 연극 ‘빵야’를 찾을 관객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즐거운 마음으로 보실 수 있게 항상 노력 하고 있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많이 보러와 주시고, 저희가 정성껏 만든 이야기를 그저 오롯이 느껴지시는 대로 잘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빵야’는 박성훈, 전성우, 박정원, 홍승안, 이진희, 김국희, 전성민 등이 출연하고 오는 9월 8일까지 예스24 아트원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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