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세상 엿보기] 국회가 연 토큰증권 시장, 규제로 다시 좁혀선 안 돼

편집국

sportswkr@naver.com | 2026-10-26 16:23:39


[SWTV 편집국] 국회가 토큰증권시장의 문을 열었다. 지난 1월15일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조각투자 특례에 머물던 토큰증권을 정식 자본시장 제도 안으로 끌어들였다. 빌딩 같은 실물자산을 잘게 나눠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법은 오는 2027년 2월4일 시행된다.

시장의 크기는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 지난 2023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은 실물연계자산을 포함한 국내 토큰증권 시장이 오는 2030년 367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이 전망을 소개했다.
  
▲ 손예슬 자유기업원 연구원.
반면 현행 제도와 규제 틀을 전제로 하면 오는 2030년 시장 규모가 30조~60조원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가 현재 시장을 1조~3조원 수준으로 보는 만큼 어떤 규칙을 세우느냐에 따라 성장 폭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금융위가 지난 9월 발표한 정책방향은 시장의 잠재력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내년 2월 1단계로 허용하는 대상은 기관 전용 사모 MMF·사모사채·신탁 방식 비상장주식·공모 조각투자증권에 그친다. 상장주식과 공모채는 제외했고, 다음 단계의 도입 시기도 정하지 않았다. 법은 토큰증권을 모든 증권에 적용할 수 있는 발행 형식으로 인정했지만, 금융위는 허용 자산을 하나씩 골라 시장을 여는 방식을 택했다.

개인투자자에게 적용하는 투자 한도도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 금융위의 10월 입법예고안은 일반투자자의 장외거래소별 연간 순매수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고, 전문투자자에게는 한도를 두지 않았다. 토큰증권의 취지는 개인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고가 실물자산에 소액으로 분산 투자할 기회를 넓히는 데 있는데, 투자 경험과 자산 규모를 따지지 않고 일률적 상한선을 그으면 시장에 참여할 유인도 약해진다.

진입 구조 역시 기존 금융회사 중심이다. 금융위는 토큰증권 전용 인가를 신설하지 않고 기존 금융투자업 인가 체계를 유지했다. 발행과 유통을 엄격히 분리했고, 비금융 발행인이 직접 계좌를 관리하려면 발행인계좌관리기관으로서 자기자본 40억원과 전문인력 4명 이상을 갖추도록 했다. 비금융 발행인에게 길을 열었다지만 핀테크 스타트업이 넘기에는 문턱이 높다.

우선 자산의 허용 범위부터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 법률상 금지되거나 투자자 보호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발행을 허용하는 방향이다. 상장주식과 공모채를 비롯한 나머지 자산도 도입 일정과 조건을 미리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자가 중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고 시장 진입을 준비할 수 있다.

투자 한도는 투자자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초기 시장 안정을 위해 안전장치를 두더라도 모든 일반투자자를 같은 금액으로 묶을 이유는 없다. 투자 경험과 자산 규모에 따라 한도를 차등 적용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한도를 완화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성인의 투자 결정을 금액으로 제한하기보다 위험을 정확히 알리고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

발행·유통 분리와 진입 요건도 자본금 규모보다 사업 역량과 내부통제를 중심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내부통제와 공시 체계를 갖춘 사업자에게는 제한적으로 겸영을 허용하고, 위반 행위에 엄격한 책임을 묻는 방식이다. 소규모 혁신 기업에 높은 자본금 요건부터 요구하면 경쟁은 시작되기도 전에 줄어든다.

투자자 보호의 핵심은 철저한 공시와 강력한 사후 책임에 있다. 부동산 토큰증권이라면 감정평가 내역과 공실률, 임대수익률, 담보와 권리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허위공시와 불공정거래에는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투자자가 위험과 수익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그 판단을 왜곡하는 행위를 막는 것이 당국의 역할이다.

국회는 소수 자산가에게 머물던 실물자산 투자 기회를 일반 대중으로 넓히기 위해 법률의 테두리를 새로 짰다. 하위법령은 그 안에서 누구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규칙을 세워야 한다. 지금은 입법예고 기간이다. 금융위는 의견 수렴 과정에서 허용 자산과 투자 한도, 진입 요건이 제도의 취지에 맞는지 다시 살펴야 한다. 국회가 열어 놓은 문을 규제로 다시 좁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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