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돼지의 왕' 탁재영 작가-연상호 원작자 "5-6화 전환점 될 것"

노이슬

hobbyen2014@gmail.com | 2022-03-29 14:00:06


[스포츠W 노이슬 기자] "학교폭력이 없는 나라는 없다. 한국 학생들은 새벽에 가서 거의 밤에 온다. 다른 세상이 없다. 학교에 가면 내가 조용히 살아야 한다고 알게 된다. 그런 생활이 대학교까지 따지면 10년이 넘는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그 세상 속에서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정이 여러가지인 것 같다. 드라마 '돼지의 왕'을 보는데 어렸을 때 제가 많이 생각나더라."(연상호)


​누군가에겐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는 학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학교생활을 경험한다. 성인이 되기 전, 가정이 아닌 세상을 처음 경험하는 곳이 학교다. 학교도 결국엔 또 다른 계급 사회다. 그런 학교에서 아픈 기억은 결코 쉽게 지워질 수 없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성인이 된 모습은 과연 어떨까. 지난 2011년 11월 3일 개봉한 잔혹 스릴러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담은 이야기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돼지의 왕' 탁재영 작가, 연상호 감독/티빙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반도', '지옥' 시리즈까지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실사로 담아내며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연출가다. 하지만 이전엔 애니메이션에 잔혹함을 더한 자신만의 세계관을 그려냈다. 그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인 '돼지의 왕'은 개봉 이후 2012년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었고, 에든버러 국제 영화제, LA, 뉴욕 아시아필름 페스티벌, 시드니 영화제, 파리 시네마 영화제, 몬트리올 판타지아 장르영화제등에도 초청받으며 주목받은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마침내 11년 후인 2022년 4월 드라마로 제작됐다.
 
지난 18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돼지의 왕'(연출 김대진, 김상우 극본 탁재영, 제작 히든시퀀스, 스튜디오드래곤, 제공 티빙(TVING), 원작 동명 애니메이션)은 연쇄 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로부터 '폭력의 기억'을 꺼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스릴러다. 공개 직후 웰메이드 수작이라는 호평이 쏟아지며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재 '돼지의 왕'은 4회까지 공개된 가운데 오는 4월 1일 5, 6회 공개를 앞두고 있다. 3, 4화에서 황경민(김동욱)은 두 번째 심판을 위한 워밍업에 돌입했다. 상대를 점점 옥죄는 그의 복수는 보는 이들의 호흡도 가쁘게 만드는 공포를 안겼다. 정종석(김성규)은 안정희 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져 있던 야구공을 발견한 뒤로 과거의 아픈 기억과 마주했다. 그리고 학교폭력 가해자를 대상으로 한 연쇄 살인을 직감하고 강진아(채정안)와 합동 수사를 진행하며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을 찾아갔다. 
 
특히 4회에서는 정종석 역시 학교폭력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과거 늘 야구공을 쥐고 있는 의문의 소년이 '그런 식으로는 황경민을 못 구한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던 바. 야구공과 야구공을 쥔 의문의 소년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돼지의 왕' 탁재영 작가/티빙
 
이런 가운데 29일 '돼지의 왕' 각본을 맡은 탁재영 작가와 원작자 연상호 감독이 화상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W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5, 6화부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강력한 스포와 함께 작품에 대한 뒷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탁재영 작가, 연상호 감독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Q. 드라마 '돼지의 왕'은 공개 직후 뜨거운 반응과 함께 웰메이드 수작이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 드라마 공개 소감은?
 
A. (연상호) '돼지의 왕'이 처음으로 선보인 후 올해로 11년째다. 새로운 내용으로 새로운 스타일로 만나게 돼 감격스럽다. 11년 후에 맞는 내용으로 써주신 탁재영 작가님고 감독님, 배우, 스태프들에 감사드린다.
(탁재영) 원작 자체를 좋아해서 팬이었다. 이 작품을 드라마했을 때 망작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해서 열심히 썼다. 너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 좋다.
 
Q. 원작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해하여 울부짖는 황경민 앞에 중학교 시절의 우상이였던 김철이 괴물의 얼굴을 한 채 환상으로 나타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경민은 김철의 환상을 목격한 후 중학교 동창이었던 정종석을 찾아나선다. 드라마와 원작은 황경민이 중학교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복수를 시작하고, 정종석을 찾는다는 맥락은 동일하다. 96분짜리 애니메이션을 장편 드라마로 각색하면서 가장 신경 쓴 포인트는?
 
A. (탁재영) '돼지의 왕'을 보신 많은 분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했다. 원작 그대로의 정서들, 메시지들을 전달하고자 했다. 다만 드라마로 했을 때 이 메시지를 재밌는 이야기로 받아들였으면했다. 그래서 스릴러 장르를 도입했다. 원작에서의 메시지도 흥미롭게 봐주시길 바랐다. 원작을 드라마화 하면서 원작에서는 이미 피폐된 성인들이 현재의 삶을 통해서 과거에 있었던 것들을 회상하는 구조라고 한다면 원작에서 겪은 사건들을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 인물들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과거의 상처들이 현재의 성인들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이야기를 하면서 성인의 분량을 늘렸다.
(연상호) 짧은 애니메이션이라서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탁재영 작가한테 제가 얘기했다. 드라마로 써보면 어떨까? 단편 애니 때부터 잘 알던 사이다. 이걸 어떻게 쓰지? 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했고 연쇄살인으로 가보자고 얘기했다. '돼지의 왕' 만들었을 때 질문 중 하나가 '그 시절의 가해자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우리 사회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요?'다. 그걸 복수물 형태의 장르물로 만들고자 했다. 11년 전의 질문에 대한 좋은 답 같은 것이 현재의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화 되기 위해서는 원작 이상의 장르가 더해져야 획기적인 오리지널 스토리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일종의 회상처럼 돼 있는 새로운 장르가 필요했다. 복수극, 연쇄살인이 아니었나 싶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돼지의 왕' 연상호 감독/티빙


Q. 원작자인 연상호 감독은 탁재영 작가의 각색을 만족하는지 궁금하다.
 
A. (연상호) 제가 처음으로 쓴 장편 시나리오다. 한국의 계급 사회가 가지고 있는 비극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지금 드라마화 된 내용에도 복수의 칼날이 가해자와 피해자로 이등분 돼 보이지만 이들이 당한 폭력이 복잡한 형태를 띄고 있고, 그 복수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는 한국의 계급 사회가 가진 비극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탁재영 작가와 제가 '돼지의 왕' 이야기를 꺼냈을 때 1~2부 얘기를 했었다. 제작사에 이야기 하고 그 이후에는 작가님이 하셨다. 어떻게 나왔을까라는 생각은 많이 들었다. 중간중간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불안하다' '겁난다' 그렇게 말해서 '뭐가 문제가 있게 나오나' 싶었다. 근데 너무 재밌더라. 뭔가 '돼지의 왕'의 포인트를 잘 살린 것 같다고 얘기했었다.
 
Q. 학교폭력을 소재로 다루지만 '돼지의 왕'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작품에서 폭력의 수위를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게 묘사하는 것이 트렌드다. 수위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A. (탁재영) 과거에 끔찍한 사건을 겪은 인물이, 현재 그것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들. 각자의 방식으로 하고 있는데 그것들이 납득이 되고 몰입이 되려면 시청자들에 꾸미지 않고 보여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을 위한 스릴러이기 때문에 진솔하게 받아들이는데 울림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사람이 복수를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주인공들도 같이 딜레마에 빠져 고민하길 바랐다. 시청자분들이 초반에 느꼈던 통쾌함을 중후반으로 갈수록 고민하고 내가 느꼈던 카타르시스가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길 바랐다.
 
(연상호) 원작 애니 자체가 날것이 주는 느낌들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실사로 옮겨지며 웰메이드한 제작진이 붙으면서 동일 웰메이드하게 잘 그려진 것 같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돼지의 왕' 탁재영 작가/티빙


Q. 배우 채정안이 분한 '돼지의 왕' 강진아 캐릭터는 원작에 없는 캐릭터다. 원작과 달리 강진아 캐릭터를 추가한 이유가 궁금하다.
 
A. (탁재영) 강진아 캐릭터로 인해서 깊이는 아니더라도 '돼지의 왕'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길 바랐다. 원작에서는 겁 많은 인물들이 또 다른 적을 상대하기 위해 무리를 만들고 그 무리 안에서 계급이 생기고 폭력이 생긴다면, 강진아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진실을 찾아가는 캐릭터다. 다른 인물들과 차별점이 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다른 인물들과 다른 결을 느끼고 대안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Q. '돼지의 왕'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한다. 4회까지는 황경민과 정종석만이 피해자로 그려졌지만, 이후부터는 등장인물 대부분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의 입장으로 그려질 전망이다. 두 분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A. (탁재영) 안정희 캐릭터는 마음에 남는 게, 그 인물이 20년이 지나서 개과천선하거나 반성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면 경민이가 복수를 했을까? 지금도 현재도 똑같이 약자를 괴롭히면서 살아갈 수 없을까 아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연상호) 박찬영이라는 인물이 후반부에서는 큰 반전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제목인 '돼지의 왕'이 등장하지 않았다. 그렇게 불리는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맥락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이번주 5, 6부가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 같다.
 
Q. 황경민과 정종석은 같은 학교폭력 피해자이지만 현재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철저한 계획을 세워 연쇄살인을 시작하며 복수하는 황경민, 경찰이 돼 그를 좆는 정종석. 두 캐릭터의 다른 현재의 모습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A. (탁재영) 정종석과 황경민을 생각하면서 감독님과 배우들과 이야기했는데 그의 삶의 태도 방식이 달랐을 것 같다. 정종석은 과거 학폭 피해자의 상처를 극복하려고 했을 것 같다. 황경민은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우울함을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황경민의 현재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 같다.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조력자에 대한 디테일함이 보여지게 된다. 조력자 역시 또 다른 사연 있는 인물들이 복수를 돕는 역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상호) 황경민이 가진 공분과 분노가 그의 편을 만든 것 같다. 시청자들이 같이 분노하듯이, 그의 분노가 개인적인 것이 아닌 공분이라 조력자들을 만들 수 있었던 거 같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돼지의 왕' 연상호 감독/티빙


Q. 원작에 등장한 진짜 '돼지의 왕' 철이 캐릭터는 언제 등장하나? 
 
A. (연상호) 철이는 원작 철이와 비슷한 인물로 요청했다. 진짜 애니메이션에서 살아나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서 되게 큰 감정 동요가 있었다. 제가 만든 작품 캐릭터 중 사랑하는 캐릭터가,  만찢남이 나온다는 게 신선하고 감격스러웠다.
(탁재영) 철이만큼은 제가 원작처럼 해야한다고 관혀했다. 이건 제가 고수하고 관여한 부분이다.
 
Q. 황경민과 함께하는 의문의 후드티 소년과 돼지 가면이 의미하는 바가 궁금하다. 
 
A. (연상호) 어린 철이다. '돼지의 왕'이다. 그 친구가 황경민과 정종석에게는 상징이자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원작 포스터에 가장 중심이 되는 돼지 캐릭터가 5, 6화에 나온다. 그 캐릭터가 이끌어 갈 서사가 이 작품이 단순히 '나쁜놈을 죽인다'는 카타르시스가 아닌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계기가 된다.
(탁재영) 황경민이 지금 행동하는 동력은 거의 후드티를 쓰고 나타나는 인물에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소심했던 황경민이 지금의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향후 지켜보시면 될 것 같다. 돼지가면은 황경민과 정종석이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해주는 중요한 상징성이라 생각한다. 4부까지는 가해자인 인물들이 과거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거나 멋대로 왜곡하게 했다면 이후부터는 정확하게 떠올리게 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Q. '돼지의 왕'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A. (연상호) 폭력을 폭력으로 정당화하기 보다는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예술하는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 많이 한다. 좋은 작품 하려면 올인 해야한다고. 그건 한 사람이 하나의 세계관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 세계관에서 받은 상처는 해소되지 않는다. 저는 오히려 다양한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소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폭력에 노출된 사회에서 필요한 것 같다.
(탁재영) 학폭 가해자들에 한때는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지금을, 그 당시 피해자들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고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Q. 5회 공개를 앞두고 있다. 후반부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A. (연상호) 6회 엔딩이 예술이다. 10회는 아직 못보고 듣기만 했는데 엔딩이 예술이라고 하더라.
(탁재영) 강민 캐릭터는 가해자기도 하지만 그가 조직에서 탑은 아니다. 어떤 포커싱을 대냐에 따라 가해자임과 동시에 피해자인 인물이다. 모든 캐릭터가 그런 존재인 것 같다. 10회를 보고 스태프들이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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